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 초순인데…이례적 늦더위에 전국 곳곳 '단풍 지각'

전북 진안군 구봉산이 단풍으로 물드고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 진안군. 연합뉴스

지각 단풍이 점점 '뉴노멀'이 되고 있다. 11월 초순인데도 단풍이 물들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

6일 기상청의 유명산 단풍 현황에 따르면 전날 기준 21개 산 모두 단풍이 들었다. 그러나 단풍이 절정에 이른 산은 절반인 11곳에 불과하다.

기상청 기준으로는 산 정상부터 시작해 산 전체의 20%에 단풍이 들면 '단풍 시작'이다. 80%에 단풍이 들어야 '절정'이라고 판정한다.

통상 중부지방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상순 사이', 남부지방은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 사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올해는 예년보다 단풍의 발걸음이 더디다.

내장산은 지난달 31일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한 것으로 기록됐다. 평년보다 11일 늦게 단풍이 찾아온 셈이다. 예년의 경우 11월 4일 내장산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만 올해는 절정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5일 오후 단풍이 물든 덕수궁 경내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장진영 기자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 관계자는 "시기상으로 단풍이 절정을 맞았을 것이라고 기대한 분들이 꾸준히 찾고 있어 탐방객 수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며 "다녀가신 분들은 실망을 토로하고, 방문 예정인 분들은 단풍 진행률을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지방에 있는 월악산도 지난달 21일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해 이달 5일에야 절정에 이르렀다. 월악산 단풍의 시작은 평년(10월 12일)보다 9일, 절정은 평년(10월 24일)보다 12일이나 지각했다.

서울 북한산은 평년보다 8일 늦은 지난달 23일 단풍이 들기 시작해 이달 4일 평년보다 일주일 늦게 절정에 달했다. 북한산 단풍 시작과 절정 모두 1986년 관측 이래 올해가 가장 늦었다.

부산은 이달 들어 근교산, 사찰, 도심 공원 주변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이달 중하순에 화려한 단풍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단풍이 늦은 이유는 이례적인 늦더위다. 일반적으로 단풍은 일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물들기 시작한다.

기온이 낮아야 단풍색도 선명하다. 올해는 1월부터 10월까지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예년보다 더웠다.

수령 800년 넘은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가을 자태. 연합뉴스

산림청은 지난 9월 올가을 단풍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6∼8월 평균기온이 최근 10여년(2009∼2023년) 평균보다 1.3도 높았던 점을 근거로 삼았다.

기후변화로 단풍이 드는 시기가 점차 늦어질 전망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단풍나무류는 단풍이 드는 시점이 매년 평균 0.39일, 참나무류는 0.44일, 은행나무는 0.45일 늦어졌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