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의 금투세 폐지 동의…금융투자 관련 조세 재설계해야

2024. 11. 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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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제작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집회버스가 지난 9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운행되고 있다. 뉴스1


“소득 있는 곳에 과세”란 조세 원칙은 무너져


공평한 기준·원칙 따른 합리적 세제 마련되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를) 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며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투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이날 코스피는 1.83%, 코스닥은 3.43% 상승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에 투자해 얻은 이익이 연 5000만원이 넘을 경우 초과분의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세법상 대주주(종목당 50억원 또는 지분율 1~4% 보유)가 아니면 주식 양도차익은 사실상 비과세였다. 매도 시 증권거래세를 거뒀다.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되고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도입은 2년 유예됐었다. 이후 정부·여당이 폐지를 추진하며 여야는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 왔다. 여당은 투자자 이탈로 시장에 다가올 퍼펙트 스톰을 우려했고, 야당은 “부자 감세”라며 팽팽하게 맞서 왔다.

금투세 폐지 결정은 강행과 유예, 폐지 사이에서 가닥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던 시장의 불확실성을 지웠다는 측면에선 다행스럽다. 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은 무너졌다. 1400만 명 개인투자자의 정치적 표를 고려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세금을 부담할 투자자는 전체의 1% 수준인 15만 명이지만, ‘큰손’의 이탈로 무너질 시장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의 조세 저항은 거셌다. 장기 투자에 대한 혜택 부재 등 정교하지 않은 입법도 논란을 키우며 결국 폐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나라 곳간이 비어 가는데 과세의 스텝이 꼬인 것이다. 정부는 금투세를 도입하며 2021년부터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0.23%→0.20%→0.18%)해 왔다. 내년에는 0.15%로 낮출 계획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거래세율을 낮춘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간 약 7000억~2조2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금투세가 폐지되면 연간 1조5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힌다. 지난해(60조원)에 이어 올해 30조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라 살림은 더 팍팍해지게 됐다.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금투세 논란은 일단락됐다. 시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세제를 마련해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와 관련한 조세 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부유층 잡기를 위한 징벌적 과세가 아닌 공평한 기준과 원칙에 따른 과세가 이뤄질 때 납세자를 설득하고 조세 저항을 피할 수 있다. 그래야 한국 증시의 매력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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