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충족까지 늘리고, 혜택 늘어나니 지켜라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1)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5년 전부터 청약통장에 매달 10만원씩 넣어왔지만 올해 들어 두어 달에 한 번꼴로 납입 횟수를 줄였다. 이씨는 “부양가족도 없고 청약통장도 늦게 만든 편이라 가점이 낮은데 굳이 청약 통장에 꼬박꼬박 돈을 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면서도 “계좌를 해지하거나 아예 입금을 끊어버리기는 불안해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입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청약통장의 월 납입 인정액이 25만원까지 늘어나면서 돈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아무리 긴 기간 청약통장에 돈을 부어도 청약에 당첨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니 입금은커녕 청약통장조차 필요 없다는 ‘청약 무용론’도 팽배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월 납입액을 늘리지 않더라도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청약통장의 월 납입 최대 인정액이 기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청약통장에 가입하면 매달 최소 2만원에서 최대 50만원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는데, 공공분양주택 청약에서 가점은 월 납입 최대 인정액까지만 반영한다. 월 최대 납입액보다 많은 금액을 넣어도 인정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현재 공공분양 국민주택 일반 공급 물량 중 15%는 1순위 중 저축총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일반적으로 공공분양 당첨 ‘커트라인’은 1200만~150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인기 있는 수도권의 경우엔 2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이전까지는 매달 10만원씩 12년 넘게 꾸준히 입금해야 1500만원을 충족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매달 25만원을 채워 넣으면 5년만 넣어도 이 금액을 맞출 수 있다.
다만 일률적으로 25만원을 채울 필요는 없다. 청약 유형에 따라 월 납입액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주택 중에서도 전용 40㎡를 초과하는 일반 공급과 노부모 부양 특별 공급만이 월 납입액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
다자녀·신혼부부 특별 공급의 경우엔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6개월 이상 지났고 입금 횟수를 6회만 채우면 신청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생애 최초 특별 공급은 저축액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미리 꼬박꼬박 입금하지 않아도 선납금 제도를 활용해 한꺼번에 저축액을 채울 수 있다. 최대 600만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저축액이나 납입 횟수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추첨제 청약도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비규제지역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는 60%, 85㎡ 초과는 100% 추첨제로 뽑고 있다. 규제지역에서도 전용 60㎡ 이하 60%, 60㎡ 초과~85㎡ 이하 30%, 85㎡ 초과 20%는 추첨 물량으로 배정한다.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역시 청약 가점을 반영하지 않는다. 무순위 청약은 부정 청약 등 이유로 계약이 해지된 물량을 다른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절차다. 다만 무주택기간이 짧거나 부양가족이 없거나 적은 이들이 모두 뛰어들어 경쟁률은 로또 당첨에 비견된다. 지난 7월엔 최대 10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이 294만4780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다.
추첨제 확대로 청년층의 청약 신청 비중은 높은 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서울 지역 청약 신청자는 63만228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0대 이하가 33만6848명이었다. 실제로 당첨된 20·30대도 많았다. 지난 1~9월 당첨자 5448명 중 30대 이하는 2740명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40대 1740명(32%), 50대 721명(13%), 60대 이상이 247명(5%)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희박한 확률에 청약을 포기하고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 9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679만4240명으로 전월 말 2683만3033명보다 3만8793명 줄었다. 청약통장에 새로 가입한 사람보다 해지한 사람이 4만명 가까이 많았던 것이다. 1년 전에 2724만835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5만4118명이나 감소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청약통장 관련 혜택이 늘고 있으므로 이미 만들어둔 청약통장은 해지하지 않고 갖고 있을 것을 추천한다. 지난 9월 정부는 기존에 2.0~2.8%였던 청약통장 금리를 2.3~3.1%로 0.3%포인트 상향했다. 청약통장 금리 인상 전 납입분은 이전 금리를 적용한다. 청약통장 소득공제 한도도 2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인상한다. 소득공제 대상은 무주택 가구주,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가구다.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은 혜택이 더 좋다. 올해 초 출시된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은 가입을 위한 연 소득 기준이 기존 36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높아졌고, 이자율은 최대 4.3%에서 4.5%로 올라갔다. 납부 한도도 최대 1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높고 당첨 확률이 낮다 보니 청약통장이 무의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특히 20대의 경우에는 일찍 청약통장을 만들어두는 것이 이득”이라며 “저축의 관점으로 소액이나마 납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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