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윤 대통령의 ‘돌’과 도편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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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4일 2025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지 않았다.
반드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말했던 돌을 맞더라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상황은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고 맞대응할 만한 고난의 행군이 결코 아니다.
아직 윤 대통령의 정치적, 법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나 규명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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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맞더라도 시정연설 했어야
국회의원 포함한 임기단축 개헌 해볼만
윤 대통령은 4일 2025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지 않았다. 반드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말했던 돌을 맞더라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합당한 조치로 화답하지 않고 ‘돌을 맞고 가겠다’ 했을 때는 거의 모든 언론이 비판했다. 비판 여론에 호응하지 않고 감내하고 가겠다는 마이동풍의 응답이었다. 오히려 아테네 민주정치의 도편추방(陶片追放/Ostracism)이 떠올랐다.
도편추방은 반민주적 전제군주를 쫓아내는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치 방식이다. 도자기의 조각이나 조개에 참주의 이름을 써 시민의 의견이 모이면 추방하는 제도였다. 국민투표를 통해 탄핵하는 제도와 다름없다.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오늘날의 투표용지를 ‘종이돌(paper stone)’이라 부르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상황은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고 맞대응할 만한 고난의 행군이 결코 아니다. 권력남용 의혹과 실패한 리더십‘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더구나 명태균과의 직접적인 통화내용이 드러나면서 영부인 문제를 넘어 대통령의 자신의 책임 논란으로까지 확산해 있다. 대선후보 경선 이후에는 교류가 없었다는 대통령실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났고, 그 내용도 대통령의 공천 개입 논란을 부를 만하다. 이런 시점에 예정된 국회 시정연설이었다. 여기에서는 오히려 대통령이 ’돌을 맞더라도 나서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였고, 감당해야 할 일이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국정농단’이라 규탄하면서 사실상 대통령 퇴진 운동으로 몰아갈 기세다. 지난 2년 반 동안 대통령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마이동풍, 동문서답의 대응으로 일을 키웠다. 이번 통화 녹취를 두고도 정치적, 법적, 상식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국정감사에 나온 대통령 비서실장이 상식적 여론과 동떨어진 답을 했다. 대통령은 정책성과로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과제라고 동문서답하더니, 내일 7일 모든 현안에 답하는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밝혔다. 과연 어느 정도의 쇄신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또 그런 대응으로 국면 전환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2016년의 탄핵정국이 8년 만에 재현되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되면 유신리더십의 실패가 검찰 리더십의 실패로 재현되는 셈이다. 물론 여러 다른 점이 있다. 아직 윤 대통령의 정치적, 법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나 규명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이 없다. 지난 2일에 시작했던 국정농단 규탄 집회도 아직은 야당 주도의 정파적 성격이 강하다. 더구나 그것을 주도하는 민주당이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고, 이번 11월에 그 위기의 분수령을 맞고 있다. 윤 정권에 맞서는 보편적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에서는 야당의 규탄대회를 이재명 대표와 진영 카르텔의 범법행위를 방탄하려는 장외투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실책과 영부인 의혹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사법적 책임 앞에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나서서 규탄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역공한다. 2016년의 국민적 촛불이 2019년 조국사태 등을 거치면서 정파적 촛불로 변질해버린 점도 달라진 환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체적 책임 여부와 내놓을 쇄신책에 대한 국민호응이 변수가 될 것이다. 물론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도 정국의 엄청난 변수다.
알만한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의 권력의 양대 주체가 이렇게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그대로 끌고 가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을 중도에서 하차시키기 위한 개헌을 거론한다. 차라리 대통령과 국회의원 모두의 임기를 단축하는 개헌이라면 해볼 만하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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