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기업 ‘밥캣’을? 소액주주 또 뿔났다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11.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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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시끄러운 두산 지배구조 개편

두산그룹이 소액주주 반발로 중단됐던 사업 구조 개편안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가장 큰 암초였던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합병 비율을 조정했지만 여전히 소액주주 불만이 거세 사업 구조 개편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두산그룹 사업 재편안 변경

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 반영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사업 재편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두산그룹은 지난 7월 두산에너빌리티 종속기업 두산밥캣을 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내놨다. 두산그룹은 기존 ㈜두산 → 두산에너빌리티 → 두산밥캣 등으로 이어진 수직계열화 구조에서 벗어나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을 주축으로 한 ‘클린에너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스마트머신’, 두산테스나의 ‘첨단소재’ 등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하지만 곧장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특히 매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핵심 자회사 두산밥캣을 잃게 되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 ㈜두산 영업이익은 1조463억원으로, 이 중 두산밥캣 영업이익(1조3899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비해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 530억원에 영업손실 192억원을 냈다. 올 2분기에도 매출 144억원, 영업손실 79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가면서 당분간 흑자전환은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알짜 기업 두산밥캣 합병 비율을 두고 내내 시끄러웠다. 당시 두산에너빌리티를 1 대 0.25 비율로 존속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46.1%)을 보유한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이후 신설회사를 1 대 0.13 비율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주주가 보유한 두산밥캣 잔여 지분 44.9% 등을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바꾸는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취득한 뒤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한다는 시나리오였다.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라는 합병 비율을 알게 된 두산밥캣 주주 불만이 폭발했다. 두산밥캣 주주는 1주를 내놓으면 두산로보틱스 0.63주밖에 못 받기 때문. 금융감독원은 분할합병·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정정 요청을 했다. 결국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8월 합병 철회 결정을 내렸다.

이를 의식해 새로 발표한 사업 재편안에서는 두산밥캣 평가 방식을 바꿨다.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 가치 40%와 수익 가치 60%를 가중평균해 구하는 본질가치법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더했다. 이를 통해 두산로보틱스와 신설법인 합병 비율이 1 대 0.031에서 1 대 0.043으로 바뀌면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이익을 높여줬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분할합병 완료 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약 7000억원의 차입금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겨준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부채 감소로 1조원 넘는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대형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간 대형원전 10기와 SMR 60기를 수주하고, 가스터빈 엔진은 2038년까지 100기 이상 따낸다는 야심 찬 목표를 앞세웠다. 박 대표는 “조기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장할 경우 2028년부터 2000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이 예상되며 이는 두산밥캣 배당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금액보다 높다”고 말했다.

모회사와 자회사로 ‘한배’를 타게 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두산로보틱스는 고객사가 겹치는 두산밥캣의 방대한 미국, 유럽 영업망을 활용하고,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SW)와 솔루션 개발 능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포부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12월 12일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기일인 내년 1월 31일까지 사업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 계열사 경영진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 (연합뉴스)
시장 반응 시큰둥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 반발 거세

두산그룹이 고심 끝에 새로운 사업 구조 개편안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딱히 달라진 게 없다. 이번에도 역시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 반발이 거세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은 지난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구조 개편안을 규탄하는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두산로보틱스와 신설법인 합병 비율이 상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우량 기업인 두산밥캣 가치를 저평가했다”고 반발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구성을 보면 ㈜두산이 30%, 소액주주가 63.4%를 보유해 소액주주 의견이 절대적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그룹 사업 구조 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할합병 딜 자체만으로도 주주 손해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다. 두산밥캣 지분을 1% 이상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도 “시가 비율에 따른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포괄적 주식 교환을 영구적으로 포기할 것을 즉시 공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 교환은 앞으로 1년간 추진하기 어렵겠지만 향후 주주, 시장 의견을 보고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하자 얼라인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포괄적 주식 교환 가능성이 남아 있으면 두산 지배주주 입장에서 두산밥캣 주가가 낮을수록 교환 비율이 유리해진다는 것을 투자자 모두가 알기 때문에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감원이 또다시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면서 퇴짜를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8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못 박았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지도 주목을 끄는 변수다. 국민연금은 두산밥캣 지분 7.22%,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했다.

“소액주주 불안을 불식시키지 않으면 주주 신뢰를 잃게 돼 두산은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오너 일가가 나서서 사업 재편의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 재계 관계자가 전하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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