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어닝쇼크 못 막은 석유화학…샤힌 투자리스크 괜찮을까(종합)

정진주 2024. 11. 4. 17: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분기 영업손실 4150억…컨센서스 2741억보다 크게 하회
석유 수요 감소 등 따라 석화 매출 비중 25%로 확대 계획
中 저가 공세에 석화 공급과잉 현상 심화…수요 개선 폭 크지 않아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에쓰오일

에쓰오일이 3분기 시장의 예상치보다 크게 악화된 실적을 올렸다. 정유 사업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화학사업마저 가까스로 ‘흑자 턱걸이’를 하며 영업손실 폭이 예상을 크게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를 구축하는 ‘샤힌 프로젝트’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어, 화학 사업 비중과 함께 리스크도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4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고 4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8조8407억원으로 1.7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실적발표 직전 집계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였던 2741억원 적자보다 손실 폭이 큰 '어닝쇼크'다.

핵심사업인 정유 부문에서 정제마진 하락으로 5737억원의 적자가 난 영향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쓰오일이 공들이고 있는 석유화학 부문까지 겨우 적자를 모면한 50억원의 영업이익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 동기 1629억원, 전분기 1099억원보다 각각 96.9% 95.5% 줄어든 수치다.

에쓰오일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해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샤힌 프로젝트에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로 현재 12.8% 수준인 석유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는 등 영향에 기존 정유 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석유화학 분야까지 넓히는 것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이 투입됐으며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EPC(설계·조달·시공) 공정 진행률은 42%로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건설 현장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지 정지 공사 작업이 마무리됐으며 초대형 크래킹 히터 총 10기 중 8기가 자리를 잡았다. 크래킹 히터는 스팀 크래커의 핵심 장치로, 나프타·LPG 등의 원료를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단일 설비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18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해당 규모의 에틸렌을 소화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미 아시아 역내 시장은 중국산 저가 공세로 석유화학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집중 확대해 중국 에틸렌 규모는 약 2500만t이 됐다. 이는 글로벌 증설 물량의 약 70%에 해당한다.

또한, 국내 석유화학 생산능력의 2배 가까이 되는 중국 신증설 물량을 소화하기엔 고유가 기조, 중국의 정유·화학 종합 플랜트(COTC) 설비 신설 등 영향으로 수요 개선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황에 대한 중장기 전망이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해야 하는 형편이라 가동 시점에 업황이 좋지 않을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날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샤힌 프로젝트 추진은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자금 조달 계획은 현재까지 변동 없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자금 조달 계획은 프로젝트 기간에 보수적인 업황을 가정해 수립했기 때문에 최근 시장의 업황 악화 부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계획이 수립되고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투자금 중 29%가 외부 조달 차입 계획이 있다"며 "이 중 시설자금 대출, 대주주로부터 차익에 대한 약정 자체는 이미 다 완료를 했다. 이 부분이 외부 조달 금액 중 약 67%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아람코는 최근 자회사 사빅이 라스알카이르 지역에서 추진하던 40만 배럴 규모의 COTC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이 설비는 석유화학 생산 비중을 50%까지 늘린 형태로, 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추구하는 사업구조와 방향성이 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 차원에서 석유화학 비중을 늘리는 사업구조 개편을 비관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면 에쓰오일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그것(아람코의 COTC 건설 계획 취소)에 대한 정확한 이유나 사실 여부에 대해서 저희가 여기서 답변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오히려 우리 회사의 샤힌 프로젝트의 중요성 한층 더 강조되는 계기가 될 것 같고, 중동 내 COTC 프로젝트가 만일 취소된다면 오히려 원가 경쟁력이 높은 우리 회사의 샤힌 프로젝트가 한층 더 높은 경쟁력과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