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기로에 선 50돌 ‘서독제’
새로운 영화는 낯설다. ‘왜 재미도 없는 영화를 만들었느냐’는 관객 불만과 ‘내 속을 들여다본 듯 공감되는 영화를 만났다’는 공감이 교차한다. 영화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는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도 평생 겪었다는 일이다. 난해하다는 비판을 외면하지 않고 그는 묵묵히 독립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자유로운 도전으로 한국 영화의 젖줄이 돼온 것도 독립·저예산 영화다. 액션 장인 류승완 감독이 재능을 떨친 계기도 신인 시절 공사판을 전전하며 어렵게 완성한 첫 장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였다.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가 최근 할리우드 리메이크되고 있는 장준환 감독도 동시대를 투영한 단편 ‘이매진 2001’(1994)을 통해 발견됐다.
올해 50회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는 이런 물밑 재능들을 발굴·지원하는 그 대표적 장이 돼왔다. 정부가 1975년부터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한 공동주최로 지원해온 배경이다.
이 지원금이 전액 삭감될 위기다. 영진위는 미디어 환경변화를 사유로 들지만, 올해 서독제 출품작수는 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화·드라마 제작이 멈춰서며 유휴 인력이 개인연출에 나섰고, 상영관 독과점 심화로 상영 기회가 줄어든 창작자의 수요가 몰린 결과다.
당사자인 서독제와 충분한 논의 없이 내년도 영진위 예산안을 통해 기습적으로 발표됐다는 것도 문제다. 아직 예산 확정까진 기회가 남았다. 한국영화 미래를 수혈해온 50년 노력이 이대로 흔들리게 된다면 영화계 전체의 손실임을 기억해야 한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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