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美대선] "보조금 받나 했더니" IRA 미궁 속으로... 美-中 눈치보기 '심화'

편은지 2024. 11. 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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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도널드 트럼프 당선 확정
바이든 밀던 IRA 폐지되나… 전기차 정책 '원점'으로?
각국 자동차 관세부과… 수출 막히고 부품업체 도산 우려
자국 보호주의, 中 압박 심화… 유럽 등 제3국 경쟁력 약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유세 중 춤추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막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숨을 죽이고 있다. 트럼프가 강조했던 'IRA 폐지' 공약에 따라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고, 각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이 아닌 국내 및 해외 공장에서의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 대한 강도높은 압박이 지속됨에 따라 유럽 등 제3국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과반인 277명을 확보해 226명을 확보한 해리스 부통령을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앞서 바이든 정부에서 틀을 다져놓은 '보호무역주의'가 트럼프 당선 시 바이든과는 '다른' 방향으로 거세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기존 정부와 같이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면서도, 바이든 정부가 폈던 자동차 정책을 완전히 뒤엎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 보조금 받으려 공장까지 지었는데… IRA 향방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조감도. ⓒ현대차그룹

트럼프 당선으로 가장 큰 변화를 맞는 지점은 우리 기업인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정책이 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중 하나였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맞춰 미국 시장 전략을 세우고, IRA에 따라 결정한 대규모의 투자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IRA는 바이든 정부가 2022년 신설한 법안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은 수입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우리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 위 조지아주에 6조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앞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을 전면 원점으로 돌리고, IRA 법안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단 점이다. 트럼프는 앞서 미국 자동차산업 요람인 미시간에서 내연기관차 금지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기존 바이든 정부가 폈던 석유화학과 내연기관차의 부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이에 미국 현지 전기차 시장 2위를 점했던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략도 전면 재수정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 전기차 전용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IRA 보조금만큼의 인센티브를 직접 지급하며 전기차를 팔아온 현대차·기아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청천벽력'인 셈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IRA가 그간 한국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도록 괴롭힌 법안인 것은 맞지만,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전기차 경쟁력이 높아졌고, 일몰될 한시적인 법안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유지돼야한다"며 "현대차·기아의 수익구조와 조지아 전기차 공장 생산 라인 등을 대폭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IRA 법안 폐지가 쉽지 않은 데다, 일몰될 법안이란 점에선 아직까지 우리 업체들에 기회가 남아있다. 공화당이 미 상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고 하지만 민주당이 결사 저지에 나설 경우 법안 수정이나 폐지가 어렵고,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위해 생겨난 법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이후 미국 정권 향방을 알 수 없는 만큼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 향후 IRA로 인한 타격은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보호무역주의' 피바람… 수출 막히고, 글로벌 경쟁 치열해진다

ⓒAI이미지

앞서 바이든 정부에서부터 강조된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 당선 이후 거세지며 그야말로 글로벌 시장에 '피바람'을 몰고올 예정이다. "미국에서 생산하고, 중국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게 바이든 정부의 지침이었다면, 트럼프는 "미국 업체가 아니라면 모든 수입차를 배제하고, 중국은 완전히 고립시킨다"는 점에서 강도가 다르다.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는 FTA로 피해갈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모든 수입산에 최대 20%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차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내건 바 있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차, 전기차를 막론하고 미국 외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데 큰 타격을 받게된다. 현재 미국 현지에도 공장이 있지만, 물량을 맞추기 위해선 타국에서의 수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만 생산하게 될 경우 물량 부족은 물론, 한국 수출산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국 수출 물량에 납품하던 한국 소재업체, 부품업체들의 도산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물량 부족으로 고관세를 내고 미국 시장에서 차량을 판매해도 문제다. 높은 관세 탓에 수입된 차량의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어서다. 미국 수요 덕에 전세계 3위 판매 업체로 올라선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현지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 원장은 "미국 현지 상황이 악화되면 현대차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중소 부품업체들은 줄도산 할 것"이라며 "20%가 넘는 고관세를 내고 미국에 수출된 차들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현지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력한 중국 배제 정책으로 인한 한국 자동차 업체의 경쟁 심화도 우려요인이다. 중국이 미국을 제외한 동남아,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서 더 많은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수출 난항와 전기차 정책 원점으로, 유럽, 인도, 중동 등 제3국에서는 중국의 굴기에 치일 수 있단 의미다. 현대차·기아의 판매 감소와 수익 악화는 물론 부품업체 등 자동차 생태계에 위치한 모든 업체들이 예의주시하고, 하루 빨리 대비할 필요성이 확대됐다.

이 원장은 "트럼프의 집권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입을 피해는 미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발빠른 대비에 나서야한다"며 "중국이 독을 품고 글로벌 시장에 파고드는 상황에서, 미국은 물론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다면 우리기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또 수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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