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도 무색한 트럼프 효과…“트럼프 승리시 美 국채금리 5%에 가까워질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시장금리는 반대로 다시 치솟고 있다. 재정 확대와 관세 인상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4%포인트 오른 4.38%로 거래를 마쳤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시장금리가 높게 유지됐던 지난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최근 Fed의 ‘빅컷(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하락세를 탔었다. 여기에 예상보다 미국 실업률이 높게 나오면서, 지난 9월에는 3.6%대까지 금리가 떨어졌었다. 장기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Fed의 기준금리와 장기 경제 성장 전망에 따라 움직인다.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성장 전망이 좋지 못하면 금리도 따라서 하락한다.
최근에도 미국 국채 금리는 오를 이유보다는 떨어질 이유가 더 많았다. Fed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비농업 신규 일자리가 전월 대비 1만2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허리케인 헐린·밀턴의 영향이라지만, 전문가 예상치(11만개)를 한참 못 미치면서 ‘고용 쇼크’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른 것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의식한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시 오를 자산에 미리 투자하는 것)’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후보는 재정 확대와 감세 정책 두 가지를 모두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미국의 재정 적자는 커질 것이고, 이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량이 늘면서 금리가 올라(국채 가격은 하락)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 미국 예산 감시 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는 도널드 후보 당선 시 카밀라 해리슨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당선 때보다 재정 적자가 두 배 수준으로 더 늘 거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트럼프 후보가 제조업체의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게 하기 위해,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는 점도 국채 금리를 자극하는 요소다. 관세를 올리면 물가 상승률이 커질 수 있어 그만큼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제나디 골드버그 미 금리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승리와 ‘레드 웨이브(공화당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이미 국채를 매도(국채 금리 상승)하고 있다”면서 “만약 레드 웨이브가 현실화 된다면 국채 금리는 5%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벗(Pivot·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미국 국채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금리 차에 따른 환율 불안 등을 우려해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기 어려워서다. 이럴 경우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원화 가치 하락)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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