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기대에 코스피 1.8% 반등… ‘국장 부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동의’를 밝힌 후 코스피·코스닥지수가 각각 전일보다 1.83%, 3.43% 올랐다. 금투세 폐지가 국내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4일 오후 3시57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2588.97로 전일 대비 1.83%(46.61)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강보합으로 출발했던 이날 증시는 오전 10시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코스닥지수도 영향을 받아 이날 오후 3시59분 기준 754.08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일 대비 3.43%(25.03) 오른 수치다.
이날 오전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를) 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 주식 시장이 너무 어렵다”며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증시가 정상을 회복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5000만원이 넘으면 초과 액수에 대해 22∼27.5%의 세금을 물리는 것이 골자다. 금투세 도입을 담은 개정 소득세법은 2년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투자자 부담과 시장 선진화 저해를 이유로 금투세 폐지를 주장해온 반면 야당 내에선 부자 감세에 반대하며 원칙대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금투세가 도입을 불과 2개월 앞두고도 도입과 폐지, 유예와 보완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혼선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방침에 제1야당이 동의하면서 금투세는 내년 시행을 앞두고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증시로의 자급 유입에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봤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이 금투세 폐지의 수혜가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날 증시가 상승세를 탄 것은 금투세 이슈보다는 미 대선 정국, 금리 기조 변동 등의 영향이 더 컸다는 의견이 있었다.
야당 대표의 금투세 폐지 동의 발언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의견은 갈렸다. 정치인의 발언에 증시가 급등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엑스(X·구 트위터)에서는 “말로는 당 지도부가 고뇌를 거듭하고 심사숙고했다고 말하지만 이번 결정은 주식시장에 대한 고민이 하나도 없는 그저 민주당 당 대표 한 명의 결단으로 쉽게 결정 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대로 이 대표의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았다.
금투세 폐지가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우선 투자자들은 환영하겠지만 국내 주식시장을 떠난 ‘개미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투세보다 국내 기업과 금융시장의 본질적 체력 강화가 증시 상승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국내 증시 하락은 금투세 이슈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반도체 업황 악화, 글로벌 경기 및 무역분쟁 우려의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금투세 폐지가 결국은 근로소득세나 기타 세금 증가로 이어질 게 뻔하다. 당장은 주식할 때 금투세 안 내도 되니까 좋겠지만 금투세 폐지가 아니라 감액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었다.
금투세는 시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폐지로 인한 직접적인 세수감소는 없다. 하지만 추가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이 적어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간접적 세수감소로 볼 수 있다. 당초 국회예산정책처는 금투세가 시행되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연평균 세수가 1조3000여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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