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5년짜리 정권, '부산 보물섬' 파괴한다고?"

김병기 2024. 11. 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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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새뜸]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 5일 국토부 앞 규탄 집회

[김병기, 이경호 기자]

▲ '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은 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이경호
"우거진 100년 숲을 파괴하고, 자연생태도 1등급 산을 폭파하고, 수심 100m 이상의 바다를 매립하는, 이 돌이킬 수 없는 생태 학살 범죄를 멈춰야 한다."
"부산의 마지막 남은 보물섬을 파괴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 과정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리는 기껏 5년짜리 정권에게 천혜의 자연을 망가뜨리는 권한을 준 적 없다."
"세계는 개발이 아니라 돌봄, 나눔, 순환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데, 도대체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5일, 세종시 국토교통부(국토부) 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쏟아낸 날선 발언들이다. 이날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시민행동)은 국토부가 4차례에 걸쳐 유찰된 가덕도신공항 건설 부지조성공사의 입찰에 응한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특히 "4번의 유찰은 셈 빠른 건설사마저도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얼마나 무모하고도 위태로운지를 인정했음을 의미하는데도, 국토부가 이를 무시한 것"이라며 "10조 5천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면 사업비가 상승하고 지역경제 성장과는 무관한 대기업 특혜만 난무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병기의 환경새뜸' 현장 생중계 : https://www.youtube.com/live/TUX5IOTCJLM?si=1BzaiPajkGMchYZz

시민행동은 이날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으로 이동해 규탄 집회를 이어갔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서는 규탄 발언뿐만 아니라 공연과 종교의식이 어우러졌으며, 거리 행진과 국토부 면담도 진행됐다.

우선 국토부는 지난 10월 12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 참가자격 사전 적격심사' 입찰을 통해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전에는 입찰 참가 업체가 없거나, 단독 응찰로 4차례 유찰된 바 있다. 현대 컨소시엄은 2·3·4차 입찰에 단독 응찰했었다.

"바다 메우는 어처구니 없는 공사 계획 앞에서 분노"

이날 집회에서는 국토부의 수의계약을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첫 발언자인 강호열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가덕도 국수봉과 연대봉을 무너뜨려서 수심 100m, 200m의 바다를 메우는 어처구니없는 토목 공사 계획 앞에서 참담한 분노를 금할 길 없다"면서 "4번이나 유찰됐는데 국토부는 윤석열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서 10조원이 넘는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 '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은 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김병기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은 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김병기
이어 무대에 오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준영 사무국장은 "지난 6월에 종교인들이 기도하면서 걸었던 가덕도는 오랜 신비를 지닌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이자,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이었다"면서 "기껏 5년짜리 정권이, 아니 지금 상태로 가면 더 빨리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정권이 이런 자연을 좌지우지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관계자들도 무대에 올랐다. 김지윤 녹색당 사무처장은 "반민주적이고 반생태적인, 경제적으로도 무모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폭력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영국의 히스로 공항,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 등의 활주로 추가 건설 계획이나 터미널 신축 계획이 모두 답보 상태에 있거나 백지화됐는데,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가덕도 신공항은 시대를 완전히 거스르는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계획"이라고 성토했다.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 민생특별위원장은 "대한민국 15개 공항 중에 11개가 10년 이상 만성 적자"라면서 우리나라 적자 공항의 형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무안공항은 992만이 이용할 줄 알았답니다. 작년에 얼마나 이용했는지 아십니까? 25만이 안 됩니다. 경북 울진에 공항은 지어놓고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어서 비행 훈련장으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은 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이경호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은 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이경호
송순옥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5차 생물다양성 협약의 당사국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지구상의 육지와 바다의 30%를 보호지역 구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세계는 개발이 아니라 돌봄, 나눔, 순환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날 집회에서의 발언이 끝난 뒤 시민행동은 국토부의 수의계약 결정 철회와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80% 규모를 차지하는 부지조성공사 사업에는 10조 5천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경쟁 입찰도 아닌 수의계약으로 추진한다면 사업자 편익에 우선해 사업비가 상승될 것은 불보듯 뻔한 사실이다.

4번의 유찰은 셈이 빠른 건설사마저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얼마나 무모하고도 위태로운지 인정했음을 뜻하는데, 국토부는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가덕도 신공항 2029년 개항이라는 무모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공사업은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감시와 견제를 통한 투명성과 공정성의 원칙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수의계약은 이러한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이어 "가덕도는 10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켜온 동백나무 수천 그루 군락지와 졸참나무 군락지, 우뚝 솟은 국수봉과 연대봉, 그 봉우리들을 지표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 상괭이를 비롯한 다양한 물살이들, 선사시대부터 근대 역사의 발자취를 담은 유적들, 그리고 이름 없이 가덕도를 지켜온 귀한 모든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폭주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숲을 베고 산을 폭파시키고 거기서 나온 돌과 모래, 흙을 밀어 넣어 앞바다를 메우는 공사를 해서 가덕도의 동물, 식물, 역사, 유적, 숱한 목숨들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지워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은 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김병기
 ‘가덕도신공항 건설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은 5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이경호
시민행동은 "기후위기가 무섭게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 우리가 잃었던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부산의 마지막 남은 보물섬을 파괴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 과정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수의계약 철회와 신공항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시민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이어 국토부와 환경부 청사를 한 바퀴 돌면서 30여분간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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