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손가락 굽히고 펼 때 딸깍 소리… 증상 지속땐 방아쇠수지 의심
손가락 힘 빠지면 손목터널증후군
관절 마디 굵어지고 부으면 관절염
척골 쪽 손목 통증 무조건 수술 안돼
기온이 떨어지면 손목이나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손목, 손가락 마디가 쑤시거나 뻣뻣해지는 느낌의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몸의 면역력과 회복력이 일시에 저하되면서 원래 좋지 않던 관절이나 평소 과사용했던 부위에 염증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수부 세부 전문의인 홍인태 바른세상병원 수족부센터장은 4일 “최근엔 스마트기기, 컴퓨터의 사용 증가로 현대인에게 나타나는 수부 질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질환자도 늘고 있어 증상에 대한 이해와 조기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수부 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주 손을 움켜쥐거나 라켓·봉 등을 세게 쥐는 일을 반복하면 손바닥에 있는 힘줄과 활차(힘줄을 뼈에 밀착시켜주는 구조물)가 두꺼워지면서 서로 끼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손가락을 굽히거나 펼 때 힘줄과 활차가 걸렸다 풀리면서 ‘딸깍’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소리와 느낌이 난다고 해서 ‘방아쇠수지(방아쇠 손가락)’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새벽이나 아침에 손가락이 걸리는 증상과 통증이 심해졌다가 이후 손을 쓰다 보면 증상이 조금 완화되는 게 특징이다. 병이 진행할수록 주먹을 쥐거나 손가락을 완전히 펴는 동작이 불가능해진다. 방아쇠수지는 주부와 요리사, 운전기사, 운동선수 등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아쇠수지로 진료받은 환자는 26만9178명이며 약 63%가 여성이었다.
증상 초기에는 손을 꽉 쥐는 동작을 최대한 피하고 냉찜질이나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바로 펴기 힘들고 딸깍 소리와 함께 걸리는 느낌이 들 정도면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받는 것이 권고된다. 증상 정도가 심해지면 수술 치료가 불가피하다.
손가락이 저리거나 물건을 자주 놓치고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손목터널(수근관) 내부의 손가락을 구부려주는 힘줄들이 붓고 두꺼워져 함께 있는 정중신경을 눌러서 발생한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의 끝이 찌릿찌릿 저리고 감각이 둔해진다. 손이 얼얼하고 터질듯한 느낌이 심해져 밤에 잠을 깰 정도면 이 병이 악화해 가는 신호다.
지난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6만1360명으로 수부 질환 중 방아쇠수지 다음으로 많았다. 환자 수가 가장 많은 50대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4배를 넘었다. 여성에게 흔한 이유는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손목터널의 공간을 갖고 있어 힘줄이 약간만 붓거나 두꺼워지더라도 쉽게 신경 압박이 가해질 수 있어서다.
여성의 폐경 이후 급격한 호르몬 변화 때문에 힘줄에 염증이 흔히 발생하는 것도 관련 있다. 치료는 신경 손상이 진행되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방아쇠수지와 마찬가지로 질병 초기에는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점점 진행돼 마비 증상이 뚜렷해진다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손가락에도 관절이 있으며 그사이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지면 뼈끼리 부딪쳐 통증을 일으킨다. 나이 들며 퇴행성으로 발생하지만 젊은 나이에 손가락 인대를 다쳤거나 반복적 사용으로 특정 인대가 느슨해진 경우 관절염이 조기에 진행될 수 있다. 손가락뼈 모양이 점차 변형되면서 튀어나오거나 휘어지기도 한다. 관절 주위에 동그랗고 단단한 혹(결절종)이 생기기도 한다.
손을 많이 쓴 후 통증이 있거나 관절 마디가 굵어지고 혹 같이 부어오르는 증상이 있다면 X선 검사를 통해 손가락 관절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약물·물리 치료 등에도 불구하고 통증 조절이 안 되거나 관절 변형이 심해진다면 망가진 관절을 없애고 위·아래 뼈를 반듯이 정렬해 하나로 붙이는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홍 전문의는 “통증으로 인해 손가락 움직임에 제한이 있거나 수술이 불가피하다면 작은 관절의 특성상 고난도 수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부 세부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260여명의 수부 세부 전문의가 있다.
척골충돌증후군은 손목 관절로 이어지는 척골(새끼손가락 쪽 팔의 큰 뼈)이 작은 손목뼈들과 부딪히면서 생긴다. 선천적으로 척골이 긴 경우 손목뼈와 거리가 가깝다 보니 악력을 과하게 쓰는 일을 하거나 반복적인 수작업을 했을 때 마찰을 일으키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척골 쪽 손목에 통증이 있으면서 X선 상 척골의 길이가 길게 나오면 무작정 척골단축술을 권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홍 전문의는 “척골충돌증후군은 진단되더라도 수술까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X선 또는 MRI 상 손목뼈 손상 소견이 뚜렷하고 약물 등 충분한 보존 치료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 수술의 대상이 된다”고 조언했다.
척골과 손목뼈의 충돌은 손을 엎친 상태(손등이 보이는 자세)로 악력을 쓰는 동작을 반복하는 경우, 또 반복적으로 손목을 비틀거나 손바닥으로 무거운 물건을 밀거나 바닥에 손을 짚을 일이 많은 경우 등 특정 자세에서 일어난다. 척골충돌증후군이 의심된다면 해당 동작들은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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