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은마’ 삼익비치, 99층 부푼 꿈
수영구는 민락동부터 시작해 광안동, 남천동까지 해안가를 따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신흥 부촌으로 주목받는 지역이다. 그런 수영구 내 여러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장 입지 좋다고 평가받는 곳이 33개동, 3060가구 규모인 삼익비치(남천2구역)다. 첫 분양 당시 부산에서 처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10층을 넘은 고급 아파트로 이름을 알렸다. 입주 이후 ‘동래럭키’ 아파트와 함께 부산의 대표 부촌으로 꼽혔다. ‘해운대에 엘시티가 있다면 광안리에는 삼익비치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엘시티와 다른 점이 있다면 1979년 지어져 올해로 준공 46년 차를 맞은, 노후 단지라는 점. 부산에서는 드물게 평지에 지어졌고 광안리 해변을 접한 입지라 ‘부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부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남천동 삼익비치가 최고 99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 랜드마크 위상을 단번에 차지할 거라는 전망과 함께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조합원 분담금이 급증해 실현 가능성 떨어진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는 최근 부산국제건축제 발표회를 통해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 대상지로 삼익비치(남천2구역 재건축 정비사업)와 남포동 하버타운, 영도 콜렉티브힐스 세 곳을 공개했다. 후보지에 올랐던 ‘용두골 복합시설’ ‘미포오션사이드호텔’은 보류됐다.
특별건축구역은 세계적 건축가의 설계를 통해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물 건립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특별건축구역 대상지로 선정되면 건축법상 최대 용적률의 1.2배를 추가로 적용받는 등 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성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간소화된 절차 등 행정적인 지원도 제공된다. 시는 이번에 선정된 사업지들이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7억원 육박하는 84㎡ 분담금 부담
이번 발표에서 부동산 시장 이목이 특히 집중된 곳은 삼익비치아파트다.
삼익비치는 세계적 건축가가 참여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시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프랑스 건축 거장이자 독일 베를린 올림픽 벨로드롬,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설계 등에 참여한 도미니크 페로(DPA 설립자)에게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설계를 맡겼다.
삼익비치 재건축 조합은 기존에 지하 3층~지상 60층, 12개동, 3325가구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둔 상황이다. 하지만 시가 이번에 조합의 새 설계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지하 4층~지상 최고 99층, 6개동, 3700가구로 재건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최고 99층 재건축이 실현될 경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 부산 해운대 엘시티(101층)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공동주택, 엘시티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된다. 일각에서는 신축된 삼익비치가 엘시티 위상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자체도 조합의 이런 구상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별건축구역 최종 선정 시 삼익비치의 90층대 층수 변경이 (용적률 혜택 등을 받으면) 법적으로 가능하다”며 “(층수 변경을 추진하면) 정비계획이 바뀌므로 조합원들이 결정해 사업시행계획 등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 측에서는 특별건축구역이 되면 적용받을 수 있는 용적률이 300%에서 360%로 늘어나, 일반분양 물량이 700여가구 증가할 것으로 본다. 조합은 99층으로 건설할 경우 가구당 분담금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한다. 기존에 계획한 60층짜리 설계도 이미 초고층이기 때문에 99층 재건축도 충분히 추진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덕분에 한동안 하락 일로였던 삼익비치 아파트값은 다시 반등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삼익비치 전용 84㎡는 지난 10월 12일 11억8500만원(9층)에 실거래됐다. 지난 7월 9억8000만원이었던 아파트가 3개월 새 2억원 이상 올랐다. 삼익비치 전용 84㎡는 부동산 시장이 한창 호황기던 2021년 16억원에도 거래됐던 아파트다. 하지만 이후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됐고, 그중에서도 부산 지역은 미분양 물량이 늘며 집값이 곤두박질쳤다. 삼익비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3월에는 전용 84㎡ 실거래가가 9억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매매 거래가 꾸준히 이뤄졌고, 호가 역시 조금씩 오르고 있다. 최근 이 아파트는 12억원대에도 매물로 나오고 있다. 전용 148㎡도 올 5월에는 18억3000만원(5층)에 팔렸지만, 가장 최근에는 22억5000만원(12층)에 손바뀜됐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조합은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공사비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 공사비는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통상 50층 이상은 초고층 재건축으로 분류되는데, 층수가 높을수록 상징성은 커져서 좋지만 그만큼 공사비도 급증한다. 업계는 90층 넘는 주상복합을 짓는 데 수조원대 공사비가 들 것으로 예측한다. 기존 설계를 갖고도 건축비가 1조4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는데, 90층이 넘어갈 경우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도 서울 삼성동에 국내 최고 높이인 105층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를 지을 예정이었지만, 공사비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려해 층수를 55층으로 낮춘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시행인가 당시 예상 공사비가 3.3㎡당 559만원이었는데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3.3㎡당 1000만원으로도 공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봤다.
늘어나는 공사비만큼 조합원 분담금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조합은 지난해 초 조합원을 대상으로 분양 신청을 받을 당시 추정 추가 분담금을 공개한 바 있다. 조합에 따르면 기존 아파트 전용 84㎡(옛 34평형)를 보유한 조합원이 신축된 전용 84㎡(옛 37.99평)를 분양받으려면 6억8195만9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당시에는 1대1 재건축에 가까워 추가 분담금이 높았다면, 99층으로 신축하게 될 경우에는 일반분양이 늘지만 그럼에도 공사비 급증으로 추가 분담금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부산 바닷가에 99층짜리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명실상부한 부산 부촌이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면서도 “삼익비치 일반분양 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해도 건축비 증가분을 상쇄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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