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윤 대통령, TK 이탈이 두려웠다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4월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용산이 현 상황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의 싸늘해진 민심입니다. 지난주부터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은 TK 지역 지지율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갤럽 조사의 경우 TK 지지율은 18%로 전국 평균(19%)보다 낮았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콘크리트 지지를 보내던 TK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듭니다.
실제 TK를 비롯한 핵심 지지층의 민심은 심상치 않습니다. 전통적인 보수지지층에선 윤 대통령이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하다시피한데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명태균 게이트'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핵심 지지층의 실망감이 극도로 치솟는 분위기입니다. 경제위기와 의료공백 등으로 '보수정부=유능'의 공식이 깨진 것도 보수층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대통령실에선 특히 TK 민심의 이탈을 상당히 걱정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승만을 제외한 역대 보수 대통령은 모두 영남출신이었습니다. 비영남권 출신인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수사 장본인인 윤 대통령에 대해선 취임 때부터 TK의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습니다. 뚜렷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윤 대통령으로선 TK가 돌아설 경우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집니다. 윤 대통령이 기회있을 때마다 이 지역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문제는 핵심 보수층의 이탈 움직임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점입니다. 일각에선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유사점을 들어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점치기도 합니다. TK마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건 탄핵의 전조 현상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TK 등 핵심 보수지지층의 생각은 다르다는데 무게를 싣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대이하의 국정 운영을 보이고있지만 대통령을 지켜줘야한다는 부채감이 아직은 크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반응에는 무엇보다 '박근혜 트라우마'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8년 전 탄핵에 동조했다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보수 세력이 처참히 궤멸한 경험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무너지면 곧바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들어설 거라는 '박근혜 학습효과'가 보수층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입니다.
결국 관건은 '김건희 특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게 된 것은 '최순실(최서원) 게이트' 특검수사로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확인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경우도 '김건희 특검'이 진행되면 탄핵 또는 임기단축이 불가피한 법적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은 검찰 등 사정기관이 윤 대통령 부부를 철통같이 보호해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유효할지 의문입니다. 보수층의 향배도 그때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언급된 한국갤럽 조사는 2024년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총 통화 9086명, 응답률 11.1%) 에게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해 100%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시행.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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