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금투세 폐지 동의"에…기재부 '안도', 시장은 '환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투세는 당장 2개월 뒤인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만큼 준비 시한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이미 금투세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관련 법안이 야당의 반대 없이 상임위를 거쳐 연내 국회 본회의까지 최종 통과되면 내년 금투세 시행은 바로 없던 일이 된다.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세수 부담 가중 우려
다만 기재부는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인하해온 증권거래세율은 원상복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코스닥 기준 증권거래세율은 기존 0.25%에서 2021년 0.23%, 2022년 0.2%, 올해 0.18%로 점점 내려왔고, 내년엔 0.15%로 추가 인하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처음엔 금투세 도입과 패키지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폐지하는 방침을 세운 것은 맞다”며 “투자자 부담을 낮춰주는 차원에서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만큼 (금투세가 폐지돼도) 거래세 인하는 그대로 갈 계획”고 밝혔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9월 관련 질문에 “(금투세 폐지 논의와 별개로) 여러 시장 상황을 봤을 때 거래세는 스케줄대로 인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걱정은 직간접적 세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투세 도입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사라지는 반면, 증권거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 효과는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거래세율을 인하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약 4조원의 세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예정처는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내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연평균 약 1조3000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 ‘환영’…코스피·코스닥 동반 상승
시장은 이날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반겼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3% 오른 2588.9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6일(2.9%) 이후 40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중‧소형주가 많아 개인 투자자 비중이 더 높은 코스닥지수는 더 크게 화답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3% 상승한 754.08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지난 8월 5일 검은 ‘월요일 사태’로 10% 넘게 급락한 지수를 일부 되돌린 8월 6일(6.02%) 이후 가장 높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는 소폭 상승 출발 후 소폭 상승 수준을 나타내다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금투세 폐지 동의 소식 이후 상승 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짐에 따라 국내 주식 시장에 개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시행에 따른 자금 이탈 우려에 국내 투자자들은 중장기 관점에서의 국내 주식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민주당의 결정은 국내 주식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코스닥 시장의 수급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투세 관련 리스크는 잦아들었지만, 국내 주식 시장을 둘러싼 여러 변수가 산재한 만큼 국내 증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대선 결과 및 이후 열리는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세제 개편이 나와야 국내 주식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주주 환원과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과 배당 소득 분리과세 혜택에 포함됐다. 하지만 여야간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믹소 다스 JP모건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에 참석해 “밸류업 프로그램 방향성은 맞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세율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배당소득세와 같은 부분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상현·하남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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