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냐"…복잡한 미 선거인단 제도

한지혜 2024. 11. 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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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미국 대선 개표가 5일 오후 8시(현지시간)부터 각 지역에서 시작됐다. 미 대선에선 전국 득표율이 아닌 각 주(州)별로 정해진 선거인단의 확보 숫자가 승패를 결정한다. 알쏭달쏭한 미 대선 선거인단 제도에 대해 정리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열린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대통령의 캠페인 유세에 참가한 주민들. AFP=연합뉴스


매직 넘버 '270'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전국 득표율은 46.1%로 48.2%를 얻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2.1%포인트 차로 뒤졌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 트럼프가 주요 '경합주(swing state)'인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에서 승리를 거둔 게 결정적이었다.

그 결과 트럼프는 대선 승리를 뜻하는 선거인단 확보 숫자, 이른바 '매직 넘버'인 270명(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을 넘어 306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힐러리의 선거인단은 232명에 그쳤다.

이처럼 트럼프가 단번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미 대선이 유권자와 대선 후보 사이에 선거인단을 두는 간접선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유권자는 대선 후보에게 기명 투표를 하지만, 사실은 이에 비례한 선거인단을 뽑는 식이다.

이 제도는 1787년 미국이 헌법을 제정할 당시 광활한 국가 규모와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의 한계 등을 고려해 도입됐다. 소규모 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대중의 인기만으로는 대통령이 선출될 수 없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래서 “복잡하고 다단계적이지만, 연방제와 민주주의 원칙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선거인단 수는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의 합산으로 정해진다. 상원의원은 2명으로 고정이지만 하원의원 수는 인구수에 비례한다. 그래서 인구가 많은 주일수록 선거인단 수도 많아진다. 가령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는 54명의 선거인단이,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주에는 최소 3명의 선거인단이 할당된다. 전체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를 통틀어 총 538명의 선거인단이 있으며, 이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이긴 자가 다 가진다


선거인단 제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승자 독식'이다. 특정 주에서 개표 결과 단 한 표라도 더 많이 득표한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텍사스주에서 50.1%의 득표율로 간신히 승리한 후보가 주 선거인단인 40명의 표를 싹쓸이하게 된다. 49.9%에 이르는 유권자의 표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로버트 L. 길더 선거 서비스 센터에서 한 직원이 투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구 비례가 아니기 때문에 소규모 주의 영향력이 줄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확실한 텃밭은 놔두고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자주 뒤바뀌는 경합주에만 집중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현재 주요 경합주는 위스콘신,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등 7곳이다.

2020년 대선 때는 경합주에 가짜 선거인단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친트럼프 공화당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가짜 공문을 만들어 서명하거나, 주의회에 집결하는 방식으로 가짜 선거인단을 꾸렸다는 것이다. 가담자 중 일부는 기소됐고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 내에서도 선거인단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가 논의되고 있다. 실제 득표 비례해 선거인단을 배분하는 등 직접선거 개념을 일부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네브래스카와 메인의 경우 승자 독식과 득표 비례 배분 방식을 혼합해 쓰고 있다.

People cast their early ballots at a polling station in Grand Rapids, Michigan, U.S. November 2, 2024. REUTERS/Carlos Osori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선거인단 제도 때문에 미국의 진짜 대선은 12월 중순이란 얘기도 나온다. 12월 중순쯤 선거인단이 한자리에 모여 공식 투표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 상·하원 선거로 새로 구성된 연방의회가 송달된 선거인단 투표를 집계하는 인증 절차를 이듬해 1월 6일에 진행한다. 이로써 신임 대통령 취임일인 1월 20일 전까지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다.

만에 하나 선거인단 투표가 무승부로 결론날 경우 미국 헌법 수정조항 12조에 따라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상원에서 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하원은 각 주에서 1표씩 행사하며, 최소 26표를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상원(총 100명)은 각 의원이 1표씩 행사하며, 과반수(51표)를 확보한 후보가 부통령이 된다. 만일 이 경우에도 승부가 나질 않을 경우, 의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부통령 당선인이 임시로 대통령직을 맡는다.


펜실베이니아 결과가 좌우?


이번 대선에선 초박빙 구도로 인해 쉽게 당선인 윤곽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승자와 패자 간 득표 차가 0.5%포인트 이내일 경우 자동으로 전체 재검표가 실시돼 최종 판정이 미뤄지게 된다.

펜실베이니아는 7개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핵심 격전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펜실베이니아의 벅스카운티와 랭커스터 카운티, 요크 카운티에서 “선거 사기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 결과를 두고도 '불복 선언' 등 긴 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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