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철책 둘러싸인 백악관…"내전 방불" 공포의 대선 막 올랐다

강태화 2024. 11. 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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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전역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철책이 들어섰다. 철책으로 둘러싸인 백악관 인근엔 무장한 국가방위군이 배치됐고, 공중엔 감시 드론이 분주하게 날아다녔다.

대선 전날인 4일(현지시간) 비밀경호국 요원이 백악관 인근에 2미터가 넘는 철책을 설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머물 워싱턴 하워드 대학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표 결과를 지켜볼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 주변도 철책으로 가로막혔고, 투표일인 5일 오후부터는 교통까지 통제될 예정이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세력의 폭동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상화 된 ‘분노와 공포’…트럼프 “부정은 그들의 장기”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번 선거에 대해 “유권자들을 대선을 분노와 공포의 선거”로 느끼고 있다고 평가하며 자칫 2021년 1월 6일 발생했던 ‘의회 폭동’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시 폭동을 부추긴 혐의를 받고 있는 트럼프는 이번에도 선거 막판 선거 조작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결과를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선거가 공정할 경우에만 수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들(민주당)은 부정을 저지르고 있고, 그것(부정선거)가 그들이 잘하는 유일한 일”이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


극우단체 SNS 통해 “피할 수 없는 내전 준비”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대선 패배시 불복의 명분을 쌓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입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열성 지지층을 비롯한 극우 세력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됐다.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장 주변에 저적용 총기를 배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6 사태’의 주요 선동자인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의 구성원들은 SNS에 “민주당이 수백만 장의 가짜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는 게시글을 다수 게시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는 그들에게 총을 쏴야한다”거나 실제 총기 사진을 공개하며 “11월에 대비해 준비해 둔 것”이란 의견까지 공유하는 중이다. 트럼프 패배시 대선 불복 방식에 대해 “피할 수 없는 내전”이라거나 “불법 유권자를 사살하라”는 과격한 글도 다수 확인된다.


1월까지 워싱턴에 전국 주방위군 총동원

미 국방부는 이날 “최소 24개 주(州)가 1월 차기 대통령 취임식까지 관련 보안을 위한 주방위군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주요 시설에 대한 방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장 인근에 경찰 병력이 장갑차에 탑승한 채 경비를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국 투표소는 선거 당일에 발생한 사태에 대비해 내전을 방불케하는 비상 조치에 돌입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네바다주와 워싱턴주에는 이미 국가방위군이 배치됐다. 네바다는 남부 ‘선벨트’에 위치한 경합주이고, 워싱턴 주에선 지난달 사전 투표함 화재로 투표 용지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다.

남부의 핵심 경합주인 애리조나의 개표소 주변엔 드론의 감시 속에 방어 진지에 가까운 방어라인이 구축됐다. 직원들에게는 방탄복이 지급된 상태다. 일부 주 투표소 직원들에게는 긴급 상황을 알릴 수 있는 비상버튼이 설치되기도 했다.


‘확정’에 최장 13일 걸리는데…트럼프 “당일 연설할 것”

미국 대선의 당일 본투표는 5일 0시(한국시간 5일 오후 2시) 뉴햄프셔 산간 마을 딕스빌노치에서 시작됐다. 이곳을 제외하면 동부를 시작으로 오전 5~8시부터 오후 7~9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 직후 개표가 시작되지만, 본투표 결과를 집계한 뒤 진행되는 우편 투표에 대한 개표를 완료하고 최종 집계가 나오기까지는 최장 13일이 걸릴 거란 관측도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특히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전체 미국 유권자 2억 500만명 가운데 7820만명이 이미 현장 및 사전투표를 마쳤다. 일반적으로 민주당 유권자들의 사전투표 참여율이 높아, 개표 막판 해리스에 대한 득표율이 급격하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선거 당일 밤 승자가 드러날 것이며, 적절한 시기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우편 투표가 개봉되기 전 상황을 기준으로 당선발표를 하겠다는 의미다. 이 역시 선거 결과가 우편 투표로 뒤집히는 상황에 대비한 불복용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기습 당선 선언이 나올 경우 “공식 결과를 기다리라”는 내용의 광고를 쏟아낼 계획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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