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왜 이래?…'1년' 예금보다 '반년'짜리 파킹통장이 더 높다
은행‧저축은행의 예금 상품에서 금리 역전이 나타나고 있다. 돈을 맡기는 기간이 길수록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 수신 금리는 시장통념과 반대로 움직였다. 금리 인하가 예고되면서 은행권에선 장기예금의 금리혜택을 줄였고, 소비자도 유동성을 중시해 단기 예금이나 수시입출금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다.
예금 만기 짧을수록 금리 높아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권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만기에 따라 12개월 연 3.59%, 24개월 연 3.07%로 집계됐다. 6개월 만기 예금 금리가 12개월 이상보다 높은 경우도 상당수다. 예컨대 예금금리가 가장 높은 OBS저축은행의 ‘인터넷정기예금’의 6개월 만기 상품 금리는 연 4.1%인데 12개월일 땐 연 3.5%이다. HB저축은행의 ‘스마트정기예금 금리는 6개월 연 4%, 12개월 연 3.5%, 24개월 연 3%다. 이처럼 6개월 예금금리가 12개월보다 높은 저축은행 예금 상품만 23개에 달한다.
저축은행뿐 아니라 은행에서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중 기본금리가 가장 높은 건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과 Sh수협은행의 ’헤이(Hey)정기예금‘으로 각각 연 3.42%로 공시했다. NH올원e예금의 경우 6개월 만기일 때 금리가 12개월보다 높은 연 3.45%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 반영
지난 9월 미국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서면서 통화정책은 긴축 완화 국면으로 진입했다.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서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약속한 기간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장기 고금리 상품은 단기 예금보다 부담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 예금 상품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한 이후엔 역마진이 벌어질 수 있다”며 “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 만기시점을 분산하기 위해 1년 미만의 단기 예금을 늘리는 경향도 있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저축은행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예금금리를 대폭 올렸다. 예금 만기 시점이 연말로 쏠려 자금이 한 번에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12개월 미만 예금의 금리를 높인 것이다.
파킹통장이 예금금리 상회하기도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파킹통장이 예‧적금 금리를 뛰어넘는 상황도 나타났다. SC제일은행과 전북은행은 각각 최고금리 연 4%, 연 3.51%의 파킹통장을 운영한다. 저축은행은 우대금리에 따라 최고 연 이자 8%(OK저축은행)를 지급하는 파킹통장까지 출시했다. 고금리 적용 한도가 제한되는 등 요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하루 단위로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기간이 정해진 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파킹통장의 경우 고객 유인 목적이 크다. 높은 금리로 신규 고객을 모으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 계약 시점의 금리를 적용하는 예‧적금과 달리 수시로 금리를 변경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 금리 인하기에 유리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로 비대면으로 가입하는 상품인 만큼 급여통장 등으로 활용하는 수요를 겨냥해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파킹통장 금리를 높이는 것”이라며 “최근 젊은 세대는 유동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수요도 많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장기 예금상품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낮아진 측면도 있다. 최근 부동산, 미국 주식, 암호화폐 등 투자처가 다양해지면서 1년 이상 돈을 묶어두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금융 소비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1년 미만의 예금 잔액은 증가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40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60조9000억원)보다 11.6%(41조8000억원)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정기예금 잔액은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단기 예금 상품으로 수요가 집중됐다는 의미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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