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S 우승으로 본...정의선 경영학 [스페셜리포트]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1.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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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단 성적은 모기업의 조직 문화와 리더십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허구연 KBO 총재가 과거 야구단과 모기업 간의 관계를 설명하며 남긴 말이다. 허 총재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 야구단 뒤에는 합리적인 기업 문화와 총수의 확고한 리더십이 자리한다고 늘 강조해 왔다. 그의 말대로 국내 스포츠단은 모기업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일례로 2000년대부터 삼성 라이온즈는 故 이건희 회장이 주창한 ‘1등주의 문화’의 기치 아래 리그 1위를 목표로 팀을 운영했고, 2011~2014년 4회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도 마찬가지다. KIA 구단의 팀 운영 방식과 조직 문화 등 곳곳에 모기업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을 ‘TIGERS’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우선 조직원을 신뢰(Trust)하고, 혁신(Innovation)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조직원 개개인의 목표(Goal)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베테랑의 경험(Experience)을 중시한다. 명확하고 일관적인 방향성으로 조직을 만드는 동시에(Rebuilding), 미래 먹거리를 위한 차세대 자원(Substitute) 육성에 힘을 기울인다.

정 회장의 ‘TIGERS 리더십’은 기업 경영과 스포츠단 운영에서 모두 빛을 발했다. 현대차그룹 발전을 이끈 것은 당연지사다. 그가 회장에 취임한 뒤 4년간 현대차그룹 순이익은 3배, 시가총액은 2배 증가했다. 타이거즈 야구단은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12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초반 심각한 부진에 빠진 나성범이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꾸준히 중심타선에 기용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Trust 신뢰

구성원이 조직을 믿게 만들어라

구성원이 최적의 실적을 내려면 조직을 향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한 번의 실수나 일시적인 부진에 자신을 바로 버리는 조직에 충성을 다하는 조직원은 없다.

KIA 타이거즈는 올해 ‘신뢰의 야구’를 통해 선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팀의 간판 타자 나성범은 2024년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다.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4월에 첫 경기를 뛰었다.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한 탓에 나성범은 시즌 초반 타율 1할을 밑도는 등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타자가 1할대 부진에 빠지면 타순을 조정하거나, 2군으로 보낸다.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는 심리적으로 쫓기고 이는 더 큰 부진으로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KIA는 달랐다. 나성범이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꾸준히 중심타선에 기용했다. 많은 팬이 나성범의 타순 교체를 요구했지만, 기아 구단은 나성범의 ‘능력’을 믿었다. 이는 곧 최고의 호재로 돌아왔다. 나성범이 결정적인 순간에 구단 믿음에 보답한 것. 순위 다툼 한창인 8~9월 부활에 성공, 팀이 1위 자리를 굳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8월, 매섭게 KIA를 쫓아오던 당시 2위 LG와 경기에서 9회 역전 홈런으로 1위를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성범은 “감독님의 꾸준한 믿음에 책임감이 생겼다”며 자신을 믿어준 구단에 성적 회복의 영광을 돌렸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는 임직원이 ‘신뢰’하는 조직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경영인을 수시로 경질했다 재기용하는 ‘럭비공 인사’ 전략을 구사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부터 이어온 ‘용인술’이다. 신뢰보다는 긴장감을 통해 전문경영인을 움직였다. 정 회장은 이 같은 문화를 180도 바꿨다. 능력 있는 인재를 꾸준히 포용하고 그들이 퇴임할 때는 ‘현대차맨’으로서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 회장은 “자동차 판매로 1등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진보적인 기업 문화 정착으로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남기며 현대차를 인재가 신뢰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정 회장의 노력에 임직원도 적극 화답했다. 정 회장에게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냈다. 취임 초반, 젊은 오너가 기존 경영진에 휘둘리거나 마찰을 빚은 다른 그룹과 달리 정 회장은 순조롭게 회사를 장악할 수 있었다.

(위)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 1980년대생 감독으로 선임됐다. (아래) 김도영은 월간 10홈런·10도루부터 시즌 40홈런·40도루 등 올해 수많은 기록에 도전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Innovation 혁신

실패를 두려워 말고 기존의 관념에 도전

KIA 구단이 올해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배경에는 기존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혁신’이 자리한다. 대표적인 예가 이범호 감독과 손승락 코치 영입이다.

KIA는 올해 초 프로야구 구단 중 최초로 1980년대생인 이범호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진갑용 수석코치보다도 7살 어린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당시 감독 후보로 거론된 이종범, 진갑용, 이동욱 등과 비교해 코치 경력도 부족했다. 팀 내 최고참 선수인 최형우와는 불과 2살 차이였다. 다른 구단이라면 나이와 경력을 이유로 절대 뽑지 않을 인사였다.

KIA는 달랐다. 나이와 경력보다는 ‘능력’만 파고들었다. 이범호 감독의 야구관, 선수단과 소통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범호 감독은 시즌 내내 완벽한 선수단 장악 능력과 소통 능력을 보여주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손승락 수석코치 역시 관념을 벗어나 영입한 사례다. 2022년, KIA는 미국에서 막 코치 연수를 받고 돌아온 손승락을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로 영입한 뒤, 같은 해 바로 2군 감독으로 승진시켰다. ‘파격 승진’이었다. 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손승락의 능력을 눈여겨본 KIA 구단은 지체하지 않고 손승락에게 감독을 맡겼다. 2024년에는 아예 손 감독이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시즌 도중에 1군 수석코치로 올리는 파격까지 단행했다. 역시 기존 관념에 매였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인사였다. 손 코치는 KIA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투수진 육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의 지도를 받은 KIA 투수진은 한국시리즈 기간,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정의선 회장과 ‘혁신’은 뗄 수 없는 단어다. 정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혁신으로 현대차의 ‘스텝업’을 완성했다. ‘PYL’ 시리즈 실패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수많은 도전 끝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한국 완성차 업체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는 관념을 깨고 만든 쾌거다.

Goal 목표

뚜렷한 목표를 제시해 동기 부여 독려

KIA 타이거즈는 시즌 도중 고비가 넘겨올 때마다 선수단에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며 분발을 독려했다. 팀으로선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고, 선수 개개인에게 올해 달성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동기 부여가 명확해진 선수단은 위기 때마다 활약을 펼치며 정규시즌 1위를 달성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 구단은 ‘7년 만의 우승’이라는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팀의 리더인 이범호 감독도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으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선수 개개인도 각종 기록에 도전하도록 적극 독려했다. 대표적으로 3루수 김도영은 월간 10홈런 10도루, 40홈런 40도루 등 한 시즌 최다 득점 등 수많은 기록에 도전했다. 일부 기록은 무산됐으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김도영은 득점 1위, OPS 1위, 홈런 2위, 타율 3위, 안타 3위, 도루 6위라는 가공할 만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팀의 타선을 이끌었다.

정의선 회장은 회장 취임 초기 ‘도전적 동기 부여’라는 용어를 즐겨 썼다. 회사 내부 구성원이 창의적 사고를 갖고, 자발적으로 일에 몰입하도록 만들면, 회사 실적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철학이 담긴 전략이다. 상하 수직적 문화가 만연했던 현대차는 정 회장 임기 4년간 동기 부여로 움직이는 능동적인 회사로 변모했다. 한때 ‘군대 문화’라는 말이 나오며 기피 직장으로 꼽혔던 현대자동차는 2년 연속 삼성전자를 제치고 가장 많은 취준생이 지원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취업 플랫폼 자소설닷컴에 따르면 지난 8월 26일부터 10월 20일까지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한 기업 중 현대차가 공고 조회 수와 자기소개서 작성 수 모두 각각 37만3323회, 2만5102건으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30대 중반의 베테랑 김선빈은 한국시리즈에서 5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KIA 타이거즈 제공)
Experience 경험

중요한 순간 발휘하는 베테랑의 힘

중요한 순간에는 늘 베테랑 선수의 활약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선빈이 베테랑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김선빈은 30대 중반 베테랑 선수답게 젊은 선수들이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인 1차전 첫 타석부터 3루타를 치며 팀의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했다. 2~5차전에서는 매 경기 2안타 이상을 때려내며 타선을 이끌었다. 팀 내 최고참 최형우도 결정적인 순간 제 몫을 다했다. 5차전 팀이 5 대 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한 점 따라붙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다음 타석에서도 추격의 적시타를 치며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베테랑 포수 김태군의 활약도 돋보였다. 4차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치는 등 한국시리즈 3할 5푼대 고타율을 자랑했다. 또한 정규시즌에는 팀의 젊은 포수 한준수와 번갈아가며 경기에 나섰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타석에서는 물론 수비에서도 젊은 투수들을 안정감 있게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은 특히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대우가 빛을 발한 시즌이다. 팀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김선빈을 3년 30억원에 잡았다. 최형우와 김태군은 비FA 다년계약으로 각각 2년(1+1년) 22억원, 3년 25억원에 눌러 앉혔다. 베테랑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결정적인 순간 활약을 기대한 투자다. 이 판단은 적중했다. 이들 모두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유망주 육성 측면에서도 베테랑 선수들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체질 개선과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있어서도 베테랑의 역할이 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에서 베테랑 인재를 영입하고 과감히 요직에 배치했다. 알버트 비어만과 피터 슈라이어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 모두 영입 전부터 이미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서 족적을 남긴 베테랑이었다. 알버트 비어만은 BMW에서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했으며, 피터 슈라이어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디자인을 총괄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던 인물이다. 정 회장은 이들에게 각각 고성능차와 디자인 부문을 맡긴 데 이어 사장 자리까지 앉혀 힘을 실어줬다. 정 회장이 직접 영입한 두 사람은 202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자동차 성능과 디자인 역량을 끌어올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위) KIA 타이거즈는 2017년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최형우와 한국 프로야구 최초 100억원대 FA 계약을 체결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아래) 황동하는 올해 대체 선발로 103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5승 7패에 평균자책점 4.44로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연합뉴스)
Rebuilding 조직 리빌딩

장기적인 시각으로 1등 조직 구축

7년 만에 이뤄낸 통합우승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팀이 그린 장기적인 계획이 서서히 들어맞으며 퍼즐이 완성됐다는 것이 야구계 중론이다. KIA 타이거즈는 ‘우승하는 팀’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구단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방향성 없는 FA 영입과 유망주 방치 등의 문제가 기아에서는 웬만해선 발생하지 않았다.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먼저 만든 뒤,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과감한 투자로 대권을 노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KIA 타이거즈는 2021년 시즌을 마친 후 대표이사와 단장, 감독이 모두 교체되는 큰 변화를 겪었다. 정규시즌 9위로 추락한 데 따른 대대적인 개편이다. 2021년 말 차기 대표이사로 부임한 최준영 KIA 타이거즈 대표는 3년 차에 우승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올해가 바로 최 대표 부임 후 세 번째 시즌이다. 3년 전 목표가 그대로 실현된 것. 하위권에 머문 전력을 감안해 곧바로 우승을 노리기보다 1~2년 차에 가을야구 진출 전력을 우선적으로 만든 뒤 3년 차에 우승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장기 계획은 앞서 2009년, 2017년 우승 당시에도 적중한 바 있다. 2007년 꼴찌였던 팀은 2008년 6위로 올라선 뒤 2009년 우승을 일궈냈다. 2015년 7위, 2016년 5위를 기록한 뒤 2017년 우승을 차지한 과정도 비슷하다.

정 회장 역시 장기적인 시각으로 회사 체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글로벌 순위 5위에 머물렀던 현대차그룹이 2020년대 들어 1·2위인 토요타, 폭스바겐까지 위협하는 ‘강자’로 떠오른 배경에는 ‘장기적 전략’이 자리한다.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단기 성과에 집중하느라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았다. 매출의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와중에 거기에 취해 신시장 개척에는 힘을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시장이 자국 전기차 위주로 개편되자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판매량이 급감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중국발 쇼크’에 흔들린 나머지 본거지인 독일 내 공장도 일부 폐쇄를 검토하는 등 벼랑에 몰리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선제적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여나갔다. 1·2등과 같이 중국에 목매면 그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국보다 잠재력이 더 큰 시장인 인도와 아프리카에 주목했다. 당장 판매량이 높은 지역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을 뛰어넘는 시장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단기 순위에 집착하기보다는 10~20년 뒤를 내다봤다. 인도를 선점한다면 글로벌 판매량 1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중국 판매량이 감소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남아시아 거점인 인도 공장의 생산을 늘려나갔다. 결과는 대성공. 인도와 중동의 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현대차 인도법인과 생산공장은 새로운 ‘효자’로 떠올랐다. 특히 인도는 중국 시장 부진을 지울 만큼 실적을 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빠른 시일 내,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2위를 쟁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정의성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Substitute 대체자

현재 대체할 미래 자원 육성

다수 전문가는 올해 KIA 타이거즈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두터운 선수단을 꼽는다. 시즌 중 예상치 못한 주전 선수 이탈에도 대체 선수가 공백을 훌륭히 메꿔준 덕분에 시즌 내내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KIA 타이거즈는 시즌 중 부상 선수가 속출했다. 투수진이 특히 심각했다. 시즌 초 꾸린 5인의 선발투수 중 양현종만 시즌을 온전히 치렀을 정도다. 장기 부상자가 번갈아 나오며 시즌 내내 2명의 대체 선발투수가 필요했고, 팀은 2000년대생 젊은 투수인 황동하와 김도현을 낙점했다.

두 선수 모두 선발투수로서 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한 경험이 없는 유망주다. 팀이 애지중지 키우던 유망주임에도 경험과 체력 등을 이유로 두 선수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은 기대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올해 황동하는 103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5승 7패에 평균자책점 4.44로 시즌 내내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김도현 역시 75이닝을 책임지며 4승 6패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했다. 4점대 방어율은 4~5선발투수로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성적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두 선수 모두 한국시리즈 2경기에 나와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정규시즌에 이어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고 훌륭히 제 기량을 뽐냈다.

현대차그룹도 이 같은 대체 자원 육성에 속도를 낸다. 내연기관 강자라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회사 라인업을 다양하게 늘리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지속적으로 힘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도전하며 ‘두터운’ 라인업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현재 내연기관차 이후 차세대 동력기관으로 전기차와 수소차가 맞붙는 형국이다. 현재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만 만들거나 수소차만 만든다. 이는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대세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반대쪽 동력원을 만들던 회사는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전기차와 수소차 두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했다. 시장 변화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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