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갑상선암 극복하고, 선한 영향력 행사하는 어느 인플루언서의 이야기

김서희 기자 2024. 11. 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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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 인터뷰>
갑상선암을 이겨낸 하늘씨(왼쪽)와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최준영 교수./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암 진단을 받으면 ‘암 이후의 삶이 전과 달라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함이 생깁니다. 특히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는 인플루언서라면 더욱 무섭기 마련인데요. 위기를 기회 삼아 ‘갑상선암 환자에게 희망과 본보기가 되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갑상선암을 이겨낸 하늘(32·서울시 용산구)씨를 소개합니다.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갑상선암을 겪고 결혼과 출산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주치의인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최준영 교수와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젊은 나이에 암 진단
하늘씨가 암 진단을 받은 건 2019년 9월입니다. 암 진단 반 년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하씨는 목에 작은 혹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그 외의 증상이 없었고, 병원 갈 시간을 내는 게 어려웠던 하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몇 달 뒤,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체력이 저하돼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기로 합니다. 정밀 검사 결과, 갑상선암이었습니다. 갑상선 우엽에 1.4cm 크기의 종양이 있었습니다.

하늘씨는 암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온 몸이 떨렸다고 합니다. 26세, 아직 젊은 나이였기에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얼굴과 목소리가 대중에게 공개되는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을 가진 하씨는 ‘갑상선암 수술로 목소리를 잃어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괴로웠습니다. 주치의인 최준영 교수는 당황하는 하씨를 잘 이끌어주었습니다.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는 최 교수의 말에 용기를 얻어 치료 의지를 다졌습니다.

갑상선암은 아랫목 피부를 일부 절개해 종양을 직접 잘라내는 수술이 보편적인 치료법입니다. 수술 절제 방식은 크게 전절제와 반절제로 나뉩니다. 종양의 크기가 4cm 이상이거나, 4cm 미만이어도 ▲나비 모양의 갑상선에 암이 양쪽에 있는 경우 ▲2mm 이상의 림프절 전이가 다섯 개 이상 있는 경우 ▲5mm 이상 림프절 전이가 한 개 이상 있는 경우 ▲암세포가 피막을 뚫고 나온 경우 ▲나쁜 세포(키큰세포, 원주, 저분화암, 미분화암, 수질암 등)암일 때는 전절제를 시행합니다. 이외의 경우에는 주치의 선택에 따라 반절제술이 진행됩니다. 갑상선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전절제술과 달리, 반절제술은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며 성대신경 마비나 저칼슘혈증과 같은 합병증 위험도 낮습니다.

암 진단을 받은 지 2주 뒤인 2019년 9월말, 종양이 있는 우측 갑상선만 절제하는 ‘반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2021년까지는 갑상선 기능 저하로 인한 증상을 개선하는 신지로이드 호르몬제를 매일 한 알씩 복용했습니다.

성대 마비될까 두려워
하늘씨가 암 투병 과정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수술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로봇 수술 후 생긴 근육통과 심해진 부기를 빼기 위해 하씨는 열심히 복도를 걷고 몸을 움직이며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갑상선암 수술 후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혹여 신경 기능의 이상이 발생해 영구적으로 목소리가 변하거나 성대마비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갑상선암 수술을 하던 중 후두신경이 손상되면 수술 치료로 인한 후유증으로 성대마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성대마비가 발생하면 말을 조금만 해도 숨이 차며, 약하고 쉰 목소리가 납니다. 다행히 정밀한 수술과 시야 확보가 용이해진 로봇 수술 도입된 이후에는, 성대마비와 같은 후유증 발생률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수술 환자의 15%가 성대마비를 겪던 과거와 달리, 로봇 수술 도입 후 그 비율은 1%로 낮아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하씨의 목소리도 정상적으로 회복됐습니다. 하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수술 후 한 달 동안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일을 잠시 쉬어야 했다”며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만큼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했다”고 말했습니다.

가족의 사랑과 의료진의 응원으로 이겨내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한 건 가족의 사랑입니다. 암 진단 직후부터 수술 후 회복하기까지 그 당시 사귄 지 얼마 안 됐던 현재의 남편, 그때의 남자친구가 항상 하씨 곁에서 응원단 역할을 했습니다. 퇴원 후 본가에서 요양을 하던 하씨를 보기 위해, 남자친구는 한 달 동안 세 시간이 되는 거리를 매일 오가며 하씨를 보살폈습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하씨는 “갑상선암 진단 직후부터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매 순간마다 남편이 항상 내 곁을 지켜줬다”며 “힘든 순간을 같이 보내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암과 싸우는 동안, 가족 외에도 하씨에게 큰 힘이 돼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최준영 교수입니다. 갑상선암 진단 후 가슴이 먹먹하고 힘들었던 순간부터 불안함으로 나약해졌던 수술 후까지 최 교수는 항상 하씨의 기운을 북돋았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된다” “평범한 사람처럼 일상을 살아가라”는 말은 하씨가 암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겨 보다 더 빠르고 밝게 일상을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동생의 갑상선암… “정기 검진 필수”
하늘씨가 갑상선암 완치 판정을 받기 1년 전인 2023년, 또 다른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남동생에게 갑상선암이 생긴 것입니다. 목에 작은 혹이 만져졌지만, 직업 군인인 남동생은 당시 미국에서 1년간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한국에 귀국해 정밀 검사를 받아본 결과, 갑상선암 3기였습니다. 폐까지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여자보다 대사가 활발하다 보니, 남동생의 종양 진행 속도는 빨랐습니다. 현재 하씨의 남동생은 전절제술 후 동위원소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하씨는 “갑상선암을 완치한 선배로서 그 누구보다도 남동생을 잘 이해한다”며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치료 받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다른 암과 달리 갑상선암은 비교적 천천히 자라는 건 맞지만, 초기에 감지되는 증상이 없어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 경우, 갑상선뿐 아니라 주변 림프에 전이가 시작돼 생존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갑상선암은 악성도에 따라 치료 효과가 좋은 유두암과 여포암 그리고 고위험군의 수질암, 미분화암으로 나뉘는데요. 악성도가 낮은 갑상선암이 발병되는 젊은 세대와 달리, 55세 이후에는 미분화암 발생률이 높아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최준영 교수는 “갑상선암은 두 가지 얼굴을 지닌 암”이라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예후가 좋습니다. 치료시기를 놓치기 전에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갑상선암 검사는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을 때 하면 됩니다.

“인플루언서로 선한 영향력 전파하고파”
투병 생활은 하늘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씨는 ‘오늘의 하늘’을 운영하는 7년 차 유튜버이자 97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입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갑상선암 투병기, 여행기 등을 비롯한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암을 투병 중인 환우들이 자신을 보며 힘을 내기 시작했다고 하는 댓글들을 보면 선한 영향력을 선사한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소아암 환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부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늘씨는 2024년 9월, 갑상선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매년 2회씩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다행히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하늘씨>

하늘씨./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2024년 9월에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올 4월에는 아들도 출산했습니다.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돌보며 제 몸과 마음도 열심히 가꾸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와 유튜버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갑상선암 환우분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고충과 궁금증을 해소하고 소통하며 지내는 중입니다.”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암을 극복하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됐습니다. 암 진단 전에는 오랜 자취생활과 건강하지 않은 다이어트 방법으로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지녔습니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쇼핑몰 사장 등의 다양한 일로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가공식품으로 끼니를 간편하게 해결하고 운동에는 소홀했습니다. 이제는 웬만하면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 제가 직접 요리를 해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밥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니 활기가 넘칩니다. 삶과 일의 균형도 잘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암 치료 이후 특별히 신경 쓰신 게 있다면?
“암 치료가 끝났다고 암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암세포가 좋아하는 환경이 되면 암이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갑상선암을 겪었다보니 출산 후 조리원에서 미역국이 매일 나왔을 때는, 건더기보다는 국물 위주로 조심히 먹었습니다. 설탕이나 가공식품보다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이 순간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마디.
“갑상선암은 비교적 ‘착한 암’이라 알려졌습니다. 저처럼 수월하게 완치되기도 하지만, 제 동생처럼 힘들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생존율이 높아도, 막상 진단 받으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힘이 듭니다. 혹시라도 주변에 갑상선암 환자분이 계신다면, 안일하게 이야기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주세요. 암 환자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암 진단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터닝 포인트’로 생각하세요. 의료진의 말을 잘 따르고 열심히 치료 받으면 저처럼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최준영 교수./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하늘씨의 현재 상태는?
“종양이 깔끔하게 제거됐고, 전이·재발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2024년 9월에 완치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부분 절제 후 남은 갑상선도 제 기능을 잘 해 신지로이드는 이제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건강한 생활습관만 유지한다면 오랫동안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암에 걸려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보통 암을 진단받으면 고민의 늪에 빠져 부정적인 생각으로 무기력해지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암을 이겨내기 위해 하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치료에만 집중하셨습니다. 특히 다른 환우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자 스스로 열심히 운동하고 잘 챙겨 먹는 노력이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암 치료 후 다시 일상에 복귀하셨는데, 이렇게 일상을 찾아가려는 긍정적인 태도가 하씨의 예후를 좋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갑상선암 명의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은 암입니다. 갑상선암 진단 후, 재발과 같은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수명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갑상선암 환자에게, 항상 긍정적으로 말하며 희망을 주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환자의 컨디션을 위해, 환자들이 더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라도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환자들의 고민을 해소해드리며 더 나은 치료법을 위해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암에 걸렸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잘 챙겨 드시고 의료진을 잘 믿고 따라주시면 좋겠습니다.”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너무 무서워할 필요도, 그렇다고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도 말라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갑상선암 치료 성적과 예후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으니, 불안해하지 마세요. 의료진을 믿고, 스스로 건강하게 생활하시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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