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불허…대부분 실비 대신 정액보험 [의료 망치는 비급여]

정종훈, 신성식, 남수현 2024. 11.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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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공화국 해부 〈하〉


일본 도쿄의 도쿄대병원 외래 접수 창구 앞에서 대기하는 환자들. 도쿄=정종훈 기자
외국 의료체계에서 비급여 진료 관리만큼 한국과 다른 게 민간 의료보험이다. 한국은 일정 한도 내에서 사용한 만큼 의료비를 되돌려주는 실손보험이 주를 이룬다. 반면 일본 등에선 미리 정해진 금액만 지급하는 정액형 상품이 대부분이다. 정액형 상품이다 보니 의료 남용을 초래하지 않는다.

"일본에선 민간 의료보험을 불필요한 의료 남용 등에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국과 같은 (악용)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혼합진료(건강보험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섞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 겁니다."
이케가미 나오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민간 의료보험이 '건강보험 보조 역할'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지난 9월 5일 일본 도쿄 인근 자택에서 만났다.

일본의 민간 의료보험은 주로 건보 진료 때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준다.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등으로 보험을 악용할 틈이 적다. 이케가미 교수는 "보험금 지급이 (실비가 아니라) 입원 하루당 1만엔(약 9만원) 식으로 정액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타야마 가나코 전국건강보험협회 기획부실장은 "일본의 민간 의료보험 가입률이 낮지는 않지만, 대부분 1인실 입원이나 본인 부담액이 큰 암 치료 등에 대비해 가입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민간 의료보험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는 사실상 없는 편이다. 야시로 나오히로 쇼와여대 특임교수는 "건보에서 거의 다 보장해주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고베 미용성형외과 의원 내 진료실 모습. 고베=정종훈 기자

대만도 비슷하다. 건강보험과 별개로 민간 의료보험이 있지만, 한국 실손보험처럼 포괄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 보험 회사가 보험금 심사와 지급도 엄격히 관리한다.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 유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보험사의 손해율은 40% 정도로 한국(75%, 실손은 103%)보다 낮다.

첸 지운량 타이베이시중의사공회 이사장은 "대만은 민영 보험에 따라 진료 방법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환자의 필요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양한추안 대만의원협회 명예이사장도 "대만은 민영 보험 가입률이 높은 편이 아니다. 급여 보장 범위도 제각각"이라면서 "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환자 치료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일에도 민간보험이 있다. 이 상품에 가입하는 건 의무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에 달렸다. 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은 보장하지 않고, 상급(1인) 병실료나 간병비, 치과 보철 비용 등을 지원하는 식이다. 한국의 실손보험과 비교해 보장 범위가 좁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베를린ㆍ본(독일)=남수현 기자, 도쿄ㆍ고베(일본)=정종훈 기자, 타이베이(대만)=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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