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전 세계 휩쓰는 '소프트 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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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75)이 지난달 26일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종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소프트 파시즘'을 막기 위해선 평화주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파시즘이라고 부르는 '국가의 일체성'이란 전통적인 이데올로기로 근대화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은 공산주의보다 훨씬 자주 유교의 전통을 끄집어내고, 러시아는 보수적이고 원리주의적인 종교를 내세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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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 자유롭지만 국가중심·민족주의 기반
전쟁·에너지 위기·난민 문제의 대안처럼 떠올라
저명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75)이 지난달 26일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종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소프트 파시즘'을 막기 위해선 평화주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란 두 개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선 분명한 입장 표명과 군사력 등의 강한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소프트 파시즘(Soft Fascism) 혹은 연성 파시즘은 표면상으론 비교적 자유로운 사회를 유지하면서도 국가중심적·민족주의적 이념에 기반해 집권 세력이 자의적인 지배를 해 나가는 정치사상이나 체제를 일컫는다.
지젝은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뿐 아니라 극우 정당이 대두하는 유럽 상황까지 아울러 '나치의 파시즘'과는 다른 '소프트 파시즘'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내가 파시즘이라고 부르는 '국가의 일체성'이란 전통적인 이데올로기로 근대화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은 공산주의보다 훨씬 자주 유교의 전통을 끄집어내고, 러시아는 보수적이고 원리주의적인 종교를 내세운다"고 진단했다.
파시즘은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특히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나타난 정치사상이자 체제다. 다수의 힘에 의지하는 대중 정치와 정책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민간인을 모으는 대중 동원에 기반해 극단적·배타적 민족주의와 독재 정치를 표방한다. 파시즘은 1차 세계대전의 피해로 경제·사회적 혼란에 빠진 유럽의 상황과 1920년대 세계 대공황을 계기로 부상했다. 독일의 나치즘에도 적용됐으며 이후 여러 국가에서 나타난 독재적인 정치·경제·사회사상을 총칭하게 됐다.
파시즘 체제를 이루는 요소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와 그 지도자가 구현하는 국가, 대중을 동원하는 유일한 독재 정당, 정당에 협력하고 지원하는 경제 분야 등의 조직이 거론된다. 체제 유지를 위해 파시즘 국가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동원해 광범위한 상징 조작과 이미지를 생산하고, 각종 의례·의식을 통해 파시즘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권력을 장악한 뒤 개인의 독자성을 무시한 전체주의적 사고로 민족 공동체의 적을 제거한다는 명분 아래 홀로코스트를 자행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파시즘은 세계 곳곳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즘은 패전의 결과로 막을 내렸지만, 그 사상은 여전하다. 파시즘의 변형인 소프트 파시즘이 등장했고, 이를 잘 드러내는 것이 최근 유럽의 우경화 경향이다. 지난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강경 우파 정당들의 약진이 뚜렷했다. 유럽의회 전체(720석)에서 강경 우파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과 극우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의 의석 총합은 131석으로 기존 의석보다 13석 늘었다.
우파가 득세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와 에너지 위기, 이주·난민·환경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같이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의 유럽'이란 집단안보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유럽 내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나타난다. 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특히 그는 미국 내 반이민 정서를 겨냥한다. 그는 "취임 첫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이민자 추방을 시작하고, 침략당한 모든 도시와 마을을 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이민자를 '해충'으로 비유하고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말해 나치 정권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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