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애의 시시각각] 탄핵 대신 개헌? 민주당의 뻔한 속
“정치적 언어는 거짓말이 진실하게 들리고 (…) 소망이 확고한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도록 고안되었다”고 한 이는 1946년의 조지 오웰이다. 3년 후 작품(『1984』)에 그 예를 담아냈다. 우리에겐 ‘빅 브러더’가 알려졌지만 사고의 영역을 좁힌 ‘신어(Newspeak)’, “고문자이자 보호자이며 심문자이자 친구”가 가능토록 한 ‘이중사고(doublethink)’ 등이 있다. 그가 만들진 않았으나 그의 영향이 뚜렷한 단어도 있다. 바로 ‘더블스피크(doublespeak)’다. 의미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하거나 위장·왜곡하고 뒤집는 언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접근법을 보며 더블스피크를 떠올렸다. 탄핵이란 단어만 덜 올릴 뿐 그들의 언행은 뚜렷이 탄핵으로 향한다. “정치적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당 20~30명꼴로 몰려 규탄했다고 주장한다(2일 ‘30만 명’ 집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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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야 '임기단축 개헌' 드라이브
개헌 동원한 정쟁…실현성 낮아
현 안보관으로 대안 될 수 있겠나
」
최근의 ‘임기단축 개헌’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혹은 2년 단축하는 내용의 부칙을 담은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퇴진을 앞당길 수 있으면서도 탄핵보다 실현 가능성이 큰 카드”라고 주장한다. 국회 가결 요건(재적 3분의 2)은 동일한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탄핵과 달리 국민의 판단(국민투표)을 요한다는 게 명분이라면 명분이다. 속내론 헌재에서 기각할 수 있으니 대신 ‘헌법 개정’ 방식으로라도 대통령을 하차시키고 싶다는 더블스피크다. 그네들이 혐오해 온 권위주의 통치자들이 개헌을 무기로 삼던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실현 가능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다들 개헌하자고 말하지만 방향에 대한 공감대는 적다.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대통령 중임제로 바뀐다? 더군다나 누가 등장할지 뻔한데? 8년 통치를? 국민의힘 의원 일부라도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하길 기대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위헌 문제도 있다. 헌법 제128조 2항에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돼 있다.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조항이니 괜찮다는 건 자의적 해석이다.
진정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투표인 명부를 작성할 수 없어서다.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는데 국회가 제때 개정하지 않아 효력을 잃은 지 오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잘 만들어도 개헌투표를 못 한다”고 한 게 2018년이다.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개정할 순 있겠으나 그런 국민투표법이 국민투표법으로 여겨지겠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시 ‘거대 야당 일방 의결→대통령 거부권→재의결 부결’의 무한루프에 빠진다.
노회한 거대 야당 전략가들이 이를 모른 채 개헌 드라이브를 건다고 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을 언제든 끌어내릴 수 있다는 다양한 신호가 필요했을 것이다. 왜 그런지 짐작할 것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지지자마저 부끄럽게 하는 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의 거대 야당이 대안이냐는 다른 문제다. 이 대표가 최근 국정원이 북한군 포로 심문조를 파견하겠다고 하자 “고문기술 전수라도 하겠다는 거냐”라고 했던데, 그 국정원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직속이었던 걸 아는지 모르겠다. 그때도 고문했다고 보나. 북한군 전력 참관단을 두곤 “파병 동의를 받는 게 상식”이라고 했던데, 전례를 보면 상식을 보완해야 할 건 이 대표로 드러났다. 북한의 풍선이 대통령실에도 떨어지는 현실에도 우리 정부를 “전쟁 획책한다”고 했던데, 북한을 향해야 할 비난 아닌가. 대통령의 제1책무는 국가의 생존이고 그 국가는 대한민국이다. 거대 야당과 이 대표가 엄중한 책무를 정쟁 소재로만 쓰는 걸 보고 경악한다.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고 믿지만 설령 덜 달라지더라도 지금의 이 대표와 민주당이 대안일까. 진퇴무로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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