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美대선] '트럼프 불확실성' 최대 리스크…'머니머신' 경제정책에도 적용?

박영국 2024. 11.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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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화, 미국 우선주의, 무역장벽 강화 등 리스크 요인
"반도체법‧IRA, 단번에 뒤엎긴 힘들 것…보편관세 영향 제한적" 낙관론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틀머프 전 대통령이 10월 15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전면적 방향전환을 공언한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서면 대미 사업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2기 체제 출범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으로 ‘불확실성’, ‘미국 우선주의’, ‘무역장벽 강화’ 등을 꼽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트럼프 1기(2017~2021년) 체제에서 보여줬던, 예측 불가능하고 즉흥적인 정책 기조다. 공격적이고 강경한 돌출 발언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던 트럼프 후보의 스타일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대미 사업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돌발 변수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비관적 전망이 아닌 불확실성이다. 좋든 나쁘든 예측이 되면 대비를 할 수 있는데, 트럼프는 우리가 이미(1기 체제에서) 겪었지만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자주 만든다”면서 “강경한 조치들을 즉흥적으로 내놓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한데, 기업들로서는 그 자체가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성향은 그가 선거유세 기간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맞물려 이전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했던 반도체법이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수혜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뒤바꿔 놓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트럼프가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상향하도록 할 것이라며 ‘머니머신(돈 버는 기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런 인식은 경제정책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돈 잘 버는, 부자 나라 기업들에게 왜 돈(보조금)을 줘야 하느냐는 식으로 칩스법(반도체법)이나 IRA를 뒤집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는 미국의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반도체법을 비판하면서 “보조금을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다. 관세를 매우 높게 매기면 해외 기업들이 와서 반도체 공장을 공짜로 설립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거액의 보조금을 미끼로 대규모 투자를 유지한 미국 정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기존의 약속을 모른 체 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의회 민주주의가 성숙된 미국에서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기존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다. 칩스법이나 IRA를 이전 정권에서 만들었다고 하루아침에 무효화할 수 있겠느냐”면서 “물론 보조금을 축소한다든지 지급 기준을 강화한다든지 일부 (한국 기업에) 부정적 변화는 있을 수 있겠지만 보조금 없이 공짜로 공장을 짓도록 하겠다는 식의 강압적 언급은 트럼프 특유의 선거용 멘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런 낙관적 전망은 여당이 될 공화당이 미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비관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하원의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트럼프가 강경 노선을 걷기가 수월해진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대관라인 정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요 대기업들은 미국의 양당체제에 대응할 여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집권당이 바뀌었다고 미국 대관 라인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면서 “미국 정부 뿐 아니라 상하원을 다 대응해야되는데 집권당에만 집중할 수 있겠는가, 미국 사업 비중이 큰 주요 기업들은 민주당, 공화당 라인이 다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측근 쪽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대관라인을 정비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HMM 컨테이너선이 부두에 정박해 컨테이너들을 싣고 있다. ⓒ.HMM

무역장벽 강화 역시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예상되는 정책이다. 이미 1기 체제에서 각종 수입 제품에 대해 수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는 트럼프는 2기 체제에서는 중국에 대한 표적관세는 물론, 다른 국가들에 대한 보편관세까지 부과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선 중국과 교역 관계를 축소‧단절하겠다는 트럼프의 ‘디커플링(de-coupling)’ 공약은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같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간 단계에 있는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커플링은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로 상품무역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지식재산·인력·연구개발 등 중국과의 전반적인 교류 범위와 수준 자체를 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정책을 통해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발언대로 대중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생산도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최근 발간한 ‘2024 미국 대선 :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재편 정책을 강화해 공급망 블록화가 진행될 경우, 한국의 후생이 최대 1.3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는 중국 외 국가들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 역시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8월 노스캐롤라이나 연설에서 수입품에 10~20% 관세 부과를 언급한 바 있다.

KIEP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이같은 글로벌 관세정책을 실행하고, 한국에도 보편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은 약 222억~448억 달러 감소하고 대체수요에 대한 대응이나 수출전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실질GDP는 약 0.29~0.67%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국 표적관세나 다른 국가들에 대한 보편관세 모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간 단계에 위치한 우리에게는 좋을 게 없다”면서 “우리가 미국 주도의 공급망 블록화에 들어가면 중국과의 단절을 더욱 심하게 강요당하게 되는데, 대중 수출 감소나 핵심 원자재 대체수입 루트 확보 등이 기업들에게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로 인해 우리가 받는 영향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이고, 트럼프 1기였던 2017년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 트럼프의 면을 살려준 사례도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이 점을 어필하면 부정적인 통상환경 속에서도 최혜국 대우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KIEP는 미국의 글로벌 관세정책으로 인한 대미국 수출감소를 중국, 캐나다‧멕시코, EU, 중국, 일본, 한국 순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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