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용기와 제대로 할 능력 [김성탁의 시선]

김성탁 2024. 11. 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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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획취재2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한다는 속보를 보고 기대감이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혹시 이번에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했던 기자회견이나 대담이 오히려 국민 목소리에 반응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낳았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회견을 알리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설명을 접하며 우려는 더 커졌다. 용산 고위관계자는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맞아 국민에게 지난 성과를 보고드리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관해 설명해 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용산 관계자는 “대통령의 입장 표명 결단이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졌다”라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윤 대통령의 음성이 담긴 명태균 녹취 공개 등 지뢰가 도처에 널렸는데, 국정 성과 보고라니…. 하기야 용산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지난 8월 기자회견 때도 현 정부가 일궈낸 성과라며 윤 대통령이 각각 20분, 40분가량 직접 설명하는 영상을 회견 전에 방송으로 내보냈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고 대구·경북에서까지 긍정 평가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한양대 교수 50여명은 어제 정권 퇴진 촉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러는 이유가 정부의 잘한 일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라고 여기는 걸까?

안타깝게도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31일~지난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74%가 ‘없다’ 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가장 잘못 한 일은 뭐냐는 질문에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꼽았다. 이쯤 되면 ‘입장 표명 결단’이 아니라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임을 용산 관계자들만 모르고 있는 건가.

「 윤 대통령 회견서 '성과 보고'라니
김 여사·명태균 의혹 등 사과해야
"돌 맞을 준비 안됐으면 취소하라"

윤 대통령은 위기에서 탈출할 기회를 여러 번 놓쳐 왔다. 우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KBS 대담에서 “박절하게 대하지 못해…”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함정 취재’인 것은 분명했지만, 국민 눈에는 대통령 부인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드라졌을 텐데,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대통령의 대처로 매우 부적절했다. 그런데도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관련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육성이 공개된 것을 두고도 “박절하지 못하신 분이다 보니…”(강명구 의원)라는 황당한 반응이 여권에서 나온다.

이번 기자회견에선 윤 대통령이 국민에 명확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실 사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은 억울한데 사과하면 밀리는 것 같고, 잘못을 인정한 뒤 책임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부담도 생긴다. 하지만 지루한 변명을 뺀 사과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 사과는 말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먼저 뭘 잘못 했는지 뚜렷하게 인정해야 한다. 이어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밝혀야 한다. 이러려면 윤 대통령과 용산 참모들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포함해 현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명확히 인식해야 할 텐데, 회견을 두고 볼 일이다.

사과가 듣는 이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게 하는 것은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용산 관계자들의 ‘입장 표명 결단’이란 표현 속에는 아직도 민심보다 대통령 심기 살피기에 급급한 무능한 참모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러니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과 김 여사 의중만 살피며 검찰의 ‘휴대폰 반납 방문 조사’를 견인했을 것이다. 그러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용산 회동에서 맞은편에 앉혀두고 훈계하는 듯한 사진을 내보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도 4대 개혁 추진에 방점을 찍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대 정원 증원만 해도 2000명을 갑자기 결정한 이후 빚어진 혼선이 조만간 1년이 될 판이다. 그럼에도 이를 해결할 능력이 정부에는 없어 보인다. 쓴소리하는 참모들은 이미 다 용산에서 나갔다는 소리까지 듣는 지경이라, 회견에서 보일 태도와 주제, 대통령의 표정까지 진정성이 전달되도록 조율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회견이 어떠해야 하는지 이미 국민들은 알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한 말과 비슷할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다 얘기하는 것이 옳죠.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아내를 보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려고 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집니다. 명태균과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대화했는지…. 돌 맞을 준비를 했겠죠. 그렇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게 낫습니다.”

김성탁 기획취재2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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