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도, 임원도 분열…임시주총 앞둔 한미사이언스, 편가르기에 몸살
경영권 갈등 중인 한미약품그룹이 지속적인 편가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3자 연합(모녀·대주주)과 형제 측의 세력 대결이 본격화하면서다. 계열사 대표들과 소액주주 연대는 양측으로 갈려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제약업계 맏형 격인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갈등이 1년 내내 이어지자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형제 지지한 계열사들
한동안 잠잠했던 한미약품 경영권 공방이 다시 불붙게 된 것은 지난 4일이다. 이날 3자 연합이 경영 중인 한미약품을 제외한 한미약품그룹 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인트라넷을 통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외부 세력이 개입하며 한미약품이 독립경영을 선언하는 등 그룹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 경영에 참여한 것을 두고 ‘외부 세력의 개입’이라고 저격한 것이다. 이들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 문외한인 단순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고 있다”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일부 주주의 잘못된 경영 간섭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 이동환 제이브이엠 대표,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등이 참여했다. 지난 3월 OCI그룹과 통합 선언 당시 송 회장 모녀 측을 지지했던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와 송 회장의 추천으로 OCI 산하 부광약품 대표로 내정됐던 우기석 현 온라인팜 대표도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매우 고도화된 전문성과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외부인들의 욕심으로 한미약품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을 안타까워한 계열사 대표들이 성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7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3자 측 한미약품 ‘반박’
그룹 계열사 대표들의 공동 성명에 대해 3자 연합 측은 즉각 반박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오너 독재 경영의 폐해가 드러난 현실”이라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계열사 대표들의 갈등과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왜 6개월도 되지 않은 계약직 인물 몇 명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냐며 “떠나면 그만인 그들에게 왜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종훈 대표 측이) ‘투자’라는 탈을 쓰고 한미약품그룹의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며 “특정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려 하거나 제3의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8월 지주사로부터 독립 경영을 선언하고 인사팀, 법무팀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시행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독단적인 지주회사 경영 방식을 건강하게 견제하고 지주회사의 위법 행위에 침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오는 11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를 열고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소액주주도 분열
양측은 이달 말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정원을 확대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3자 연합은 이사회 정원을 늘려 우호 이사를 추가하려고 한다. 다음 달 19일에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는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박재현 대표 해임안’에 대한 표결도 예정돼 있다.
소액주주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이준호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 1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과 간담회를 가진 결과 소액주주들과의 이해관계가 가장 유사했다”며 “3자 연합 공개지지한다”고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지지를 철회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협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갈등이 장기화하는 데 우려하고 있다. 직원들도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중 계속되는 공방으로 한때 국내 신약 개발의 선두에 있던 한미약품이 본업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내홍을 빨리 수습하고 제약사업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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