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군밤 팔며 준비한 영화제..."두 배 늘어난 관객에 행복해요"
성하훈 영화저널리스트
"관객이 두 배가 늘었습니다. 정확한 관객 수를 알려드리면 매년 평균 1천 명 정도인데, 올해는 관객이 2천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하게 늘었어요."
전북독립영화제 박영완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관객 증가를 말하며 영화제의 성장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다만 예산에 대해 말할 때는 아쉬움 가득한 모습이었다.
"전체 상영작이 49편으로 지난해보다 장편 2편, 단편 16편 등 18편 증가했습니다. 영화제 일정도 늘었는데, 예산은 20%가 깎였습니다. 7천만 원에서 5천만 원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모든 상영은 무료로 진행했어요. 사람들이 저보고 미쳤다고 합니다."
▲ 손가락으로 24회 전북독립영화제를 강조하고 있는 박영완 전북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
ⓒ 성하훈 |
폐막을 앞두고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지난 3일, 전북독립영화협회 대표이기도 한 박영완 전북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나 올해 영화제와 정부의 예산 삭감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정부 예산 삭감으로 국내 다수의 영화제들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중이다. 전북독립영화제도 다르지 않았다. 몇 사람 몫을 해내야 하는 과중한 업무는 청년들의 열정페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영화제 특성상 대부분의 업무에서 청년들의 참여가 절대적인데, 정부의 정책은 청년들을 배려하지 않으려는 셈이다.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영화제 스태프 3명과 자원활동가 7명, 합해서 10명이 영화제를 꾸리고 있어요. 인건비 부담이 크니까 사람들 쓸 수가 없어 다들 혼자서 몇 명의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예산이 안 나오니까 어쩔 수가 없어요. 사람을 쓰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게 제일 힘들죠. 그러다 보니 이제 제가 일을 하게 되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내 인건비가 나오냐, 저는 제 돈을 써가면서 합니다."
예산을 줄였으면 행사 규모도 줄이는 게 맞아 보이지만 그럴 수도 없다. 그간 이어온 성과들이 나타나기 때문. 윤석열 정부가 올해부터 전액 삭감한 지역영화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업은 없어졌으나 장기적 안목으로 길게 이어온 사업이다. 성과도 계속 나오는 중이다.
"올해 전북지역에서 영화제 작품 공모에 출품한 영화가 지난해 30편에서 40편으로 10편이나 늘었습니다. 이 중에서 15편 정도는 지역영화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교육을 받았던 친구들이 이제 (본격적인) 활동을 하면서 만들어 놓은 영화인 거죠. 그 영향으로 상영작이 늘어난 거고, 상영관도 추가해야 했고, 영화제 기간도 하루 늘어난 겁니다. 다행인 것은 관객이랑 게스트들이 너무 좋아해 주니보람을 느낍니다. 영화제는 많이 와주는 게 최고죠."
▲ 24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박영완 전북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
ⓒ 전북독립영화협회 |
2025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 박영완 집행위원장의 노력으로 독립영화인들은 기재부 담당자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이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설명이지만 정작 기획재정부는 영진위가 예산을 올린 적이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문체부 장관과 독립영화인들 간담회 때 기재부에서 지역 예산을 깎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기재부를 만나서 직접 물어본 거예요. 처음에는 정부의 기조가 지역 예산을 다 삭감시키는 기조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기재부랑 이야기를 해보니까 그것도 아닌 겁니다. 기재부 관계자 말이 "지역영화 지원 예산을 왜 그렇게 해요? 저희 그렇게 안 하는데요"라고 하더라고요.
영진위에서 일단 지역영화 관련 예산이 전혀 안 올라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올라왔으면 우리가 지역 예산을 깎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지금 심지어 다른 영역에서 세워진 지역 예산들이 있다'고 했어요. 영화만 안 올라왔다는 거예요. 안 올라오는데 우리가 어떻게 심사를 해서 예산 편성을 하냐 이런 얘기를 들었죠. 거기서 이제 할 말이 없어진 거예요. 그럼 이건 영진위가 지금 우리한테 거짓말을 하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함께 갔던 독립영화인들이 말이 안 된다고, 막 화를 내고 그랬습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지난 9월 26일 한상준 영진위원장의 언론간담회 때 영진위의 입장을 물었던 적이 있었다. 한상준 영진위원장은 "독립영화인들이 기재부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기재부에서 왜 그런 입장을 말했는지 확인해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영완 감독은 지역영화 지원 사업 폐지와 서울독립영화제 예산 삭감도 거론하며 문체부를 비판했다.
"지역영화 예산 건드려서 없애고 이제 서울독립영화제 건드리잖아요. 그럼 지역 영화 예산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지역 영화 예산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미뤄두고 서울독립영화제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서울독립영화제제 예산부터 살려야 되니까요. 그러면 정작 지역 영화 예산은 어느 순간 잊힐 거란 말이죠. 이런 그림들이 계속 그려진다는 거죠. 결국 지역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속상해요. 왜 항상 우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야 할까요?"
중앙정부의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한 지역의 관심은 어떨까. 박영완 집행위원장은 "그나마 전북도와 전주시가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애매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전북독립영화제잖아요. 애매한 게 전주시는 지원을 더 해 주고 싶어 해요. 그런데 전라북도에서 안 늘려주고 있는거죠. 이게 전주독립영화제가 아니잖아요. 전라북도에서 예산을 올려줘야 전주시의 명분도 사는 건데, 도청에서는 이게 반응이 좀 뜨뜻미지근한 거죠. 다행인 건 개막식 때 오신 도청 관계자 분들이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부지사님가 도의원들이 오셨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야외 개막식을 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을 보고 인사하시면서 예산 확보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 지난 겨울 전북독립영화제 비용 마련을 위해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차린 노점 |
ⓒ 전북독립영화협회 제공 |
그 중심에 박영완 전북독립영화제협회 대표가 있었다.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의 예산 삭감 항의 시위 등에 앞장서며 지역영화 활동을 선도하는 중이다. 앞장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 불이익에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는 단호했다.
"저는 잃을 게 전혀 없어요. 제가 잃을 게 없는 게 다행인 거죠."
노점까지 차렸던 이유는 전북독립영화협회를 이끌고 있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독립영화협회의 필요성을 느끼는 친구들은 청년 아니면 대학생인데, 이들에게 자본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어른들이 후원금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내년부터는 상영회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후원인들에게 상영하면서 후원금 모집할 때 많이 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에 워낙 극장 상황도 어려우니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전북도민들이나 전주 시민들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에서 좀 확고한 의지를 좀 보여줬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전북이나 전주시에서 문화 쪽으로 쓰이는 예산들이 있는데 보여주기식 예산들이 엿보입니다. 제가 봤을 때는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만들어진다고 독립영화인들이 이걸 쓸 수 있을까? 의문이거든요. 교육을 통한 장기 프로젝트로 봐야 하는데 지자체 예산 소비는 1년 단위로 돼 있어 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전북 부안에서는 지난 여름에 관객이 많지 않았던 야외상영 행사를 3일 동안 개최하면서 수억을 들였다고 하는데, 지역에서 꾸준히 독립영화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상실감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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