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300일... 괜찮다, 괜찮아진다
[소현숙 기자]
▲ 연대버스 문화제 중 노래에 맞춰서 고공 농성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 지혜복 |
1월 8일,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이 옥상에 올랐다. 혹한, 폭염을 지나 고공농성은 300일이 되었다. 이들에게 연대하기 위해 11월 2일, 전국에서 '연대버스'가 떴다. 천여 명이 두 사람이 있는 고공 농성장 앞에 모였다. 소현숙 고공 농성자가 느낀 그날의 감상을 정리했다.
▲ 고공농성장에 응원의 메시지가 적힌 형형색색 만국기가 걸렸다. |
ⓒ 황상윤 |
고공 300일 당일, 사람들이 많이 왔다. 첫 감정은 안도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바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자기 일처럼 회사에 화내고, 우리에게 끝까지 연대할 거니까 힘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용기를 얻었다. 이제까지 잘 버텨온 것에 대한 위로도 받았다. 뒤에서 믿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받았다.
▲ 연대버스 문화제에서 노동가요 '내일의 노래'에 맞춰 두 고공농성자가 춤을 추고 있다. |
ⓒ 황상윤 |
조합원들이 다 같이 '노동의 꿈' 노래를 부를 때도 가사가 다 내 이야기 같았다.
'땀 흘리며 일만 했던 내가... 돈 못 벌면 못 번다고 잘라내고 돈 잘 벌면 잘 번다고 끝없는 노동...'
기를 쓰고 일만 했던 지난날의 내가 생각났다. 공장 잘 돌아갈 때 일주일에 72시간씩 일했던 기억도 났다. 회사한테 서러웠던 게 연대버스에서 터져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동지들이 많이 위로해 줘서 고마웠다. 울고 나니까 시원했다.
▲ 문정현 신부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연대버스 문화제에 참여해서 무대를 바라고 있다. |
ⓒ 황상윤 |
문화제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질 때,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저 분들도 일상으로 돌아가는구나.' 사람은 한 명이라도 있다가 없으면 티가 나는데, 그 많은 인원이 사라지고 공장이 텅 비니까 조금 공허했다. 하지만 '오늘 300일 잘했으니까, 감정 잘 추스르고 앞으로 투쟁도 잘하자'고 생각하며 잠들었다.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 300일 연대버스 문화제에서 제안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대표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 황상윤 |
연대버스 하루 지난 오늘, 고공농성 301일차다. 의외로 덤덤하다. 그냥 또 하루가 밝았다. 300일 동안 달려왔지만 다시 또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연대버스 동지들께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동지들, 솔직히 앞이 보이지 않는 투쟁이라서 답답하지만 계속 버티고 또 버텨서 반드시 결론을 얻을 거니까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소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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