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방석’ 금융주…내년에도 룰루랄라?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금융주를 향한 투자자 관심이 증폭된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에서도 비이자이익이 급증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여기에 대형 금융지주가 줄줄이 대규모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으며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4분기 이후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 올해 같은 금융주 강세가 내년에도 재현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이자이익 26% 급증
10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합계 순이익은 5조474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17억원(15%) 증가한 수치다. 이들의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년 전보다 9245억원(6%) 늘어난 16조5805억원에 달한다. 사상 처음 16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6140억원으로 가장 많다. NH농협금융지주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22억원(66%) 늘어난 5613억원으로, 1년 사이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1조2386억원, 1조156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우리금융지주는 순이익 9036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9000억원대에 안착했다.
금융지주의 역대급 실적에 금융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3분기 실적 발표 후 KB금융 주가는 10월 25일 장중 10만39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KB금융 주가가 10만원을 돌파한 건 사상 처음이다. 연중 수익률은 88%에 육박한다. 나머지 금융주도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10월 주가가 급등했다. 10월 1일부터 25일까지 하나금융지주(15%), 우리금융지주(10%), 신한지주(5%) 등이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금융지주 호실적은 비이자이익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비이자이익은 1년 전보다 6671억원(26%) 증가한 3조2408억원을 기록했다. 금리와 환율 안정으로 수수료 수익과 유가증권 운용 이익이 개선된 영향이다. 기업금융(IB)과 신용카드 수수료 증가, 퇴직연금·운용리스 등 축적형 수수료 기반 확대 등 그동안 금융지주가 지속적으로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노력한 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시장금리 하락 여파로 이자이익은 소폭 줄었다.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합계 이자이익은 12조5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2억원(0.6%) 감소했다. 분기 기준 5대 금융지주 합계 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대출 금리 인하와 소상공인 이자 환급 등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셌던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며 마진이 하락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부담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견조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이자이익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대출 성장률이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상쇄했으며, 대손비용률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을 최소화하며 양호하게 관리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신한투자증권 파생상품 운용손실 1357억원 등 일회성 비용까지 인식됐다. 금융사고가 없었다면 금융지주 실적 개선폭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은 신한투자증권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을 제외하면 대체로 기대치보다 양호했다”
며 “그동안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통해 금리와 경기에 대한 이익 민감도를 낮춘 전략이 유효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KB금융 돋보여”
다만 4분기 이후 실적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은행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고,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이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최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리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다. 이를 반영해 3분기부터 시장금리가 내려가며 은행권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NIM이 하락했다. KB금융지주(2.09%→1.95%), 신한금융지주(1.99%→1.9%), 하나금융지주(1.79%→1.63%), 우리금융지주(1.81%→1.67%), NH농협금융지주(1.9%→1.8%) 등이 모두 NIM 하락을 겪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 여파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워진 점도 부담이다. 실제 은행들은 대출 잔액을 줄이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3분기 기업대출 잔액을 2분기 대비 2% 줄였다. 신한금융지주도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원화대출 성장을 최소화하고, 수익성 제고와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도 마진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대출 성장률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순이자이익 감소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퇴직 시행과 보수적 충당금 적립 등 계절적 비용 지출을 고려하면 표면 실적은 생각보다 부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금융주에 대한 호평이 쏟아진다. 실적 발표 후 KB금융·하나금융지주·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 목표가를 대다수 증권가가 상향 조정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 31일 기준 신한지주(7만3267원), 우리금융지주(2만188원), 하나금융지주(8만2250원), KB금융(11만5200원)은 이날 종가 대비 30~40%가량 높은 수준에 목표가가 형성돼 있다. KB금융은 28%, 우리금융지주는 31%, 하나금융지주는 37%, 신한지주는 43% 정도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증권가 호평의 가장 큰 이유는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들 모두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KB금융지주는 내년부터 보통주자본비율(CET1)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총주주환원율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이와 함께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10% 수준, 자사주 매입·소각 연평균 1000만주 이상 수준 목표를 제시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27년까지 13% 이상의 안정적 CET1에 기반한 자기자본이익률(ROE) 10%와 속도감 있는 주주환원 정책을 통한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CE)은 11.5%를 목표로 한다. 국내 금융사 최초로 도입한 ROTCE는 그룹 자본에서 영업권 등 무형자산을 차감해 산출하는 개념으로 실질적인 자본 수익성을 알 수 있는 지표다. 하나금융지주는 기존 중장기 목표로 계획했던 주주환원율 50%를 2027년까지 달성한다는 명확한 주주환원 목표를 제시했다. 자본관리 정책을 개선해 CET1을 13~13.5%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ROE를 10% 이상으로 유지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속가능 ROE 10%, CET1 13%, 총주주환원율 50% 등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총주주환원율은 CET1 12.5~13% 구간에서 40%까지, 13% 초과 시에는 50%까지 확대한다는 구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와 같은 가파른 주가 상승을 내년에도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된 총주주환원율 상승에 따른 배당 수익과 자본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 대다수는 KB금융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CET1 비율이 업종 내 가장 높고, KB금융지주가 제시한 주주환원 정책은 비교적 영속성이 높은 구조라는 분석이다. 높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주가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주환원은 결국 자본력이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며 “KB금융은 CET1 요구 수준 대비 초과 자본 규모가 가장 많아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KB금융의 주주환원은 이익이 아닌 위험가중자산(RWA) 성장에 좌우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익보다 RWA에 대한 추정이 더 큰 오차범위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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