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사관' 달려간 사람들, 김정은 면전에 인권 경고장

장희준 2024. 11. 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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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북한 UPR, 어떤 권고 나올까
10개 북한인권단체, 현지에서 활동 돌입
"생존권 보장하고 유엔 권고 이행하라"

유엔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점검하는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를 앞두고, 우리 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 대사관' 앞으로 달려갔다.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대신 핵 개발에 몰두하고, 청년들을 러시아에 파병하는 등 김정은 정권의 만행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 등 북한인권단체 10곳은 5일(현지시간) 스위스 주제네바 북한대표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서한과 인권상황 보고서 등을 북한대표부 측 우편 접수함에 넣었다. 단체들은 "북한은 주민들의 생존과 복지를 위해 써야 할 가용 자원을 핵 개발에 투입하고, 청년들을 러시아에 파견하는 등 군사적 무력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최민경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대표,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 신혜수 유엔인권정책센터 이사장, 리소라 모두모이자 국장,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북한정의연대 제공

성명에는 자유왕래를위한모임(F2M), 북한인권증진센터(INKHR), 국제민주주의허브(IDH), 북한정의연대(JFNK),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KFWI), 모두모이자(KOA), 물망초(MMC),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NKIVFA),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KWAFU) 등이 동참했다.

단체들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발간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북한 주민들은 기본적인 생존권,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도, 북한은 인권 개선을 위한 유엔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인권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그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며 UPR 권고사항을 즉각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들의 행동은 제4차 북한 UPR을 이틀 앞두고 시작됐다. 출국 전 한국에서 성명서를 먼저 발표했고, 올해 4월에는 UPR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대·개별 보고서를 제출했다. 각 단체가 낸 보고서에는 대표적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 등 김정은 시대의 '3대 악법'에 대한 지적과 강제실종 및 사형제도 남용에 관한 문제 제기,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에 대한 즉각적인 송환 요구 등 북한 당국에 대한 권고가 담겼다.

올해 8월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서 '납북·억류·강제실종 문제 국제연대를 위한 가족들의 호소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번 북한 UPR은 2019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네 번째 심사다. 북·러 군사적 밀착에 더해 '북한군 파병' 사태 등 문제들이 맞물려 있는 만큼 강도 높은 지적이 나올지 주목된다.

UPR은 대표적인 유엔 인권보호 메커니즘으로, 모든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심의하고 각국이 수검국을 상대로 법·제도·정책 등을 고치라고 권고하는 제도다. 다만 UPR 권고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그만큼 '인권 감사'에 나서는 각국의 권고가 명확해야 수검국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정부·민간 할 것 없이 외교적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통일부는 주한 외교관을 불러 모아 납북자·억류자·강제실종 문제에 대한 증언을 전달하고, 북한 UPR에서 이런 문제들이 제기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에는 제네바에서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 등이 참여하는 '2024 북한인권 국제대화'를 열기도 했다. 외교부도 시민사회 간담회 등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10개 북한인권단체들이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북한대표부 건물 앞에서 인권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의정의연대 제공

현장 활동에 나선 민간단체들의 노력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날 북한대표부 앞에 나선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과 최민경 북한감금피해자가족회 대표 등은 탈북민이자 북한에 의한 피해 당사자다. 이들이 북한 공관 앞에 선 자체로도 상징적 경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한별 소장은 오빠가 강제북송당한 뒤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고 아직까지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최민경 대표는 탈북 이후 중국에서 네 차례나 강제북송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 북한이 탈북민을 송환하는 과정에서 저지르는 만행을 다룬 '북한탈출기'라는 책을 냈다.

단체들은 북한 UPR 당일까지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부대행사로 '자유·존엄·희망을 위한 목소리 높이기' 행사를 여는 등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지난달 31일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강제실종 범죄를 추적한 보고서 '존재할 수 없는 존재'를 공개했다. 강제실종 범죄 상당수가 국가보위성(보위부)에 의해 이뤄졌다는 조사 결과가 담겼다. 북한 국무위원장 직속 기관의 조직적인 범죄 개입은 김정은 정권의 가해 책임을 시사한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묵인 내지는 방조 형태로 강제북송 문제에 사실상 협조해온 책임을 지적하는 증언 등이 수록됐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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