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 쏟아붓고도…KB ‘아픈 손가락’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1. 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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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서 쟁점 된 인니 부코핀은행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례적으로 해외 은행 부실이 쟁점이 됐다. KB국민은행 산하 인도네시아 KB부코핀(현지명 KB뱅크)이 그 중심에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대한 투자는 부실한 실사와 감독당국의 방기로 대규모 국부 유출, 내부통제와 시스템의 붕괴, 데이터의 부실로 인한 전산 시스템 오픈 연기, 협력 업체 갑질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어 총체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역시 이를 예사롭게 보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부코핀은행과 관련해, 운영 리스크 관리에 안일함이 없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KB금융지주와 은행은 올해 8월부터 금감원 정기검사를 받고 있다. 이 원장은 “해외 현지법인 투자 결정과 전산 시스템 개발 과정의 문제 등 KB금융과 관련된 반복적인 지적으로 평판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며 “운영 리스크 관리에 안일함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연 부코핀은행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인도네시아 주재 부코핀은행. (현지명 KB뱅크)
부코핀은행 어떤 곳?

2020년 KB가 대주주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소상공인, 협동조합 지원을 목적으로 1970년에 설립됐다. 지금의 은행 업무를 시작한 건 이듬해인 1971년부터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인도네시아를 제2의 모(母)국으로 삼겠다며 야심 차게 당시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1131억원에 취득, 2대 주주가 됐다. 2020년 부코핀은행이 뱅크런 등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이 은행 보유 지분 제한 40%를 해제했다. 부실 은행 추가 인수 면제 등 규제도 완화됐다. KB금융지주는 이때를 해외 은행 경영권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 당시 3000억원을 더 쏟아부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66.8%의 지분을 확보했다.

문제는 부실 장기화다. 적자가 계속 나면서 자본금이 말라가자 이후에도 KB는 2021년 4차로 3935억원, 지난해에 5차로 7090억원을 더 출자했다. 누적 투자 금액 약 1조5100억원. 비용까지 포함하면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조승래 의원실은 부코핀은행은 후순위 대출 원화 약 2577억원(IDR 3조원), 기타 유동성 지원은 원화 약 8900억원(6억7000만달러)으로 현재 KB가 유동성 지원에만 1조1500억원 정도를 쏟아부었다고 판단한다. 또 부코핀은행이 산업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차입한 원화 4000억원(USD 3억달러)의 지급 보증까지 합치면 위험노출금액, 즉 익스포저는 약 3조1000억원 정도 된다고 분석했다. 올 초 기준 국민은행 자기자본이 39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인도네시아 투자, 지원에 자기자본의 8% 정도가 들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현지 금융당국의 부코핀은행에 대한 제재가 잦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조 의원은 “아무리 해외 투자가 중요하더라도 이 정도 투자면 은행에 큰 부담이 되고 부코핀 정상화가 은행의 최우선 과제인데 과연 신경 쓰고 있는 건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황 나아졌나

적자폭 줄였지만 갈 길 멀어

자본 투입 후 부코핀은행 사정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2020년 KB국민은행이 부코핀 대주주가 됐을 때 2022년이면 약 500억원, 2023년에는 9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 빗나갔다. 2020년 이후 지난 4년간 추정 손실만 누적 기준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2022년 8000억원 이상 적자(당기순손실)가 났다 지난해 겨우 2600억원대로 줄였다는 정도가 그나마 위안거리다.

현지 금융감독당국 제재도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국(OJK)은 올해 5월 부코핀은행에 ‘2023년 실적을 결산하는 감사보고서를 미제출했으니 과태료를 내라’고 통지했다. 신뢰·투명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은행이 감사보고서 하나 제때 제출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제재가 이번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는 점. 올해 6월에는 ‘2024년 1분기 중간재무보고서를 미제출했다’며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BEI)가 서면경고를 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KB국민은행 측은 “이슬람채권 가치 산정 방식을 원가로 할지, 시가로 할지를 두고 현지 금융당국과 의견 합의를 못 봐 부득이하게 지연됐다”며 항변하지만 국내 1위 금융사가 할 말은 아니지 않냐는 대내외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NPL(고정이하여신) 비중이 9.7%에 올해 6월 11.31%로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KB 입장은?

내년 흑자전환 기대

물론 KB금융 측도 할 말은 있다.

부코핀은행은 최근 3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선순위 달러표시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앞서 부코핀은행은 채권 발행을 결정한 후 70여곳의 홍콩, 싱가포르 기관을 대상으로 3일간 마라톤 투자설명회를 연 바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미국 대선 리스크와 중동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팽배한 상황에서도 발행액의 4배가 넘는 13억5000만달러의 투자 수요를 이끌어냈다”며 “지난 4년간 KB뱅크의 재무 구조 개선과 부실자산 축소와 같은 정상화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남채 KB국민은행 부행장 역시 정상화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내후년 흑자전환을 예상했는데 상황이 호전돼 내년으로 흑자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측은 부코핀은행이 2021년 말 기준 부실여신 비율이 64.38%에서 올해 9월 기준 24.92%로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의혹?

여전히 수기로 은행 업무

조승래 의원실은 부코핀은행 정상화,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후진적인 시스템 때문에 잠재부실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대출 심사 승인 과정이 수기로 진행되며 한도 금액과 약정 기간이 시스템에서 관리되지 않고 있는가 하면 대출 기한 연장이나 조건 변경도 전산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대부분 계좌에서 고시된 금리와 실제 적용 금리가 달라 고객 불만이 제기되는 등 여전히 잠재부실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금리 유형(변동, 고정), 상환 유형(원리금 균등, 만기 일시), 한도약정 시작일, 이자계산 규칙, 지연이자계산 규칙 등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KB뱅크는 1000억원 상당을 들여 준비한 차세대 전산 시스템(NGBS·New Generation Banking System) 구축을 올해 7월 마무리하려 했으나 최근 연기됐다.

이와 관련 KB금융 측은 “빠른 시일 내에 전산 시스템을 구축, 데이터·위험 관리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얼마만큼 이번 공언이 지켜질 수 있을지, 또 KB가 정상화 시점을 얼마나 앞당길지 예의 주시 중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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