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담(手談)]日 천재소녀의 바둑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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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처럼 몰아치는 기세.
이틀에 한 번꼴로 대국을 치른 천재 바둑소녀.
2009년생으로 15세에 불과한 스미레의 바둑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다.
바둑이라는 인생사에서 그것도 한 편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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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처럼 몰아치는 기세. 변화무쌍한 행마. 흥미로운 인생 스토리를 간직한 인물. 그 주인공은 일본에서 온 천재 바둑소녀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이다. 한국기원 소속인 그는 지난 3월 첫 대국 이후 불과 8개월 만에 바둑계를 흔들어 놓았다.
지난달 13일에는 한국 이적 후 100번째 공식 경기를 치렀는데, 225일 만이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대국을 치른 천재 바둑소녀. 그는 최단기간 내에 100경기 출전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남녀통합 최단기간 100경기 출전 기록을 지녔던 이창호 9단의 601일 기록을 376일이나 앞당겼다. 그의 성적표를 보면 더 놀랍다.
스미레는 66승 34패를 기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여자 기사들의 성적표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여자기사 상대 성적은 39승 10패로 79.6%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2009년생으로 15세에 불과한 스미레의 바둑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다. 한국 무대에 진출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스미레가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강한 기사가 많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올 당시 앳된 소녀 기사가 전했던 당찬 포부는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기력으로 자기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은 여자 바둑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최정 9단을 비롯해 김은지 9단 등 뛰어난 기량의 기사들이 많다. 한국 여자 바둑의 강자로 연착륙한다면 세계 바둑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미레가 꿈을 이루려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스미레의 행보를 흥미롭게만 바라보던 한국 기사들도 이제는 그의 기풍과 행마를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약점이 노출된다면 스미레가 지금과 같은 성적표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폭풍 질주의 기세도 언젠가는 꺾일 수 있고,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바둑이라는 인생사에서 그것도 한 편의 드라마다. 가슴 벅찬 영광의 시간만 이어질 수는 없는 게 삶의 이치 아니겠는가. 회한과 좌절의 시간을 거치면서 성숙해지는 것은 바둑이나 우리의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김치찌개를 즐기고, 가수 아이유 노래를 좋아한다는 스미레. 국제바둑춘향선발대회에서는 한복 차림으로 대국하는 장면이 공개돼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스미레를 응원하는 바둑 팬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그의 외모나 유창한 한국어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만화의 주인공처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쏟아내는 스미레의 바둑 인생사에 관한 궁금증이 그 배경 아닐까.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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