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 않나" 묻자 침묵…'女군무원 살해' 軍장교 영장심사[영상]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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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도주 우려 있다 판단 영장 발부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결국 사회로부터 격리됐다. 춘천지법 박성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5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청구된 A씨(30대 후반)의 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이날 오전 10시45분쯤 춘천지법에 도착한 A씨는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으냐,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에 물음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A씨는 곧바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법정으로 들어갔다.

A씨는 약 10분 동안 이뤄진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한다. 이어 30분 만에 법정에서 나온 A씨는 또다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랐다.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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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확인 위해 디지털포렌식 의뢰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발생 이전부터 B씨(33·여)와 갈등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이 맞는지 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A씨와 B씨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한 상태다. 다만 B씨 휴대전화를 A씨가 심하게 파손한 상황이라 복귀 가능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경찰은 계획범죄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시신을 유기한 다음 날 A씨가 B씨 휴대전화로 부대 측에 ‘남은 근무 일수를 휴가 처리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A씨는 또 B씨 가족과 지인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시신을 훼손한 점으로 미루어 범행을 미리 계획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부터 두 사람 간에 갈등이 있었는데 사건 당일 해당 갈등이 폭발한 것 같다”며 “디지털포렌식 결과가 나오면 A씨의 진술이 모두 사실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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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 당시 혐의 모두 인정

중령 진급 예정자인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과천시 부대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승용차에서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임기제 군무원 B씨와 말다툼을 하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 시신을 옷가지로 덮어뒀다가 퇴근 후인 오후 9시쯤 부대 인근 공사장에서 훼손했다. 이어 다음날 오후 9시 40분쯤 자신이 10여년 전 근무했던 강원도 화천군으로 가서, 시신과 범행 도구를 북한강변에 버렸다고 한다.

A씨는 유기 당시 시신 봉투에 돌덩이를 함께 넣어 떠오르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일주일만인 지난 2일 오후 2시 36분쯤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 인근 북한강에서 시신 일부가 떠올랐다.

지문ㆍDNA 분석으로 B씨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분석해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어 지난 3일 오후 7시 12분쯤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도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