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지율 10%대 떨어지자 '탈윤' 조짐…낮엔 친윤 밤엔 친한도 등장

김기정, 윤지원 2024. 11. 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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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 말 중에 틀린 말이 어딨느냐.”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TK(대구·경북) 중진 A의원이 최근 한 비한동훈계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 대표를 대통령실로 불러 그렇게 홀대한 것은 잘못”이란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의원은 5일 통화에서 “자신이 더는 ‘친윤’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2022년 12월 7일 당시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 모임 '국민공감'의 출범모임 사진. 연합뉴스

여권에서 친윤계의 ‘탈(脫)윤’ 조짐이 일고 있다. A의원과 영남 재선 B의원의 사례가 자주 언급된다. B의원은 최근 주변에 “한 대표가 주장한 특별감찰관 임명을 윤 대통령이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한 대표의 주장과 흡사한 논리를 펼친다고 한다. 이외에도 국민의힘에선 “내가 왜 친윤이냐”며 손사래 치는 의원도 드물지 않다.

낮엔 친윤, 밤엔 친한동훈(친한)계 행세를 하는 이른바 ‘주윤야한(晝尹夜韓)’ 사례도 등장했다. 초선 비례대표인 C의원이 대표적이다. 지난 전당대회 때 한 대표 캠프에 보좌진을 파견했던 C의원은 그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철수시켰다. 주변에 ‘한 대표를 지지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한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자 캠프 해단식에 얼굴을 내밀어 뒷말을 낳았다. C의원은 최근 한 대표가 주재한 친한계 모임에 불참했는데, 당 관계자는 “반한 성향을 지닌 자신의 연고지 광역단체장과의 관계 때문에 공개 행동을 삼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D의원이 최근 친한계 모임에 참석한 것을 두고선 친윤계에서조차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모임 참석 이후 그는 주변에 “단순히 한 대표와 식사하는 자리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그를 보는 친윤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친윤 성향의 중진 E의원이 1일 친명계 핵심 인사가 포함된 복수의 민주당 의원과 점심을 함께한 것도 정치권의 묘한 해석을 불렀다. 그날 점심이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을 부른 윤 대통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간의 통화 녹음이 공개된 직후였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친한계 의원들을 긴급 소집,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탈윤 움직임을 두고 당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서 영예로웠던 친윤 딱지가 멍에가 되자 나타난 현상”이라고 자조했다. 다만, 이들은 조심스럽게 탈윤 행보 중이다. 여기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경험이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대통령실 출신의 여권 인사는 “친윤 딱지를 족쇄로 여기지만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벗어던질 경우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지는 게 두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가량 남은 것도 이들의 공개 행보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지역 현안을 해결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척을 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친한계에선 “예산 정국이 마무리되는 12월 이후 의원들의 탈윤 및 친한계 합류 흐름이 커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탈윤 의심을 받는 인사들이 최근 들어 한 대표나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보수 진영 잠재 대선 주자에게 만나자고 요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김기정·윤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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