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인 연령 75세 상향, 정부·국회가 화답해야
대한노인회 이중근 신임 회장이 65세인 현행 법적 노인 기준 연령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75세로 올리자고 제안하면서 사회적 논의에 불을 붙였다. 앞서 2015년 당시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70세로 올리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노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거듭 주장하는데, 왜 노인 연령은 화석처럼 굳어져 있을까.
한국사회에서 노인 기준 연령은 대체로 만 65세다. 노인복지법은 지하철 등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우대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40여년이 지났지만, 연령 기준은 그대로다. 그동안 평균수명은 1981년 66.7세에서 2022년 82.7세로 16년이나 늘어났다. 기초연금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도 적용 연령은 65세 이상이다. 국민연금법과 공무원연금법의 연금 지급 개시 연령도 65세로 점차 상향 조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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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수명 늘어도 노인 기준 불변
사회적 비용 늘고, 세대 갈등 우려
복지수혜 늦추고 정년 연장해야
」
유엔은 1956년 한 국가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 국가’로 지정했다. 당시 유엔은 65세를 노인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현상이 그다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유엔은 2015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을 측정해 80세 이상이 노인이라는 새로운 연령 기준을 제시했다. 유엔에서도 이제는 80세 정도는 돼야 노인이라는 의미다.
‘나이는 숫자가 아니다’는 말이 유행하듯 고령은 절대적 숫자가 아닌 상대적 개념이다. ‘인생 60시대’에는 65세가 고령자였다면, 이제 ‘인생 100세 시대’에 65세는 중년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세의 건강 기대수명은 20년이다. 80세까지는 대체로 건강하게 산다는 의미다.
요즘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학력도 재력도 괜찮다. 이제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구할지를 이야기하기보다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구할지 이야기하는 때가 됐다. 노인 소리는 듣기 싫고 복지 혜택은 받고 싶다고 하면 되겠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답이 없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24년 19.2%인데, 2040년이 되면 34.3%로 치솟을 전망이다. 머지않아 인구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는 말이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노인 인구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2024년 27.4%였다. 이 비율이 2036년이면 50%가 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노인국가’가 된다. 이래서는 나라에 희망이 없다. 변화하는 세태에 맞춰 사회제도를 제대로 고쳐가야 한다.
이런 위기를 계속 눈감고 외면한다면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세대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들녘에 풍년 들면 산중에 흉년 든다’는 옛말이 있다. 노인들에게 좋으면 젊은이들에게 부담이 간다. 부양 부담을 피하려고 고려장(高麗葬)이 행해졌던 풍습이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노인에 대한 멸시와 학대가 심해질까 심히 우려된다. 결국 노인 연령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답이다. 사회적 부양 부담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노인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고령자를 위한 진정한 복지사회는 일찍 복지 시혜를 베푸는 사회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사회다. 복지 수혜 연령 기준을 늦추고 정년 제한을 풀어야 한다. 정년제도는 나이에 따른 고용 차별이다.
선진국 중에 정년제도를 유지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문제는 연공서열을 우선하는 보수 체계와 고용 탄력성이다. 정년 폐지 또는 정년 연장과 함께 이런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젊은 층이 고령자 고용을 싫어한다지만 고용을 안 할 거면 제대로 부양해야 한다. 연금 붕괴 위기의 가장 좋은 해결책도 일하는 기간을 늘리고 연금 받는 나이를 늦추는 것이다.
사실 우리 앞에 직면한 고령화 문제는 고령화 자체 문제라기보다 변화와 적응의 시차 때문에 발생한다. 수명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개인의식과 사회제도는 더디게 따라가고 있다. 일종의 문화 지체 현상이다. 이제 오래도록 굳어져 있는 나이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폭탄 돌리기를 그만하고 속히 노인회장이 쏘아 올린 공을 받아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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