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수비와 3점슛, 아무도 예상 못한 가스공사의 돌풍
[이준목 기자]
▲ 10월 30일 경기도 안양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와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경기. 한국가스공사 벨란겔이 슛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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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는 에이스 앤드류 니콜슨이 25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샘조세 벨란겔(12점 5어시스트)과 김낙현(14점 8어시스트)이 뒤를 받쳤다. 식스맨 곽정훈은 불과 14분만 뛰고서 3점슛 4개 포함16득점을 몰아치는 깜짝 활약을 선보였다.
가스공사는 이날 3점슛 16개(47.5%)에 자유투도 13개를 모두 성공시키는 슛감각을 과시하며, 자밀 워니(34점 10리바운드)와 안영준(21점)에게 의존한 SK의 추격을 따돌렸다.
이로서 5승 1패를 기록한 가스공사는 2위권인 고양 소노, 수원 KT, 울산 현대모비스, SK(이상 4승 2패)를 제치고 선두에 등극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가스공사의 깜짝 선두 등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다. 가스공사는 모기업이 전신인 인천 전자랜드 선수단을 인수하고 대구로 연고지를 이전하여 2021년 창단한 이후 줄곧 중하위권에 그친 팀이다.
창단 첫 해인 2021-22시즌 6위(27승 27패)로 6강에 턱걸이한 것이 역대 최고성적이었고, 2022-23시즌 9위(18승 36패), 2023-24시즌 7위(21승 33패)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올시즌도 개막 전 전력은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국구급의 인기 스타도 없어서 미디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시즌 개막전에서 창원 LG에게 접전 끝에 67-70으로 석패한 이후, 최근 5경기를 내리 승리하며 선두로 도약했다. 이중에는 올시즌 우승후보로 꼽혔던 원주 DB와 부산 KCC도 포함돼 있었다.
더구나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압도적이다. 5연승 기간동안 가스공사는 오히려 최약체로 꼽힌 서울 삼성(76-70)전만 접전이었을뿐, 나머지 4경기에서는 모두 두 자릿수 점수차 이상, 평균 25점차의 완승 일색이다. 원주 DB(92-62)와 안양 정관장(97-64)을 30점차 이상으로, KCC(80-58)를 22점차로 완파했고, 지난 경기에서는 SK(91-76)마저 15점차로 제압했다.
큰 점수차의 대승이 많다보니 한국가스공사는 올시즌 득점은 평균 83.8점으로 최다, 실점은 66.7점(득실마진 +17.1)로 최소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달리고 있다. 물론 상대팀들이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나 슬럼프로 아직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스공사의 경기력이 저평가받을 이유는 없다.
강혁 가스공사 감독은 상승세의 비결을 공격보다는 수비로 꼽고 있다. 강혁 감독은 경기 전후 인터뷰나 선수들과의 작전타임에서 항상 수비의 힘을 강조한다. "공격은 기복이 있다. 우리 팀이 공격으로 경기를 풀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큰 점수 차로 질수 있다. 점수를 주더라도 최대한 어렵게 주고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비로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온다"는 것이 강혁 감독의 철학이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올시즌 치른 6경기 중 5경기에서 상대팀의 득점을 70점 이하로 묶는 끈끈한 질식수비를 선보였다. SK전에서는 올시즌 한 경기 최다인 76점을 내줬지만, 중요한 4쿼터에서는 SK의 득점을 8점으로 묶어버리며 동안 21점을 몰아놓어 접전이던 승부의 흐름을 단숨에 장악해버렸다.
일반적으로 KBL에서 수비가 강하다고 평가받던 팀들은, 강력한 골밑과 높이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가스공사는 다소 이례적이다. 1옵션은 니콜슨은 204cm의 장신이지만 플레이스타일상 공격력에 특화된 포워드이고, 수비는 오히려 약점으로 꼽히는 선수다. 가스공사의 팀 리바운드는 39.8개(5위)로 리그 중위권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가스공사의 라인업은 벨란겔-김낙현-정성우라는 이른바 '3가드 시스템'을 기용하는 비중이 높다. 자연히 이는 수비에서 높이의 열세와 미스매치라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스몰라인업의 단점이 될수도 있는 부분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꿨다. 공격과 수비 모두 빠른 플레이를 펼치면서, 앞선에서부터 상대의 볼핸들러를 적극적으로 압박해 실책을 유도하는 플레이가 적중했다. 선수들의 높은 활동량과 체력,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가스공사의 또다른 치명적인 무기는 3점슛이다. 가스공사는 올시즌 경기당 평균 11.5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넘겼고 성공률 역시 38.5%로 전체 1위다. 경기당 3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고 있는 니콜슨을 비롯해 선발진에서 식스맨까지 모든 선수들이 언제든 고르게 3점을 던질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가스공사의 최대장점이다.
약체 이미지를 벗어내고 돌풍의 중심에 선 가스공사는 5일 수원 KT전을 비롯해 8일 소노, 10일 현대모비스와의 경기가 이어진다. 시즌 초반 원정경기가 많았던 가스공사는 이번 주에는 편안한 안방으로 상대를 불러들이는 홈경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도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는 호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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