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언어·전통 보존해요” NYT, 찌아찌아족 조명

최민우 2024. 11. 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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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용해 고유 언어를 보존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민족 정체성 보전의 성공사례로 조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찌아찌아족의 아이들이 한글로 '찌아찌아어'를 배우는 현장을 소개하며 "찌아찌아족의 언어는 수 세기 동안 구두로 전해져왔다"며 "한글을 통해 부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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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교재로 찌아찌아어를 배우는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초등학생들이 한글날을 맞아 한국에 인사를 전하는 모습. 한국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 제공


한글을 사용해 고유 언어를 보존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민족 정체성 보전의 성공사례로 조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찌아찌아족의 아이들이 한글로 ‘찌아찌아어’를 배우는 현장을 소개하며 “찌아찌아족의 언어는 수 세기 동안 구두로 전해져왔다”며 “한글을 통해 부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중부 부톤섬에 사는 소수민족이다.

인도네시아는 300여개의 민족이 700개가 넘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문자가 없어 인도네시아 공식 언어인 바하사 인도네시아어에 잠식돼 사라져 가고 있다.

총인구가 10만명이 채 안 되는 찌아찌아족도 표기법이 없어 고유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지역 원로들과 학자들은 찌아찌아어가 음절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아랍어 등을 이용해 표기법을 연구했다. 부톤섬에는 아랍어로 쓰인 올리오 방언이 1500년대부터 쓰여 왔다.

이 과정에서 찌아찌아어가 아랍어보다 한국어와 더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2009년 한국 학자들은 바톤섬을 방문해 한글을 전파했다. 한글을 가르칠 교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020년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사전이 발간되면서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현재 찌아찌아족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한글로 고유 언어를 배운다. 이를 위한 자체 교과서도 존재한다. 찌아찌아족이 다수 거주하는 바우바우시 소라올리오에는 거리와 학교, 공공기관 등의 명칭이 로마 알파벳과 한글로 함께 표기돼 있다.

한국 학계는 그간 여러 차례 문자 체계가 없는 민족에 한글을 전파하려 시도했으나, 성공한 사례는 찌아찌아족이 유일하다고 NYT는 전했다.

서울대학교에서 한글을 배워 현지에 전파한 찌아찌아족 원주민 아비딘은 NYT에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한글을 빌려왔다”면서 “옛 한글과 현대의 한글을 섞어서 독특한 찌아찌아의 것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한글 도입이 문화적 지배로 이어지거나 공동체 정체성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외국 언어와 혼합이 보존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미럴 타밈 전 바우바우시장은 “언어는 공동체의 부이자 유산”이라며 “언어는 부족의 문명을 보여주고 고유 알파벳이 없는 언어는 그 진정성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의 문화는 다양하며 회복력이 있다. 다른 문화의 유입을 차단하지 말자”며 “전통 언어를 보존할 방법이 있는데 왜 그 언어가 멸종하게 내버려 두는가?”라고 반문했다.

라 오데 알리르만 사회학자는 “언어가 사멸하면, 그 부족의 정체성과 그 지역의 지혜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민담을 기록함으로써 우리는 지역의 지혜와 조상의 역사, 기억, 부족의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 전수해 간직할 수 있다”며 찌아찌아어 보존의 의의와 중요성을 설명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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