연이틀 '자화자찬' 브리핑, 대통령 기자회견이 불안하다

김경년 2024. 11. 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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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윤 대통령은 과연 '대국민 사과'를 할까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김경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실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통령실은 갑작스럽게 치르게 된 행사 준비를 위해 본관 1층 브리핑실을 닫고 기자실 앞 오픈 라운지에서 일반 브리핑을 치르고 있으며, 건물 밖에도 평소 보이지 않던 방송 중계차가 대기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이어서 브리핑실로 내려와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했던 과거 국정브리핑과는 달리 모두 브리핑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담화문 읽고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끝장토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등 새 관전 포인트

이번 행사는 이 외에도 여러모로 과거와 다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합쳐 보통 오전 10시부터 2시간 남짓 진행됐으나 이번에는 "국민들이 듣고 싶은 것을 소상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내용과 시간 제한이 없는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연장할 수도 없고 대통령실로는 적당한 종료시간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과연 재질문이 원만하게 이뤄질 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간은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에 전혀 맞지 않은 엉뚱한 답변을 해도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답변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재질문이 가능한 이른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자리 배정이나 질문자 지목 방식도 관심 거리다. 대통령실은 최근 열린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본인이 아닌 '기자들을 잘 아는' 대변인이 질문자를 지목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 결과, 질문자로 지목당한 기자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 일색이었고 진보 언론들을 일부러 배제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들어왔다.

실제로 '바이든 날리면' 사건 이후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진 MBC 기자는 방송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한 번도 질문권을 얻은 적이 없으며, 오마이뉴스도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한 언론은 브리핑 자리에서 "비판적인 언론은 질문기회가 사실상 배제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4월 의료개혁 담화와 2000명의 악몽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윤 대통령의 담화와 답변 내용일 것이다. 이번 회견을 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명태균 게이트'와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어떤 해결 방안을 내놓을지, 진솔한 사과가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부에선 '전격적인 특검 수용'이라는 김칫국부터 마시기도 한다.

여권에서는 이번 기회에 윤 대통령이 국민 우려를 확실히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야 곤두박잘치는 지지율을 다잡고 정국 전환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실에 대해 대국민 사과,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김 여사의 즉각적인 대외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촉구한 바 있는 한동훈 대표는 이날 당내 중진 의원들과 함께 "내일 대통령 담화가 국민에 겸허한 자세로 변화와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당내 최고참(6선) 조경태 의원은 "(담화 내용이) 기대치 이하로 나오게 되면 국민들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여권 인사들은 벌써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의료개혁 담화'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산출한 최소한의 (의대) 증원 규모"라고 말해 의료계 반발에 기름을 붓고 총선에 참패했던 악몽이 되풀이되어선 안된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야권은 당연히 '특검 수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첫째 윤건희-명태균 게이트 등에 대한 직접적인 해명과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고, 세 번째는 전쟁 중단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김 여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뇌물 수수, 공천 개입, 공천 거래 등 각종 국정농단 의혹이 태산처럼 쌓여 있는데, 평범한 국민처럼 수사를 받고 범법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받겠다고 (윤 대통령이) 직접 표명해야 한다"며 "그 정도 입장도 분명하게 담지 못할 회견이라면 차라리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핵심 참모의 '자화자찬' 브리핑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실내테니스장에서 열린 '2회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및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에 참석해 참가자 수백명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며, 지방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서 대한민국을 다시 도약시켜야 한다"고 외쳤다.

하루 종일 용산 집무실을 비운 탓에 향후 정권의 운명을 가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위해 숙고할 시간은 오늘밤밖에 없는 셈이다.

대신 그 시간 용산에서는 국가안보실 고위관계자가 윤석열 정권 출범 후 지난 2년반 동안 외교·안보 분야 성과와 향후 추진 계획을 설명하는 브리핑이 열렸다. '유지비를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빼겠다'는 협박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재선이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한미동맹으로부터 더 큰 기회와 혜택을 누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은 또 다른 고위관계자가 A4용지 28페이지 분량의 설명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사상 최초로 1인당 GNI 일본 추월, 2026년 한국 1인당 GDP 4만 불 달성, 과감한 국채·외환시장 개선을 통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성공, 체코원전 우선협상국지정 성공 등 거의 2시간 동안 자화자찬하는 자리를 가졌다.

내일(7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대국민 사과'하는 자리가 아닌 '대국민 자화자찬'하는 자리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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