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문양목 지사 유해 봉환, 내년 초 윤곽 나올 듯

김동이 2024. 11. 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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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 청문 절차, 12월 중 종결 예상... 2025년 봉환 시 고국 떠난 지 120년 만의 귀환

[김동이 기자]

▲ 캘리포니아주 맨티카 시 파크뷰 묘지에 안장돼 있는 문양목 선생 우운 문양목 선생의 유해봉환 허가 시점을 새해 1월 중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태안신문> 취재진이 문양목 선생의 묘소를 참배 후 취재하고 있다. 우운 선생의 묘소 주변에는 일본인들의 묘소가 화려하게 자리잡고 있어 씁쓸함을 주고 있다.
ⓒ 김동이
독립운동가 우운 문양목 지사(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의 유해 봉환을 위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소재 산호퀸 지방법원에 청원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말 법원 청문이 개시되면서 당초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에 맞춰 유해를 봉환하려던 계획이 미뤄지게 됐다.

문양목 지사의 유해 봉환은 2023년 1월 27일 당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우운 문양목 선생과 황기환 지사 등 해외 항일독립운동가를 지목하며 "국외에 안장된 독립유공자 유해도 적극 봉환해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겠다"고 보고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2개월 뒤인 2023년 4월 10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유진 초이' 역의 실존인물인 황기환 지사가 순국 100년 만에 대전현충원에 유해 봉환됐다. 그 자리에서 박 처장이 "정부는 앞으로도 안중근 의사님, 문양목 지사님, 윤동주 지사님을 비롯한 이역만리에 홀로 외로이 잠드신 영웅들의 유해를 마지막 한분까지 독립된 조국으로 모셔오겠습니다"라고 약속한 이후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문양목 지사의 유해 봉환은 올해 안에 봉환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직계자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상황이라 미국 법원의 청원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관련 절차가 지연된 것.

향후 유해봉환 관련 국가보훈부-기념사업회 등 공조 절실
대한민국 총영사관도 교포협력 지원 등 발 벗고 나서
▲ 우운 선생의 유해봉환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수연 상임이사와 변호사 우운 선생의 유해봉환 청원전담 변호사와 기념사업회 이수연 상임이사가 법률 검토 및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 이수연 제공
현재 미국에서 문양목 지사 유해 봉환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사단법인 우운문양목선생기념사업회의 이수연 상임이사는 "법원 청문(hearing date)은 11월 말에서 12월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내 종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도 "판결문을 주정부에 송달한 이후 유해봉환 허가 시점은 새해 1월 중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관련 절차를 거친 뒤 2025년에 문양목 지사의 유해가 봉환된다면 고국을 떠난 지 120년 만에 돌아오는 것이다.

이수연 상임이사는 미국 법원의 판결 이후 "유해 봉환에 대한 국가보훈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와 태안군민의 간절한 염원, 남평문씨종친회, 국내외 후손의 단합된 노력으로 성원과 긴요한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문양목 지사의 유해 봉환을 위해 지난 9월 26일 실무 작업을 토대로 유해의 조속한 봉환을 염원하는 기념사업회·남평문씨종친회 공동명의의 탄원서(대표 발원자 문지모, 노진용) 문안을 협의 결정했다. 또한 10월 8일에는 이 상임이사가 유해봉환을 위한 법정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마크 최(Mark Choi) 전담변호사를 방문해 문양목 지사가 대동공보를 발행한 1907년 10월을 기념해 올해 10월 중 탄원서(영문 법정 통번역)를 제출키로 협의했다.

또한, 탄원서(Petition) 보충 자료로 <독립운동가 우운 문양목 선생의 생애> 영문 소책자를 장손녀인 낸시 울맨(Nancy Ullman, 뉴멕시코 거주)으로 부터 입수, 문안을 첨삭해 활용키로 했다. 이 영문 소책자의 제목은 'The life of independence activist Moon Yang-mok(독립운동가 문양목의 생애)'다. 이 책은 문양목 지사의 시련기, 새로운 도전, 이민생활, 독립운동, 휴머니티, 위대한 한국인 등 6개 목차로 구성돼 있다. 이 소책자에 따르면 문양목 지사는 유언 중 "조선은 반드시 독립될 것이며, 그때는 반드시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구절이 포함돼 있다.

미주 한인회도 협조

이수연 상임이사는 미국 현지 한인회의 협조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상임이사는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을 방문해 임정택 총영사와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 임원이 함께 유해 봉환 관련 교포 협조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문양목 지사를 비롯한 미주 항일애국지사들의 항일투쟁의 중심역할을 했던 상항 한인연합감리교회와 Fresno 한인장로교회도 방문해 담임목사와 교회 원로 등을 만나 유해봉환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등 교계 홍보활동도 전개했다.

상항 한인연합감리교회는 문양목 지사가 대한인국민회 북미총회장과 총무 재임 당시 애국지사인 이대위 목사와의 교분을 쌓은 곳이며, Fresno 한인장로교회는 문양목 지사의 생업이었던 영농 현장 리들리(Reedley) 농장에서 4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새크라멘토한인회 등 미국 서부지역 CA 5개 한인회에 우운 선생의 유해봉환을 열망하는 입장을 견지토록 하는 한편, 유해봉환을 위한 성금 모금도 홍보하고 있다.

정치권에도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 10월 8일에는 차기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장을 던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데이브 민(Dave Min)을 방문해 <문양목 평전>과 함께 성금모금 홍보물을 전달하는 한편 주정부 허가절차에 힘이 돼 줄 것을 협력 요청했다.
▲ 리들리 독립문 찾은 이수연 상임이사와 김형태 교수 이수연 상임이사가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 김형태 교수와 우운 문양목 선생 생업현장인 리들리 및 독립운동 발상지를 방문했다.
ⓒ 이수연 제공
학계의 도움도 요청했다. 10월 16일에는 UC Fresno 대학 차만재 교수(정치행정), 김형태 교수(카이스트 졸)와 동행해 리들리 현장 답사에 나서는 한편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장 안유신 교수와의 만찬 간담 시 독립문(Independence Gate) 앞 독립운동가비터에 문양목 선생 비석 건립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중가주 한인역사연구회 부회장 김형태 교수는 "이수연 상임이사의 유해봉환 노력과 독립운동가 선양사업 노력에 감명을 받았다"라며 "본 연구회 고문으로 위촉하기 위하여 연말 정기총회에 인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오는 12일 한국에 돌아오는 이수연 상임이사는 <태안신문>에 "귀국 전까지 우운 선생의 유해봉환과 관련해 한인회장단과 교포 및 총영사관 등 유관기관단체, 한인교회 등과의 간담회를 통해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법원 청문과 심리에 따라 전담 변호사를 동반해 후손과 종친회 및 기념사업회를 대표해 법정 증언이 필요할 경우 체류기한을 연장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찾은 이수연 상임이사 임정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과 이수연 독립유공자 문양목 선생 기념사업회 상임이사가 지난달 30일 문양목 선생의 유해 봉환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 사진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누리집에도 실려있다.
ⓒ 이수연 제공
덧붙여 그는 "오는 8일에는 임정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와 리들리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우운 문양목 선생은 장인환, 전명운 열사의 재판 재정위원장으로 석방을 위해 모금활동을 주도한 만큼 장인환, 전명운 독립투사 비석 옆에 문양목 선생의 비석 건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건의할 예정"이라면서 "한인회와 교포사회의 기부 여건 조성에도 나설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이를 위해 이수연 상임이사는 10월 30일 임정택 총영사를 만나 문양목 지사의 유해봉환 추진을 위한 향후 계획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도 10월 31일 누리집을 통해 '독립유공자 문양목 선생 기념사업회 상임이사 면담' 사실을 전했다. 총영사관 측은 "우리 정부는 캘리포니아주 맨티카 시 파크뷰 묘지에 안장돼 있는 문 선생의 유해 봉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도 유해봉환 도움의 손길… '범군민 성금모금 운동'도 진행중

한편, 국내 정치권에도 우운 선생의 유해봉환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이 상임이사는 미국 출국 직전인 9월 28일 서산태안지역구의 국회의원인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을 만나 '유해봉환 추진 개요 및 미국 방문 활동계획'을 브리핑했다. 브리핑을 듣던 성일종 의원은 총영사관과 외교부 간 협조를 지원토록 외교부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고 한다.

또한 기념사업회가 전 태안군민을 대상으로 '범군민 성금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기부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서산세무서장 추천을 거쳐 11월 10일한 기재부로 신청돼야 2024년도 연말정산 공제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성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단법인 우운문양목선생기념사업회는 3월 29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1년간 미국 스탁턴에 위치한 파크뷰 공동묘지에서 84년간 잠들어계신 우운 문양목 선생의 유해봉환과 생가지 재정비 등의 추모공간 조성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범군민 성금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범군민 성금모금 운동'은 기념사업회와 새마을운동 태안군지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으며, 본지와 태안문화원, 태안군, 태안군의회가 후원하고 있다. 미국 서부 새크라멘도 한인회와 남평문씨 서산태안종친회도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후원방법은 1만원 이상의 후원금이거나 국내외 독립운동 자료 등의 물품을 기념사업회에 기부하면 된다.

우운 문양목 선생은 1869년 6월 태안군 남면 몽산리에서 출생해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으며, 을사조약 체결 후 1905년 하와이로 망명해 1940년 서거할 때까지 언론활동을 통해 '한인사회 단합론'을 펼치고 교육사업과 무장투쟁을 통한 독립을 주창한 독립운동가다.
▲ 우운 선생의 고향인 충남 태안군 남면 몽산리의 충운사에 모셔진 존영 문양목 선생의 국내 유해봉환을 위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소재 산호퀸 지방법원에 청원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연말 법원의 청문이 개시되면서 당초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에 맞춰 유해를 봉환하려던 계획이 미뤄지게 됐다.
ⓒ 김동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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