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發 ‘가짜 북한군 정보’…침묵하는 정부[양낙규의 Defence Club]
정보전 휩싸일땐 살상무기지원 등 개입 불가피
우크라이나를 기점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정보당국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서방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첩보를 노출하고 있는데 명확한 근거는 없다. 정보당국에서도 북한군의 전선 배치 이상의 정보는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정보제공에 휩싸여 살상 무기 지원 등 확전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 사이의 교전으로 적지 않은 수의 북한군 병사가 사망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 고위 당국자가 "상당한 수(a significant number of)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북한군의 전선 이동은 확인했으나 교전 사실은 공개적인 확인을 보류했다. NYT는 이번 교전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함구했다고 전했다. 이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북한군과의 교전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전선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과 교전이 이뤄졌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상황에서 나왔다.
외신들, 우크라이나 당국자 인용 “북한군 사망”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이 러시아군 제810 해군 보병여단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은 공격부대와 지원부대의 두 단위로 나뉘었는데, 지원부대는 우크라이나군에게서 탈환한 지역의 방어선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교전한 북한군 외의 나머지 병력도 대부분 조만간 전투에 돌입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교전 과정에서 북한군이 사망했으며 사망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시신 사진까지 입수했다고 5일 보도했다. RFA는 리투아니아 비영리단체(NGO) ‘블루/옐로’가 제공한 사진에 북한의 인공기가 부착된 군모를 쓴 시신 한 구가 전장 바닥에 쌓인 시멘트와 콘크리트 파편 위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고 전했다. RFA는 다만 인공기가 부착된 군모를 쓴 사망자의 얼굴은 식별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인공기 부착 북한군 시신 사진 공개… 물증은 없어
오만 대표는 "이 병사는 오래된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갖추고 있다"며 "처음에는 상대가 러시아군뿐인 줄 알았지만, 드론으로 현장을 살펴보면서 그제야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당 시신이 북한에서 파병된 군인임을 검증할 방법은 없지만, 정황상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단체는 북한군이 지난달 25일 쿠르스크 지역에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하면서 1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사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존해 포로로 잡힌 북한군은 자신이 부랴티야 자치공화국 출신이라며 관련 서류를 우크라이나군에 제시했다고 한다. 부랴티야 공화국은 몽골계 인구가 많아 북한은 파병 초기부터 북한군을 부랴티야 출신으로 위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북한군 사상자 공개에도 물증은 없어
앞서 친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엑사일노바 플러스’(Exilenova+)는 지난달 31일 피투성이가 돼 붕대로 얼굴을 감싼 동양계로 보이는 남성이 "저희 인원이 40명이었는데 제 친구인 혁철이와 경환이를 비롯하여 모두 전사했다"고 말하는 2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런 북한군 40명 사망설에 대해 한국 국정원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북한군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한미당국은 현재까지 “북한군 1만여명이 러시아로 이동했고, 이 중 상당수가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를 포함한 전선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군과 관련 정보기관에서 우크라이나 현황에 대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SNS 통해 가짜 북한군까지 등장
실제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가짜뉴스와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인텔리전스 프런트’란 이름을 쓰는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는 전날 자신의 계정에 각각 1분과 2분 3초 길이의 영상 두 편을 게재했다.
그는 "러시아를 위해 싸우러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북한군 병사가 제공된 음식의 다양함과 푸짐함에 놀라고 있다. 그는 ‘난 전장에서 먹고 있다. 이 고기를 봐라. 큰 소고기와 즉석라면이다’라고 말한다"고 적었다. 이 영상을 올린 이용자는 엑스에 게재한 프로필에서 공개 출처정보(OSINT)에서 정보를 얻는 ‘독립적 관찰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올린 영상은 북한과 무관한 중국 출신 병사의 것으로 보인다고 키이우포스트는 지적했다.
가짜정보에 정부, 무기 지원 신중
가짜정보에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정보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러시아와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을 검토겠다고 했다. 북한군의 교전을 인정하면 공격용 무기 지원까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교전 국가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국내 법규와 충돌할 뿐 아니라,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지원은 운용에 필요한 병력 파견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탓이다.
무기를 지원하게 되면 결국 파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요청할 방공 무기로는 ‘신궁’이나 ‘천궁-2’ 같은 첨단 대공 무기가 꼽힌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2는 고도 30~40㎞에서 항공기와 미사일을 요격하는 중거리 대공 무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KBS와 인터뷰에서 "한국에 가장 원하는 것은 방공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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