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싣고 태연히 “주차돼요?”…“軍장교, 치밀 계획범죄”

권남영 2024. 11. 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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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군 장교, 동료 여성 군무원 살해 및 시신 훼손·유기 사건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춘천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피해자의 토막 시신이 발견된 강원도 화천 북한강 수색 당시 모습. 연합뉴스, 연합뉴스TV 보도화면 캡처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도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치밀한 계획범죄로 보인다는 범죄 심리 전문가들의 분석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6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인 A씨(38·구속)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피해자 B씨(33)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6시간 뒤 시신을 훼손하고, 이튿날 오후 9시40분쯤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체포 당시 순순히 응한 A씨는 경찰에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살해했다”며 우발 범행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현재까지 드러난 범행 과정을 종합하면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살해 이후 A씨는 부대 인근의 철거 예정 건물에서 직접 준비해온 도구들로 혈흔 등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시신을 훼손했다. 당시 시신을 차에 싣고 철거 예정 건물로 향하는 길에 공사 관계자를 마주쳤는데 그는 태연하게 “(여기) 주차하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살해 당한 30대 여성 군무원의 토막 시신이 발견된 강원도 화천 북한강 수색 당시 모습. 연합뉴스TV 보도화면 캡처


시신 유기 장소로는 10여년 전 근무해 지리적 특성을 알고 있는 화천으로 선정했다. 유기할 때는 시신이 금방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범행 뒤에는 B씨의 휴대전화로 부대 측에 “휴가 처리해달라”며 결근을 통보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에도 B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수법으로 생활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심지어 B씨의 가족과 지인에게도 메시지를 보내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전문가들 “사회적 지위가 범행에 영향…역량 총동원해 증거 인멸”

전문가들은 살해 이후 시신 훼손과 유기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보인 치밀함 등을 들어 사전에 살인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균 백석대 범죄수사학과 교수는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간 생각해왔던 것으로 보여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갑자기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피해자에 대한 살인을 일으킬 만한 동기가 이미 부여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또 소위 ‘엘리트 장교’인 A씨가 피해자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로 사회적 명예가 실추되거나 경력이 단절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급기야 피해자를 살해하고 그 흔적까지 모두 지워버리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의 신분을 살펴볼 때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일에 연루됐기 때문에 살인에 이르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상해치사 혐의로 그쳤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체를 훼손하고 유기한 것은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내재해있는 것”이라면서 “말다툼 자체는 범행의 동기가 될 수 없고 갈등이 일어나게 된 경위가 사건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고 매체에 설명했다.

'훼손 시신' 북한강 유기한 군 장교 구속심사. 연합뉴스


즉 군 내에서는 어느 계급으로 제대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이나 경제적 여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승진에 대한 절박감과 경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 등이 복합적으로 범행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표창원 프로파일러도 “범행이 그대로 알려진다고 생각하니 경력이 끝날 것 같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뇌 회전이 빠르고 전략을 세우거나 합리적 판단에 능한 직업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정신적 역량을 총동원해 증거 인멸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찰에서는 아직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투입해 심리분석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A씨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사이코패스 범죄는 낯선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지만 안면이 있는 지인 등을 상대로 하기도 한다”며 “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이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보복감을 느끼는데 그런 상황이 범죄의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수정 교수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기는 하지만, 사이코패스 판단의 근거가 될 만한 행동 양상은 보이지 않는다”며 “인지 능력이 뛰어난 만큼 완전범죄를 꾀하려고 범행했을 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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