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사태 1년 겪은 두산, 선수 중징계는 피했지만
[이준목 기자]
▲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가대표 출신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2024년 3월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KBO는 11월 4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KBO는 두산 소속 투수 이승진, 제환유, 포수 안승한, 장승현, 내야수 김민혁, 박계범, 박지훈, 외야수 김인태 등 총 8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들에게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사회봉사 80시간의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KBO "선수들이 선배 선수의 강압과 협박에 의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구단의 조치로 시즌 대부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이와 같이 제재를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추가로 KBO 차원에서의 출장 정지나 제재금 등의 징계는 내려지지 않았다.
또한 KBO는 "소속된 선수들 전원을 대상으로 약물 처방에 대한 관련한 철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구단의 선수 처방 내역 관리 등을 강화해,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대를 받은 선수들은 병원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대리 처방 받아 오재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오재원은 현역 시절부터 소속팀 후배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대량의 약물 대리 처방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재원은 현역을 은퇴한 뒤 방송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4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되며 야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7월 26일 열린 1심에서는 오재원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8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프로그램 이수와 2400여만 원 추징금 부과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오재원에 대해 "마약 동종 범죄로 조건부 기소유예라는 관대한 처분을 받고도 수개월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수사가 시작되자 범죄 은폐 의도로 지인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했고, 자수하려는 피해자에게 폭행과 협박을 저지르는 등 죄질과 수법이 불량하다"고 실형의 이유를 밝혔다.
두산 구단은 오재원에 관한 소식을 접한 이후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오재원의 요구로 대리 처방을 받은 것으로 8명의 선수가 자진 신고했고, 두산은 이들을 4월 초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오재원 사태의 직격탄을 맞게 된 두산으로서는 한창 2024 시즌이 진행되는 중에 선유연한 수단 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오재원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은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1, 2군을 포함한 두산의 모든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8명 중에서 1명을 약식 기소 처리했고, 나머지 7명은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다.
한때 '두산 레전드'로 불리우던 오재원이 범죄자로 전락한 것은, 구단의 명예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히며 일년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산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는 간신히 성공했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KT에 2연패로 업셋을 당하며 허무하게 퇴장했다.
오재원 사태, 프로야구단에 경종 울리는 계기 돼야
한편으로 이번 오재원 사태는 두산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야구단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할 필요가 있다. 오재원 사태에서 '약물 관련' 이라는 사안보다도 어쩌면 더 위험하고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프로스포츠에서 특유의 엄격한 선후배간 위계질서나, 페쇄적인 선수단 문화, 스타 선수의 팀내 권력화같은 요소가 언제든 범죄행위에까지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전례를 남겼다는 데 있다.
두산 구단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도 있다. 한때 팀의 주장이자 상징적인 고참급 선수가 선수단 내부에서 위계를 이용해 강요나 협박 등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가해자가 은퇴할 때까지도 내부에서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하여 결국 지난 1년간 팀은 비싼 댓가를 치러야했다.
오재원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고, 관련 선수들은 경징계를 받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야구단 내부의 수평적인 선수단 문화나, 힘 없는 무명 선수들을 위계에 의한 불이익에서 안전하게 보호할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소통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등은 숙제로 남았다. 두번 다시 프로야구에 '제 2의 오재원'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으려면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시나리오 총정리
- 세금 안 내려고, 최상위층은 이런 짓까지 한다
- 대학교수 시국선언 봇물... 한양대 교수 51명 "윤 대통령 즉각 퇴진"
- 7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 주제·시간 무제한 '끝장토론' 한다
- '외자 유치 국책사업'이라더니...기막힌 행담도 개발 비리
- 정수기와 텀블러만 챙겨도 캠핑이 확 달라집니다
- 유족이 그토록 듣고 싶던 말... 연쇄살인 판결이 준 위로
- [오마이포토2024]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 시위 이끄는 촛불행동 사무실 압수수색
-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가 가져올 위험한 한반도의 미래
- 한동훈 또 '패싱'당했나? "추경호 용산 간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