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감사 결과 반박' 축구협회가 '어벌쩡' 넘긴 세 가지 사안

김희준 기자 2024. 11. 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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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에 대한 입장문을 내놨다. 숱한 반박과 드문 인정 속에서 알게 모르게 넘어간 세 가지 사안이 있다.


6일 축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5일 문체부의 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 최종 결과 발표에 대해 공식 입장을 전했다. 문체부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은 이미 시정 조치에 들어갔거나 애당초 문제가 아니라는 게 입장문의 골자다.


문체부가 발표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문제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등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위반 및 부적정 운영 ▲ 국가대표팀 코치 등 지도자 선임 업무 부적정 ▲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업무처리 부적정 ▲ 축구인 사면 부당 처리 ▲ 지도자 자격증 강습회 관련 불공정이 그것이다. 이 중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위반 및 부적정 운영에 대해서는 10월 2일 중간 발표를 통해 밝혔고, 축구협회도 당시 반박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이번에도 축구협회 입장문은 문체부 감사 결과에 대한 반박 형태로 이뤄져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는 물론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이나 축구인 사면 부당 처리 등에 대해서도 문체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규정 해석에 있어 해당 사안을 합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홍명보 감독(왼쪽),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런데 축구협회가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부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각급 대표팀 지도자 선임 업무 부적정과 관련한 사안이다. 문체부는 각급 대표팀 지도자 43명 중 42명이 이사회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피지컬 코치가 아시아축구연맹(AFC) 피트니스 Lv.1 자격증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해 축구협회는 "감독 외에 코치진까지 이사회 선임 대상이 되는 건 축구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이라거나 "코칭스태프라는 집단의 구성과 업무에 대한 현실적 이해가 필요"하다며 문체부의 문제 제기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리고 말미에 "규정을 검토해 현실에 맞게 바꾸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축구협회 스스로도 차마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한 것이다. 현실적인 사정은 현실적인 사정이고, 규정 위반은 규정 위반이다. 즉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과 규정 위반은 양립 가능하다. 설령 잘못이 있더라도 규정을 현실에 맞게 바꾸지 않은 축구협회 잘못이지 이를 지적한 문체부 잘못이 아니다.


축구종합센터 조감도. 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종합센터와 관련한 쟁점 중 하나인 미니스타디움 내 사무 공간 건립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센터 내 미니스타디움 건립 사업에서 국고보조금을 허위 신청했으며, 2023년 보조금 신청 시 문체부와 기획재정부가 미니스타디움 내 사무공간 제외를 요구했음에도 자체적으로 사무공간을 조성하고 거짓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총 56억 원을 교부받은 점을 지적했다.


관련해 축구협회는 입장문에서 "2022년, 2023년 교부금 신청과정에서 미니스타디움 외부의 국가대표선수 숙소동에 사무공간을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했고, 현재는 사무공간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어디가 적정한지에 대해 설계 변경 및 검토 중에 있으며, 문체부와도 이 건에 대해 상의할 예정에 있다"라고 해명했다. 현실적으로 국가대표선수 숙소동을 제외하고 사무공간을 둘 만한 공간이 미니스타디움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견 타당한 의견이다.


문제는 그 어디에도 미니스타디움 내 사무공간 확보에 대해 문체부에 사전 언급을 했다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입장문에 나올 게 아니라 문체부와 이미 교감을 끝냈어야 하는 내용이다. 축구종합센터 내 사옥 건립과 사무공간 확보는 별개 차원임을 설득하든, 해당 부분을 깔끔하게 협회 소관으로 돌리든 조치가 먼저 들어갔어야 한다. 아무런 논의도 없이 그저 "정부가 우리 축구협회에도 사무공간 확보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하는 건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국회 현안 질의 당시 잔디 문제 해결을 국회에 읍소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추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축구협회가 입장문에서 아예 제외한 부분도 있다. 바로 P급 지도자 강습회에서 불합격 처리해야 할 수강생 6명을 합격처리하는 불공정 운영에 관한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불공정만큼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을 외면했다. 어쩌면 대표팀 지도자 선임업무 처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해당 내용을 갈음할 수 있다고 여겼을지도 모르지만 해당 부분을 빠뜨린 건 명백한 실책이다.


축구협회는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관련 법령에 의거 문체부 감사결과 발표와 조치 요구에 대한 재심의 요청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당연히 재심의는 할 수 있고, 축구협회의 권리라면 권리다. 그러나 그 전에 선행해야 할 건 입장문에서도 명확히 해소하지 못한 여러 문제점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는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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