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 사람 다리가 있어요!” 시신 훼손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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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2시45분쯤 112에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B씨는 완전범죄를 꿈꾸기라도 한 듯 A씨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훼손된 시신이 담긴 자루에는 쉽게 가라앉게 하기 위한 돌덩이도 들어 있었다.
B씨는 다음 날인 26일 오후 9시40분쯤 강원 화천군으로 이동해 북한강변에 시신과 범행 도구를 내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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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죠? 사람 다리처럼 보이는 게 화천 체육관 앞 북한강에 떠 있어요!”
지난 2일 오후 2시45분쯤 112에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처음부터 살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현장에는 경찰 200명과 잠수사 21명, 보트 10대, 수색견 8마리, 드론 2대가 투입됐다. 이틀간 이어진 집중 수색 결과 피해자의 시신 일부가 담긴 비닐 자루 10여개가 발견됐다. 시신은 수색 사흘 만에 모두 인양됐다.
피해자 신원은 금세 확인됐다. 현장에서 확보된 유류품을 분석하고 신체 일부에서 나온 지문, DNA를 감정한 결과다. 피해자는 경기 과천의 한 군부대에서 임기제 군무원으로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여성 A씨. 경찰은 A씨의 통화 기록과 가족 탐문, CCTV 분석 등을 통해 30대 남성 B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A씨 시신이 담긴 자루에서도 B씨의 지문이 검출됐다.
경찰은 B씨의 동선을 추적해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그의 차량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주변을 탐문하던 중 한 시민으로부터 모자와 마스크를 쓴 수상한 사람이 지나갔다고 제보를 받은 것이 도움이 됐다. 경찰은 신고 접수 약 28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7시12분쯤 근처에서 배회하던 B씨를 일원역 지하도에서 긴급 체포했다. B씨는 저항 없이 순순히 응했다.
B씨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장교로 중령 진급을 앞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과천 부대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에서 A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목을 졸라 살해했다. B씨는 A씨가 사망하자 그의 시신을 옷으로 덮어둔 채 퇴근했다가 같은 날 오후 9시쯤 부대 인근 철거 예정 건물 공사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직접 준비해온 도구들로 시신을 훼손해 자루 10여개에 나눠 담았다. B씨는 완전범죄를 꿈꾸기라도 한 듯 A씨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이 B씨 검거 이후 현장 압수수색에 돌입했을 때는 이미 시신 훼손 현장의 옹벽과 바닥 등이 철거된 상태였다. 훼손된 시신이 담긴 자루에는 쉽게 가라앉게 하기 위한 돌덩이도 들어 있었다.
B씨는 다음 날인 26일 오후 9시40분쯤 강원 화천군으로 이동해 북한강변에 시신과 범행 도구를 내다 버렸다. 그는 과거 화천군에 있는 한 부대에서 근무해 근처 지리에 밝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A씨의 시신을 처리한 뒤 그의 휴대폰으로 과천 부대 관계자에게 “출근할 수 없으니 휴가 처리해 달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 친구 등에게도 메시지를 전송했다.
B씨는 당시 A씨가 10월 31일 근무 계약 만료를 나흘 앞두고 무단결근할 경우 의심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A씨 행세를 한 것으로 보인다. A씨 어머니는 딸의 휴대폰이 장시간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실종신고를 한 상태였다. B씨는 A씨의 휴대폰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껐다 켜며 생활 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B씨가 A씨를 살해한 경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B씨가 “말다툼하던 중 격분했다”고 진술한 것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다 최근 갈등이 생겨 범행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자세한 범행 동기와 계획 범행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B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씨는 5일 구속 심사대에 오른다. 춘천지법은 이날 오전 11시쯤 B씨의 살인과 사체 손괴, 사체 유기 혐의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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