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대장이 '땅 대장님'이라고?…초∙중∙고생 문해력 검사해보니
5일 오전 서울 정목초등학교 4학년 교실. 25명의 학생들이 20여 페이지로 된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책자를 받아들었다. 시험지를 펴자 교과서 책자 절반 정도에 들어갈 분량의 다양한 글들이 쏟아졌다. 40여 분의 시험 시간 동안 학생들이 읽는 글은 제각각이었다. 지문을 읽는 속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은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의 문해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치러졌다. 문해력은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맥락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참여 학년은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다. 올해로 두 번째인 진단 검사에는 지난해 두 배 이상인 525개교 9만 4000여명이 응시했다. 학교를 통해 신청을 받은 결과, 대상 인원 26만 명 중 35% 가량이 참여하기로 했다.
성낙경 서울 정목초 교장은 “글쓰기나 조별 활동 수업을 하다 보면 일부 뒤처지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며 “이 학생들이 어떤 점 때문에 수업을 따라오기 힘들어하는지, 학교에서 뭘 도와줄지 등을 파악하는 데 진단검사가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서행=서쪽으로 간다?…교사들 “문해력 진단 필요”
서울의 한 역사 과목 중학교 교사는 “예컨대 ‘토지 대장’이라는 단어를 가르쳐 줄 때는 반드시 토지 문서라는 뜻을 함께 가르쳐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초등학교 교사는 “안전 교육 시 ‘서행’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주면 ‘왜 서쪽으로 가느냐’는 질문이 들어온다”며 “수업 시간에 ‘이야기를 각색해보자’고 하면 색을 칠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는 한자 교육의 부재에 따른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성 세대보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한자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어를 사용하다보니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시험 후 학습 노력, 독서 병행 돼야”
진단 검사에 대한 현장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업은 잘 따라오는데도 가끔 의도와 전혀 다른 숙제를 해오는 학생이 있었는데, 문해력 테스트 수준이 낮게 나온 걸 보고 뭘 보충해야 할지 알게 됐다”며 “아침마다 단어·숙어를 공부하는 반도 생겼다”고 했다.
저학년의 경우 새로운 시험 형태를 접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는 평가다. 한 중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 본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푼 경험이 처음”이라며 “미리 공부하고 치르는 시험이 아니다 보니 지문만 봐도 답이 짐작되는 내신 시험 성적과 다른 결과가 나와 교사, 학생 모두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 역시 ‘수업 때 배운 내용을 외워서 보는 내신과는 확실히 달랐다’, ‘잡지를 보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는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독서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검사 출제에 참여한 한 초등 교사는 “문해력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맥락 속에서 어휘의 뜻을 파악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독서 등으로 다양한 글을 접하고 생활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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