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모범답안은 이미 나와있다
국민 뜻 헤아리겠다던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긍정 평가 최악
'잘못한다' 부정 평가 최고치
국민 마음 수용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는 언제라도 등 돌릴 것
윤석열정부는 2022년 5월 출범했다.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6월 지방선거도 승리했다. 그런데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둔 그해 8월 2~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4%로 떨어졌다. 석 달 전 대선 득표율 48.6%의 절반 수준이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 응답은 66%에 달했다. 역대 정부 출범 첫해와 비교하면 ‘광우병 촛불시위’ 한복판에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MB와 달리 윤석열정부는 초대형 악재가 없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통령 임기 첫해 지지율 급락의 원인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 정책 혼선, 부처 간 엇박자 탓이었다. 국민들에게 조기에 피로감을 준 것이다. 정부 출범 초기 정책을 조율해야 할 용산의 참모들이 대통령 입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많은 사람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제대로 짚고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국민 뜻을 헤아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 나가겠다”고 했다.
이제 대통령 5년 임기의 반환점을 코앞에 둔 2024년 가을, 상황은 더 나빠졌다. 10월 29~3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9%, 부정 평가는 72%였다.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치, 반면 부정 평가는 최고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앞둔 2019년 10월 5주차 44%,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8월 2주차 33%였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의 지지율은 전국 평균보다 더 낮아졌다. 지역이나 성별, 연령, 지지층을 놓고 봐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단이 ‘잘못한다’는 집단보다 모조리 밀리는 형국이 됐다. 관심을 모았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것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승리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 비율의 세 배를 넘지 않으면 국정 운영의 동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말도 있지만 이마저도 많이 넘어섰다. 이쯤 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펴도 탄력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윤 대통령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연금·노동·교육·의료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개혁은 상당부분 법률이 뒷받침해야 힘을 받는다. 불행히도 국회는 윤 대통령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가 개혁을 위해 기댈 곳은 국민적 지지 외에 없다는 점을 정부와 여당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지역적, 이념적 정치 기반이 약하다. 콘크리트 지지층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은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민심 이반의 원인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대통령 직무수행을 부정 평가한 이유로 김건희 여사 문제가 17%로 가장 많았다. 몇 년째 여러 구설로 국민들의 입방아에 무수히 오르내리고, 국민 대부분이 문제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데 윤 대통령은 “업보로 생각하고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다.
야당은 이미 정치적 비상상태를 선포하면서 11월을 ‘김 여사 특검의 달’로 삼아 총공세를 펼칠 태세다. 특히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김민석 최고위원) 같은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여당 대표는 급기야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다. 국민 신뢰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정책 추진 동력과 정치적 입지를 좌우한다. 국민이 자신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얼마나 지지하는지에 따라 미래 정책 방향, 정치적 미래가 달라진다.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국민은 오만(傲慢)을 가장 싫어한다. ‘열심히 하는데 국민이 몰라준다’는 식의 생각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는 이달 중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방식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문제 해결책이길 바란다. 문제에 대한 모범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 국민 모두 알고 있는 그 답을 선택할지 하지 않을지는 이제 용산의 몫이다.
남혁상 편집국 부국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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