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조업해요… ‘전기료 인상 폭탄’ 철강사들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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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전기로 제강사인 동국제강은 지난 6월부터 인천 전기로 공장을 야간에만 운영하고 있다.
건설 경기 악화로 철근 수요가 감소하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전기요금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밤에 공장을 돌린 것이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불황기에서는 생산 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공장을 돌리면서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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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전기로 제강사인 동국제강은 지난 6월부터 인천 전기로 공장을 야간에만 운영하고 있다. 건설 경기 악화로 철근 수요가 감소하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전기요금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밤에 공장을 돌린 것이다. 직원들은 반년째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야간 조업이 언제 끝날지는 기약이 없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더 올랐기 때문이다.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산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발전과 탄소 중립으로의 전환기에서 전기의 필요성은 나날이 커진다. 산업계에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특정 산업군에 전기요금 부담을 더 지우는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했다. 동국제강이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용량 고객이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올랐다.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인상했다.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인상 이후로 동결 중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하며 “산업용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6위다.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요금 인상을 해도 우리나라 요금이 아직도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산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라고 지적한다.
아시아 주요국의 전기요금은 한국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말레이시아는 1kWh당 100원, 중국은 100원 이하다.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 또한 평균 전기요금이 1kWh당 105원 수준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4 탄소중립 세미나’에서 “한국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이 이렇게 비싸서는 경쟁력이 없다”며 “전기요금을 현실에 맞춰 조정하지 않는다면, 전기로부터 생산되는 부가가치가 줄어들 것이고 우리나라 산업은 그 혜택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불황기에서는 생산 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공장을 돌리면서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전기요금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7월 발표한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전력수급 애로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전력 의존도는 83%에 달한다. 전력 의존도는 특정 산업에서 사용하는 총 에너지 사용량 중 전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석유화학의 전력 의존도는 14%, 철강은 11%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시 특정 산업군에 부담이 집중돼선 안 된다”며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설비 투자 지원금이나 세금 감면 등의 정책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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