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3년만에 첫 분기흑자 240억...적자 탈출 비결은 운영효율
SK온이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지 3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제조 원가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한 체질 개선을 실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온이 지난 3분기 매출 1조4308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공시했다. 2021년 10월 분사후 12개 분기만의 흑자다. 분사 첫해인 2021년 약 3조원의 연 매출을 달성한 이후 2022년 7조6177억원, 2023년 12조8972억원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대규모 투자 이후 찾아온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 저하, 재고량 증가 등을 겪으며 3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3분기엔 매출이 전분기(1조 5534억원) 대비 1227억원 감소한 대신, 전분기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1개 분기만에 빠르게 회복했다.
SK온은 분기 흑자 전환의 비결로 운영 효율을 꼽았다. ▶전 분기 기저효과 측면에서 2115억원 ▶수익성 개선 활동 측면에서 599억원 ▶기타 요인 2127억원이라고 밝혔다. 기저효과로는 지난 2분기 상업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3공장의 램프업(가동률 확대)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한 것 점이 반영됐다. 공장 가동을 시작해 수율(양품 비율)이 궤도에 이르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고 이 기간만큼 비용이 발생하는데, 2023년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 2공장을 상업 가동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기간을 줄여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기존에 원료 가격이 비쌀 때 사놨던 재료로 만든 고단가 재고를 소진하고 비교적 저렴한 원재료로 생산한 것도 기저효과에 반영됐다. ‘기타 요인’에는 환율, 원소재 가격 변동 등으로 인한 고객사와의 정산 활동이 포함됐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대외적 불확실성 지속, 수요 확대 지연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 노력 및 고객사 정산 활동 등에 힘입어 분기 영업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상황과 고객사 수요 등을 모니터링하며 계획돼 있는 시설투자(CAPEX) 금액의 절감과 투자 시점 이연 등 관리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며 “시설투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블루오벌SK(BOSK)와 현대차 합작법인(JV)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가 연내 집행됨에 따라 2025년 이후 시설투자 금액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포드와 진행 중인 BOSK 프로젝트 중 미국 켄터키 2공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양산 시작 시점을 연기한다.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계획대로 2025년 연내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차 JV 공장도 예정대로 2025년 연말 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 계획이나 라인 운영 최적화 등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김 CFO는 말했다.
SK온은 4분기 실적 역시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CFO는 “수요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나, 4분기에는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의 가동 및 2025년 상반기 신차 출시 준비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도 전망된다. SK온은 합병을 통해 배터리 원소재 조달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더욱 키워 나간다는 방침이다. SK온은 지속적인 흑자 구조 달성을 위한 체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는 방침이다.
한편, SK온의 모 회사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 1일 SK E&S와의 합병을 완료해 아태 민간 최대 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캐시카우인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온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탤 거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이 수익성 개선 노력 등에 힘입어 분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합병 법인이 출범함에 따라 향후 재무안정성과 수익성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향후 시너지 창출 가속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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