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 후 노래방 간 박대성…허리춤 흉기 찬 채 업주 노렸다

최경호, 황희규 2024. 11. 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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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를 받는 박대성이 지난달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서 길을 걷던 10대 여성 청소년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 씨의 신상 정보를 국민의 알권리·수단의 잔인성 등을 고려해 지난 9월 30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전남 순천시내에서 일면식도 없던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대성(30·구속)이 후속 살해 대상을 물색한 혐의까지 적용해 기소했으나 박대성은 첫 재판에서 이를 부인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김용규)는 5일 살인과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대성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박대성이 A양(18)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에도 흉기를 소지한 채 노래방 업주 등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검찰 “2차례 추가 살인 시도”


살인 혐의를 받는 박대성이 지난달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서 길을 걷던 10대 여성 청소년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 씨의 신상 정보를 국민의 알권리·수단의 잔인성 등을 고려해 지난 9월 30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박대성은 지난 9월 26일 오전 0시42분쯤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변에서 귀가 중이던 A양을 쫓아가 흉기로 살해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 설명에서 “박대성은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800m를 이동하다가 수회 공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대성이 A양 살해 후 흉기를 소지한 채 2차 살해를 목적으로 홀로 영업장을 운영하던 여성만 골라 살인을 시도하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측은 “박대성은 흉기를 숨긴 채 밤늦은 시간 혼자 영업하는 여성 업주 등 쉽게 제압이 가능한 사람을 물색했다”며 “2회에 걸쳐 타인을 살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대성 “접객원 불러달라” 살해 기회 엿봐


지난 26일 전남 순천시에서 30대 남성이 10대 여고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남성이 여고생 뒤를 쫓아가는 모습. 사진 JTBC 캡처
검찰에 따르면 박대성은 A양 살해 후 인근 주점을 들어갔다가 업주가 “왜 신발을 신고 있지 않냐”고 경계하자 가게를 뛰쳐나갔다.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찜닭가게로 돌아가 운동화를 신고 인근 노래방으로 향했다. 찜닭가게와 노래방은 140m 떨어져 있다.

박대성은 이후 노래방에 들어가 맥주 3병을 주문하고 접객원을 불러달라고 했다. 당시 그는 3차례에 걸쳐 업주에게 ‘문을 닫고 들어와 앉으라’고 요청했으나, 업주는 “손님이 오는 것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열어둬야 한다”고 거절했다.


허리춤에 흉기 찬 채“문 닫고 앉으라”


지난 9월 30일 전남경찰청이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한 순천 10대 여성 살해 피의자 박대성. 사진 전남경찰청
검찰은 공소사실을 설명하면서 “박대성은 노래방에 들어갈 때 흉기를 오른쪽 허리춤에 찬 뒤 티셔츠로 흉기를 덮어 숨겼다”며 또 다른 살인을 준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주점과 노래방에서 업주를 살해할 기회를 엿보았으나, 주점에는 다른 손님이 있었고 노래방에서는 다른 방 손님이 문을 열고 노래를 부르고 있어 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대성 측 변호인은 “(A양)살인 혐의는 인정한다”며 “다만 살인예비 혐의와 관련해선 2차 살인을 목적으로 대상을 물색했는지 부분은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대성, “기억 안 난다”…유족들, 엄벌 촉구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변 화단에 '10대 여성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이 놓은 꽃과 과자. 뉴스1
재판부는 박대성에게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 ‘알지 못한다.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답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대성은 “네”라고 답했다. 앞서 박대성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살인은 인정하나, 살인 목적의 2차 범행은 모르겠다. 기억에 없다.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보던 피해자 가족과 지인들은 박대성을 엄벌에 처해 달라고 촉구했다. A양 어머니는 재판 도중 손을 번쩍 든 후 “왜 우리 딸을 죽게…”라며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발언권을 줬으나 A양 어머니는 오열하며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를 본 유족과 친구들은 눈물을 쏟아내며 탄식과 한숨을 내쉬었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 측 변호인은 엄중한 처벌을 통해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며 “피해자 지인들로 보이는 친구들도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순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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