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 방불케 한 벤츠 배터리 공장 기자회견
[김종철 기자]
▲ 독일 진델핑겐 벤츠 차량안전기술센터에서 충돌테스트 후 EQS 차량 모습 |
ⓒ 메르세데스벤츠 |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오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운터튀르크하임의 메르세데스-벤츠 본사 회의실. 벤츠의 배터리 개발을 총괄하는 회사 최고위급 임원이 나섰다. 지난 8월 인천 청라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벤츠의 전기차 이큐이(EQE) 화재 사고 후, 독일 본사 책임자가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기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이날 1시간 30분에 걸친 인터뷰도 전기차 화재에 집중됐다. 본사 차원에서 이번 사고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 이었다. 이미 국내에선 벤츠 차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였다. 벤츠도 적극적이었다.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배터리 연구개발 과정을 비롯해, 자체 배터리 생산 공장도 공개했다. 전기차 이큐에스(EQS) 실제 충돌 실험도 기자들 앞에서 직접 시연해 보였다.
회사로선 전기차 배터리 안전을 둘러싼 관련 시설을 거의 공개한 셈이다. 물론 한국 기자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벤츠 본사 배터리 연구개발 총괄책임자까지 직접 간담회 자리에 나섰다. 분명 이례적이었다. 본사 쪽 관계자는 기자에게 "특정 국가의 미디어를 상대로 이처럼 광범위하게 연구와 생산 현장을 공개한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전기차 안전을 둘러싼 논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운터튀르크하임의 벤츠 본사에서 우베 켈러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배터리 개발 총괄(왼쪽)과 카르스텐 브레크너 벤츠 파워트레인 구매·공급사 품질 총괄이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 메르세데스벤츠 |
이날 간담회에 나선 우베 켈러(Uwe Keller) 벤츠 배터리 개발 총괄은 무엇보다 배터리의 품질 관리와 엄격한 테스트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해 "피해를 본 분들께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벤츠에서 배터리의 결함을 알고도 은폐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재 경찰 등에서 조사가 진행중이고, 공식적인 보고 내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외부 충격으로 인한 배터리 셀 손상에 따른 화재 가능성'이라는 감정 결과에 대해서도, 우베 켈러 총괄은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는 것에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대신 벤츠 내부적으로 모든 차량에 대해 충돌 테스트를 하고 있고, 배터리가 견딜 수 있는 외부의 힘을 확인하기 위한 자체 충돌 실험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 쪽은 기자들에게 실제 국내서 판매 중인 전기차 EQS의 충돌 실험을 전격 공개했다.
이어 벤츠 전기차에 들어간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의 안전성과 설계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터리 셀의 경우 표준 설계 방식에 따라서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친다"라면서 "배터리 설계 자체의 문제라 생각하지 않으며, (파라시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에 따른) 열폭주 가능성과 방지 대책도 다른 배터리 시스템과 동일한 기준에 따르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 자리는 마치 국회 국정감사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자들의 질의가 계속됐다. 배터리의 안전성을 좀 더 높일 방안, 화재 위험을 줄일 획기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한국에 들여오는 벤츠 전기차에 중국산 파라시스와 씨에이티엘(CATL) 배터리가 계속 탑재될 것인지 등…
▲ 독일 진델핑겐 벤츠 차량안전기술센터에서 충돌테스트 후 EQS 차량 모습 |
ⓒ 메르세데스벤츠 |
우베 켈러 총괄은 "이번 사고와 무관하게 벤츠는 기술과 안전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화재 위험성이 적은) 전고체 배터리로 가는 것이지만 중간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시스템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벤츠는 전기차의 핵심 요소인 배터리의 원료부터 셀과 모듈화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생태계를 구성하려고 한다. 배터리 연구개발센터를 통해 자체 배터리 기술을 축적하고, 셀 제조사를 통해 자신들만의 배터리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상용화하는 수준까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배터리 기술은 국내 엘지(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에스디아이(SDI), 에스케이온(SK On)이 크게 앞서 있는 상태다. 벤츠가 오는 2028년부터 10년 동안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배터리에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사용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2038년까지 미국에서 팔리는 벤츠 전기차에는 한국산 배터리가 들어간다. 그럼에도 벤츠의 배터리 기술과 생산의 내재화를 위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었다. 벤츠가 기자들에게 직접 공개한 배터리 연구개발센터, 생산공장은 그들이 왜 배터리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독일 슈투트가르트 헤델핑겐 소재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EQE·EQS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가 생산되고 있다. |
ⓒ 메르세데스벤츠 |
하지만 실제 공장 내부에선 직원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공정 대부분이 로봇과 전동화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전체 면적만 1만 6500㎡로 배터리 생산과 물류를 담당하는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최첨단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부분 자동화돼 있지만 수작업이 필요한 구간도 있다. 대체로 최종 품질 검증 단계에선 숙련된 직원들이 직접 확인한다.
▲ 독일 슈투트가르트 헤델핑겐 소재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EQE·EQS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가 생산되고 있다. |
ⓒ 메르세데스벤츠 |
이곳 공장은 벤츠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업체로부터 셀 등을 제공받는다. 이후 안전도 등의 검사를 거쳐 최종 배터리 팩으로 제작, 생산된다. 'CATL이나 파라시스에서 배터리 셀이 들어오느냐'고 묻자, 회사 관계자는 웃으면서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 이곳은 벤츠의 배터리 내재화에 핵심이다. 앞서 우베 켈러 총괄이 밝힌 대로 궁극적으로 벤츠 기술에 맞춘, 벤츠의 DNA가 담긴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최전선이다. 아직은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팩을 생산하는 곳이지만, 궁극적으로 자체 개발한 배터리 셀이 들어간 배터리 제품을 최종 생산하는 기지가 된다.
▲ 독일 슈투트가르트 헤델핑겐 소재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EQE·EQS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은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배터리 생산 과정을 검수하는 모습. |
ⓒ 메르세데스벤츠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 '기밀수사'에 썼다더니... 한심한 검찰
- "이재명 대표 집권해도 금투세 재추진 어려울 것"
- 이재명 37.3%·한동훈 15.3%...격차 두 배 이상
- '프로 불참러'된 대통령에 쏟아진 비판, 국회의장도 "강한 유감"
- 제주 해녀 은퇴식, 배우 송지효 깜짝 등장한 이유
- 고영양 고효율, 1초마저 아끼는 20대 자취생들
- "중도층 10명 중 6명 이상, 공정과세? 부자감세다"
- 김용 구글 타임라인 감정인 "원시데이터 변형 불가"...검찰 의문 제기
- 국힘이 없앤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조례' 다시 살아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